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매일 하고 있어요.
그래도 멈추지 않고 다시 시작해보는 중입니다.
새벽 7시 반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봄이 바람을 타고 왔다. 창틀에 끼워진 종이 신문을 꺼냈다. 이날따라 글자가 날아다녀서 이를 붙잡기 위해 모든 글에 줄을 치며 읽었다. 1면만 읽었는데 아침 8시 10분이다. 전날 밤 인스타그램에서 본 뇌과학에 근거한 최고의 하루라는 이미지에 따르면, 뇌의 골든 타임이 50분 밖에 남지 않았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는 자기계발을 하면 좋다는데.. 나는 골든 타임이 30분 지나서 일어났으며, 신문의 1면을 겨우 읽었을 뿐이다.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예상하긴 했다. ADHD라서 그런가? 계획표 대로 살아본 적이 거의 없다. 원래 하고 있던 게 있더라도 흥미로운 게 생기면 그걸 한다. 재밌는 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다. 그러니 계획대로 안 될 수밖에. 쓴 맛을 견딜 수 없는 날이면 다 놓아버리고 도피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돌아오면 과거는 잊고 새로 시작한다.
하나를 꾸준히 하지 못한다. 그래서 광고가 적성에 맞았던 걸 수도 있다. 짧게 끝나고 새로운 일을 만나니 질릴 틈이 없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꾸준하다. 열정 넘치게 일하다 다 놓아버리니까. 이 행동에는 밀물과 썰물처럼 사이클이 있다. 사흘. 작심삼일이 DNA에 새겨져 있는 건가 싶다. 무수히 깊은 늪에 빠졌다가 헤어나오길 반복한 끝에 방법을 찾았다.
첫째, 느슨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종이 신문을 구독하고, 헬스장에 등록한 지 사개월이 되었다. 종이 신문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배달된다. 신문을 끝까지 다 읽는 날도 있지만, 1면만 읽거나 헤드라인만 읽거나 아예 읽지 않는 날도 있다.
헬스장도 마찬가지다. 정말 정말 저어어엉말로 가기 싫은 날에는 카드만 찍고 되돌아오자는 마음으로 헬스장에 간다. 우습게도 트레드밀만 할까? 라는 마음이 들고, 왔으니까 렛 풀 다운까지만 할까..? 라는 마음이 든다. 평소라면 20번씩 세 세트를 했겠지만, 이런 날에는 렛 풀 다운을 다섯 번만 하고 트레드밀로 간다.
걷는 건 재미가 없어서 뛴다. 한 달 전에 만든 플레이리스트가 벌써 질렸다. 애플 뮤직에서 아무거나 재생했더니, 마음에 들지 않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전곡을 재생했다. 그냥 뛰면 재미가 없다. 경사를 3% 올렸다가, 다시 0으로 내렸다가 속도를 9로 했다 6.5로 맞췄다가 부산스럽게 뛰었다. 요즘은 그마저도 노잼이라 일립티컬이라는 전신 운동 기구만 탄다.
둘째, 생각날 때 최대한 한다. 글을 쓰거나 유튜브 영상을 편집할 때 주로 이렇게 한다. 써야할 것과 쓰고 싶은 게 다를 때가 있다. 그럴 땐 쓰고 싶은 것을 맹렬하게 써낸다. 그리고 써야할 것을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기획만 하고 첫 삽을 못 뜨고 있었다. 완벽하게 하기보다는 시작부터 하자는 마음으로 아무 말이나 썼다. 이렇게 하면 퇴고를 해야 하니까 다시 보게 되어있다. 막 쓴 자신을 탓하면서 퇴고한다. 유튜브도 마찬가지. 일단 올릴 영상을 좌르륵 붙인 다음에 최소한의 편집만 한다. 그러고 나면 다음 날엔 자막을 붙이고, 그 다음 날엔 음악을 넣는다. 오탈자만 확인하고 업로드 한다.
그렇게 했더니 나름의 루틴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루틴을 하나도 지키지 못해 자괴감이 드는 날엔, 2021년에 들었던 팟캐스트의 내용을 생각한다.
“게임을 뛰는 동안엔 승리도 패배도 없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엔 실패도 성공도 없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무너지려는 내 자신의 멱살 잡고 일으킨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매일 실패해도 괜찮다. 오늘 실패하면 내일 또 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