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과 스테이크
짬짜면처럼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맛이 있다. 이날은 분식과 스테이크가 그랬다. 분식을 먹자니, 단백질이 아쉽고 단백질만 먹자니 매콤한 맛이 당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탄생한 메뉴, 분양식.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 분식과 양식을 합친 말이다. 양식보단 엘레강스하고 경양식처럼 설레는 단어다.
김밥도 만드려 했으나, 그 전 주에 키토 김밥을 대차게 말아먹은 탓에(...) 남편이 근처에서 김밥을 사 왔다.
산적이 갈비 먹듯 거칠게 뜯어먹어야 했던, 야심의 결정판 키토 김밥.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김밥 만드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엄청난 내공을 가졌다. 먹기도 좋고 맛도 좋고, 무엇보다 시공간을 왜곡한 듯 적절한 양의 재료로 풍성한 느낌을 내다니! 김을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생각해 재료를 때려 박은 초짜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제부턴 엄마가 김밥을 만들어 주면 “감사합니다 사부님!”하고 먹을 테다.
때문에 남편이 안전하게 가자며 김밥 맛집에서 사 왔다. 여기에 냉동실에 있던 창화당 김치만두(남편용)와 안심 스테이크 한 덩어리, 그리고 GAP 마초칼라토마토(사진보다 왕 큼)를 꺼냈다.
만두는 찜기를 이용해 13분 찐다.
스테이크는 예열한 팬에 베제카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소금과 후추로 시즈닝 한다.
강불에서 표면이 바싹 익을 때까지 굽는데, 이때 마초칼라토마토 2알을 함께 넣었다. 펑-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건 토마토 껍질이 터지면서 나는 소리니 안심해도 된다.
눈 앞에 한강공원이 펼쳐진다. 겉바속촉 스테이크에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올려 한 입 먹는다. 고기의 육즙과 홀그레인 머스터드의 새콤함,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다. 여기에 토마토도 반 잘라먹으면 입안이 리프레시된다. 야채 김밥 하나 먹고, 다시 스테이크 한 조각을 먹는다. 목이 막힐 것 같을 때 사과즙 한 입을 마시고, 다시 방울토마토를 먹는다.
고급스럽게 소풍을 한 기분이다. 코로나가 풀리면 어디 놀러 갈까~ 하는 얘기를 하며 식사를 마쳤다. 분식만 먹으면 배가 금세 고파지는데, 고기를 같이 먹었더니 저녁까지 든든했다. 요리 하나를 추가했을 뿐인데, 분위기가 이렇게나 달라지다니. 이래서 퓨전 요리를 하는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