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무인도서, 330종의 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
통영시 무인도서 138개 섬을 6개월간 조사한 결과, 85과 330 분류군의 관속식물이 확인됐다. 2019년 5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이 조사는 한반도 남해안 도서생태계의 특성을 보여준다.
가장 흔한 식물들의 의미
돌가시나무가 120개 섬에서 출현해 가장 높은 빈도를 기록했다. 억새(112회), 명아주(107회), 돈나무(102회), 곰솔(100회)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식물들의 분포 패턴은 섬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다. 곰솔군락이 대부분 섬에서 우점하는 현상은 해양성 기후와 염분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의 결과다.
장구도는 179종으로 가장 많은 식물이 확인된 반면, 돛단여, 메주여 등 5개 섬에서는 단 1종만 발견됐다. 섬의 크기와 환경 조건이 생물다양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염생식물이 보여주는 적응의 기술
해안선을 따라 32종의 염생식물이 생육한다. 해국, 갯장구채, 갯까치수염, 갯강아지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염분 스트레스와 강풍, 높은 광량을 견디기 위해 형태와 생리적으로 특화돼 있다. 최근 주목받는 블루카본(해양 탄소흡수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들 염생식물의 광합성 능력은 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귀화식물의 경고
21종의 귀화식물이 확인됐다. 망초(87회), 미국자리공(54회)이 가장 빈번하게 출현했다. 귀화식물은 자생종의 서식지를 침입해 생태계 균형을 교란한다. 특히 도서지역은 격리된 환경이기에 외래종 침입 시 회복이 어렵다. 조사 결과 섬 면적과 귀화식물 출현 간에는 유의한 상관관계(r²=0.524)가 나타났지만, 육지와의 거리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생활형 분석이 말해주는 것
라운키에르 생활형 분류에 따르면 반지중식물(H)이 87 분류군(26.36%)으로 가장 많았다. 대형육상식물(M) 78 분류군(23.64%), 일 년생 식물(Th) 53 분류군(16.06%)이 뒤를 이었다. 이는 한반도 전체의 식물상 구성과는 다른 패턴이다. 섬의 해안선 가까이에는 혹독한 환경에 적응한 반지중식물이, 내륙에는 대형육상식물이 분포하는 이중 구조를 보인다.
식생의 천이 방향
현재 곰솔군락이 우점하지만, 후박나무,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와 같은 상록활엽수림으로의 천이가 진행 중이다. 통영은 난온대삼림대에 속하며 온량지수 115·month, 한랭지수 -2.0·month의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는 상록활엽수림 발달에 최적의 조건이다.
소나무군락, 섬향나무군락, 소사나무군락, 굴피나무군락, 느릅나무군락도 확인됐으며, 초지식생으로는 밀사초군락, 참억새군락, 칡군락이 분포한다.
도서생물지리학의 검증
맥아더-윌슨의 도서생물지리학 이론을 검증한 결과, 섬 면적은 출현 종수(r²=0.6544) 및 귀화식물 분포(r²=0.524)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하지만 육지와의 거리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는 통영 무인도서의 식물 분포가 거리보다는 섬의 크기와 환경 조건에 더 크게 좌우됨을 의미한다.
보전의 필요성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이 70 분류군(21.21%)에 달한다. 이들은 환경 평가와 서식지 보전 우선순위 결정에 활용되는 지표종이다. I 등급에는 실고사리, 후박나무, 동백나무, 갯장구채 등 37종이, V 등급에는 섬향나무, 자리공, 애기등 3종이 속한다. 한국고유종으로는 검팽나무, 섬벚나무, 해변싸리, 오동나무 4종이 확인됐다.
통영 무인도서는 남해안에서도 생태계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대 변화, 귀화식물 확산, 인간 활동의 영향을 고려한 체계적 관리방안이 필요하다. 각 섬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보전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 원고의 이미지는 AI로 만들어졌습니다.
* 출처. 명현호, 장면, 이점숙, 이정윤, & 최대훈. (2021). 통영시 무인도서지역 식물의 분포특성. 한국도서연구, 33(2), 189-204. http://dx.doi.org/10.26840/JKI.33.2.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