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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daal Dec 07. 2022

나머지들의 축제

Narrative recepi: falafel wrap 

지난달 #보틀팩토리 에서 작은 축제가 있었어. 나머지 천, 나머지 버섯, 나머지 종이 등 우리가 정수를 빼어 먹고 남은 그것들에게 새로운 역할, 그것도 주인공의 역할을 주는 축제야. [나머지들의 축제 (가제)]라는 제목을 달고 나의 구글 드라이브로 공유된 참가 제안서를 받아 보았을 때 우리가 통했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꼈더랬지. 


한빛은 버섯 꼬랑지로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었고, 나는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나의 일터에서 가져와 이웃들과 무엇이든 만드는 시간을 갖었어. 어떤 것은 털 친구들의 장난감으로, 어떤 것은 가위의 집으로 태어났지. 


비빔밥처럼 냉장고에 있는 무엇이든 꺼내.

먹다가 남은 타불레 샐러드, 아보카도, 시들어 인사하는 고수, 짜장 만들다 조금 남긴 양배추, 양파 조각, 오이 꼬랑지, 이것저것 모아 모아 모두 잘게 잘라. 크래커 찍어 먹는 딥 dip까지 슥슥 발라 구운 팔라펠과 둘둘 말아먹는 아침. 


채소 팔레트.

수채화.



채소를 사용할 때마다 나는 1할 정도는 이자처럼 떼어 놓곤 해.

볶음밥을 만들 때, 샐러드를 만들 때, 샌드위치를 만들 때, 일부러 혹은 안 일부러 남겨진 그것들이 접시 위에서 다채로운 색의 물감이 되도록. 




"오늘 아침엔 팔라펠 랩을 먹겠어?"


밤새 불린 병아리콩에 고수와 파슬리, 양파와 마늘, 그리고 큐민과 코리엔더 시드 등 향신료를 넣고 휘리릭 갈아서 만든 팔라펠은  꼬독꼬독 씹힐 수 있도록 적당히 갈아야 하는데, 그 적당함을 알기 위해서는 다섯 번 정도의 여정과 한 번의 낭패가 있었어. 숟가락 두 개로 다른 한쪽을 긁어서 끄넬 형태로 만들면 모양도 예쁘고 굽기에도 용이하더라.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는 게 튀김이지만 많은 기름을 쓰고 있다 보면 내가 왜 이걸 시작했지, 하는 생각에 '아 이건 정말 희생이야. 나를 희생하고 집을 희생하고 있어.'라고 중얼거리게 되거든. 우연히 오븐에 넣어 180도로 구웠는데 이건 유레카를 외쳤다는 누군가처럼 중요한 발견이었어. 명절 전 엄마가 300개쯤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두던 만두처럼 나는 100개쯤 만들어서 오븐에 굽고 5개씩 소분해서 친구도 주고 냉장고에 적적하게 넣어두면 언제 곤 에어프라이어에 데워 먹을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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