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추석이 왔습니다. 거리를 두던 일상도 돌아왔고요.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온 저녁. 남편과 추석맞이 영화 관람을 했습니다.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우리가 고른 건, 영화 <공조 2: 인터내셔날>. 전편인 <공조>를 보지 않아 걱정했었어요. 마블 시리즈처럼 전작을 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결론적으로는, 잘 선택한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미국에서 10억 달러를 가지고 한국으로 들어온 장명준(진선규 분). 그를 쫓던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분)은 미국에서 잭(다니엘 헤니 분)과 대치하고, 장명준이 호송차량에서 탈주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탈주한 장명준은 한국에 입국합니다. 림철령은 당의 지시로 남한에 공조를 요청하고, 강진태(유해진 분)는 광수대로 돌아가기 위해 철령의 파트너로 자원합니다. 진태와 철령은 장명준의 부하를 잡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잭이 수사권을 차지하고 남한, 북한, 그리고 미국이 공조를 하게 됩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장명준. 그를 쫓으면서 철령과 잭, 그리고 진태가 숨겨왔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공조가 깨질 위험에 처하는데…
<공조 2:인터내셔날>은 흔한 재료로 최상의 맛을 내는 맛집 같은 영화입니다. 어떠한 혐오도 없이 적절히 웃기고, 적절히 멋지고, 많이 재미있어요. 특히나 불편한 내용 없이 웃겨서 좋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장명준 역의 진선규 배우의 눈빛이 인상 깊었어요. 악당인데 숨길 수 없는 처연한 눈빛을 갖고 있었거든요. 극 중후반부에 처연한 눈빛의 원인이 나옵니다. 그의 가족이 당 지도부에 의해 살해됐다는 대사를 하거든요. 진선규 배우의 눈빛이 정말 좋았습니다. 임윤아 배우의 연기도 괄목할만합니다. 연기가 점점 느는 것 같아요. 그녀의 연기를 많이 본 편은 아니에요. 데뷔작 드라마를 보고, 요즘은 <빅마우스>를 보는 정도입니다. 정극도 정극이지만, 코미디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 같습니다. 임윤아 배우의 얼굴에 푼수 같은 연기라니! 사랑스러움이 한도 초과됐어요.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오글거릴 수 있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유해진 배우는 형사 30년 정도 하신 분 같습니다. 연기를 워낙 잘하시니 더 할 말이 없는 것 같아요. 진짜 그 사람 같았습니다. 다니엘 헤니 배우는 크리미널 마인드 이후로 오랜만에 봤어요. 같은 형사 역할을 맡았지만, 캐릭터의 느낌은 정반대라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영화는 미국 형사물과 우리나라 형사물, 그리고 로맨스의 클리셰를 적절히 섞었습니다. 스토리가 뻔해도 영화가 fun 하면 된 거죠. <공조 2: 인터내셔날>은 클리셰를 잘 활용하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예시입니다. 모든 영화가 작가주의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영 시간 내내 즐기고, 집 가는 동안 얘기할 수 있는 백반 같은 영화. 나아가 직장 동료와도 가볍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도 필요합니다. 클리셰를 피하려고 스토리를 산으로 보내거나 예술성을 보여주기 위해 난해 해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요.
한때 즐겨본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야스이가 벌어주는 매출 덕분에 우리들이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다.” 극 중 야스이라는 인물은 작품성보다는 잘 팔릴 것 같은 만화를 출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주인공은 만화를 돈으로 대하는 야스이를 좋게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매출 덕분에 새로운 도전이 가능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영화도 같다고 생각해요. 상업적인 영화 덕분에 관객수가 늘어나면, 독립 영화나 작가주의 영화가 설 수 있는 자리도 조금은 넓어질 거라고 믿거든요.
<극한직업> 이후로 재미있게 본 한국 영화 <공조 2: 인터내셔날>. 적당히 재미있고, 많이 웃기고 하나도 불편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전작의 주인공들이 출연한 정도로 연계성을 가져와 <공조>를 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쿠키 영상도 있어요. 영화가 끝나면 바로 나오고, 관객들에게 웃음을 제대로 주고 마무리합니다. 추석맞이 가족들과 영화를 보고 싶다면, 비싼 티켓 값을 하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공조 2: 인터내셔날>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