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누구의 것일까?, 과학과 철학의 대화(3)

위기의 갯벌, 그리고 우리의 응답

by natflat

작가의 말. 이 글은 갯벌을 도구적 관점에서 벗어나 존재론적으로 바라보는 생태철학적 전환을 제안합니다. 갯벌생태학자와 생태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총 3화로 나누어서 정리했습니다.


“1987년 우리나라 갯벌 면적은 3,203㎢였습니다.”

갯벌생태학자가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현재는 2,443㎢입니다. 약 760㎢, 전체의 24%가 사라졌습니다. 여의도 면적의 260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생태철학자는 긴 침묵 끝에 물었다.


이것은 단순한 생태학적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론적 물음이었다. 한 번 사라진 갯벌을,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생태계를, 그 복잡한 관계의 그물망을 우리가 다시 만들 수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갯벌은 위기에 처해 있다. 간척과 매립, 오염, 그리고 기후변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2023)에 따르면 1901년부터 2018년 사이 전지구 평균 해수면은 0.20m 상승했다. 특히 해수면 상승률이 가속화되어 1971-2006년 사이 연간 1.9mm였던 것이 2006-2018년에는 연간 3.7mm로 증가했다. 인간의 영향이 최소한 1971년 이후 이러한 증가의 주요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갯벌은 어떻게 될까요?”

철학자가 물었다.


“복잡합니다. 갯벌은 조석으로 형성되는 생태계입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기존 갯벌은 물에 잠기고, 육지 쪽으로 새로운 갯벌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해안이 제방과 도로로 막혀 있다면 갯벌은 이동할 수 없습니다. 결국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생태학자가 설명했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21년 해양수산부는 ’제1차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갯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훼손된 갯벌을 복원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의지였다.


“순천만을 아십니까?”

생태학자가 물었다.


“1996년 순천만에 처음 관찰된 흑두루미는 70여 마리였습니다. 그런데 2017년에는 2,167마리가 안전하게 월동을 마쳤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갯벌 복원과 생태적 가치의 발견이었습니다.”

철학자가 답했다.


순천만은 한때 간척 계획이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다른 선택을 했다. 개발 대신 보전을, 이용 대신 공존을 선택했다. 그리고 갯벌은 응답했다. 철새가 돌아왔고, 생태계가 회복되었으며, 202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하지만 복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생태학자가 신중하게 말했다.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퇴적층, 그 안에 축적된 미생물 군집, 복잡하게 얽힌 먹이그물… 이 모든 것을 인간이 재현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갯벌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철학자의 질문에 생태학자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먼저, 남아 있는 갯벌을 지켜야 합니다. 더 이상의 간척과 매립을 멈춰야 합니다. 둘째, 훼손된 갯벌을 복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군요.”

철학자가 말을 이었다.


“현명한 이용(Wise Use)을 넘어서, 존중의 공존으로. 갯벌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


두 사람은 다시 갯벌을 바라보았다. 물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수천 년 동안 반복되어 온 리듬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리듬은 불확실해졌다.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2011-2020년 전지구 지표면 온도가 1850-1900년 대비 1.1°C 상승했으며, 기후변화가 계속 가속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역 어민들의 전통지식이 중요합니다.”

생태학자가 말했다.


“수백 년 동안 갯벌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은 과학이 포착하지 못하는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조류의 패턴, 생물의 습성, 계절의 변화… 이러한 지식과 현대 과학이 대화해야 합니다.”


“교육도 필요합니다.”

철학자가 덧붙였다.


“아이들이 갯벌을 직접 경험하고, 그 안에 살아가는 생명들을 만나야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됩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석양빛이 갯벌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그 빛 속에서 갯벌은 단순한 진흙 바닥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의 터전이었고, 시간의 기록이었으며, 관계의 그물망이었다. 무엇보다 그것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였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야 합니다.”

철학자가 조용히 말했다.


“갯벌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갯벌은 그 자체로 존재합니다. 우리가 갯벌을 보전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갯벌이 존재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태학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학은 사실을 밝히지만, 가치는 철학이 다룬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가치, 새로운 윤리, 새로운 존재 방식이었다.


“갯벌 그 자체로 존중받을 권리.”

두 사람은 동시에 말했다. 그것이 답이었다. 쉽지 않은 답이었지만, 유일한 답이었다. 갯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갯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했다.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갯벌은 멈추지 않았다. 조수가 다시 밀려들고 있었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수천 년 동안 그래왔듯이, 갯벌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기를


* 메인 이미지는 인공지능 이미지입니다.


참고문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 갯벌 면적 변화. https://kiost.ac.kr

해양수산부 (2021). 제1차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2021-2025). 해양수산부 고시 제2021-189호.

IPCC (2023). 기후변화 2023: 종합보고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 IPCC, Geneva, Switzerland.

국립해양조사원. 미래 해수면 상승 전망. 알기쉬운 기후변화. http://www.nims.go.kr

디지털순천문화대전. 갯벌이 살아 숨쉬고 갈대가 춤을 추는 순천만 습지. https://suncheon.grandculture.net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을 되살리다. https://scbay.suncheon.go.kr

해양수산부 (2024). 갯벌복원사업 지침. 해양수산부훈령 제735호.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센터 (2021). 한국의 갯벌. https://www.getbolworldheritag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