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합니다. 옷 살래? 책 살래? 하면 주저 없이 책을 선택합니다. 읽는 것도 좋아하고, 사는 것도 좋아합니다. 사놓고 안 읽어도 일단 삽니다. 마치 립스틱을 사 모으는 것처럼요. 죄책감은 없습니다. 눈이 가면 읽게 되니까요. 읽는 게 재미있어요. 영상을 보는 것만큼요. 그러다 보니 글쓰기도 좋아합니다. 업으로 삼을 만큼요.
책을 계속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크면서 책 보다 영상 매체를 선호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어요. 명제처럼 ‘나는 원래 책을 좋아한다’는 생각에 갇혀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브런치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어요. 처음 올렸던 글부터 가장 최근 글까지. 이틀에 걸쳐 모든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저희 아빠였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아빠께 카톡을 보냈습니다.
[아빠! 고마워~ 덕분에 다시 주목받는 글도 생겼네 :)]
[딸 글이니 당연^^ 그런데 브런치에 아빠 얘긴 별로 없더라..]
유레카! 제가 책을 꾸준히 좋아하게 된 이유가 생각났어요. 아빠 덕분이었습니다. 유치원 때 아버지의 날이 있었어요. 원생들의 아버지들이 참관 수업을 하는 행사였습니다. 그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책 한 권을 선물 받은 게. 일반 책이 아니었습니다. 무려, 인어공주를 저로 각색한,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없는 책이었죠!
책의 플롯은 성장 소설을 따랐어요. 나탈리 공주가 바닷속과 육지를 오가며 모험을 하고, 끝엔 그녀가 원했던 걸 쟁취합니다. 기억에 남은 내용으로 쓴 거라 정확하진 않아요. 책이 없어졌거든요. 내용을 흐릿하게나마 기억할 수 있던 이유는 자주 떠올린 덕분입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면 계속 좋아하게 되잖아요. 좋아하면 얘기하게 되고요. 예를 들면, 내 멘션을 내 최애가 리포스트 해주거나.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하게 됐을 때. 기억에 강렬하게 새겨지고, 또 이를 친구나 가족에게 말하면서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경험들이 제게 책을 꾸준히 좋아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다시 아빠께 책 선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달엔 한 권, 어떤 달엔 세 권. 책을 읽어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미뤄왔던 리뷰를 써야겠습니다. 주기적으로 생각해야 오래 기억하니까요. 인어공주 나탈리 버전처럼요. 지면을 빌려 아빠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