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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Feb 03. 2020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막내 카피라이터가 잘 쓰려고 기록한 것들

 새 회사에 들어온 지 6개월이 됐다.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조금은 살만한 요즘, 성장을 열망한다.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일'도' 잘하는데 카피는 더 잘 쓰고 싶다. 이젠 정말 뭐라도 해야 할 때가 왔다. 작년부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는데 고민하다 해를 넘겼다.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쓰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첫 주제로 넷플릭스의 <Cheer>를 선택했다. 업에 임하는 자세에 관한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졌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편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사회생활 자세를 고쳐 잡을 수 있었다.



1. 치어리더 다큐인 줄 알았는데.. 엥? 사회생활 101이네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많이 봤다. 시간이 허락하는 내에서 최대한 많은 종류의 콘텐츠를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Cheer>다. 덕분에 나의 회사 생활을 되돌아보고, 다시 태도를 재정비할 수 있었다. Cheer는 치어리더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다. 미국 치어리딩 계에서 유명한 나바로 대학의 치어 팀을 취재해 그들이 중요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대회를 위해 학생들은 1년을 바치는데, 모두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바로 치어 팀은 총 40명이지만, 오직 20명만이 매트에 오를 수 있다. 모두가 실력과 성실함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만족시켜야 하는 건 코치인 모니카다. 치어리더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회사 생활이 투명도 80%로 겹쳐 보였다.


 Jerry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이다. 촬영 당시 나바로 치어 팀에 2년째 속해있는데, 아쉽게도 매트에 오르지 못했다. 씁쓸했다. 열심히 하고, 성실해도 상사의 기준에 차지 않으면 소용없으니 말이다. 대부분 간절히 원했던 일이 좌절되면 멘탈이 무너진다. 멘탈이 무너지면 태도가 무너진다. 하지만 Jerry는 무너지지 않았다. 얼굴에서 서운함을 감출 순 없지만, 평소대로 매트에 오른 친구들을 특유의 쾌활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띄웠다. 사회생활을 하면 의기소침해지는 순간이 생긴다. 그럴 때 주눅 들지 않으려고 일부러 입꼬리를 올린다. 기분이 한층 가벼워지고 자존감 스틸러인 '왜' 지옥을 피해 갈 수 있다.


연습 때의 Jerry


2. 발끝! 발끝까지 신경 써!

 매트에 올랐다가도 다시 내려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Jerry는 대회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매트에 오른다. 한결같이 밝은 성격, 기본자세 그리고 준비성 덕분에 그가 매트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스턴트 연습도 꾸준히 해 언제든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평소 루틴 연습할 때 주의 깊게 지켜보지 않았다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이다.


  치어 팀은 2분 30초를 위해 학업을 병행하며 몇 개월간 루틴을 연습한다. 감점 없는 완벽한 무대를 위해 다들 아파도 참고 연습한다. Morgan은 나바로 치어 팀의 새내기로 실력은 있지만 집중이 부족했다. 자세를 잡을 때 발끝까지 힘을 주는 걸 잊어 자세가 좋지 않았다. 다행히 연습하면서 발끝까지 신경 써 단기간에 자세가 좋아졌고, 모니카의 기준에 들어 매트에 올랐다. 차이는 디테일에서 오는 것인데, 나는 아직 집중력을 길게 유지하는 게 부족하다. 집요할 만큼 파고들어서 완벽에 가까울 만큼의 카피를 쓰고 싶다. 치어 팀 친구들도 연습할수록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라고 못할 건 없다.


발끝까지 신경 쓴 Morgan


 Cheer를 보면 광고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 사람이 텀블링도 하고, 바스켓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스턴트까지 하면 더 좋아한다. 그게 아니라면 렉시처럼 텀블링을 기가 막히게 할 줄 알아야 한다. 실제로는 이렇게 잘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드물다. 감사하게도 나는 모시고 있는 두 분의 CD님이 후자 스타일이다. 타고났는데, 노력해서 더 잘하신다. 나 같은 찌랭이는 CD 님들 그림자라도 따라갈 수 있게 오늘도... 쓴다... 쓰는 것도 훈련이라고, 앞으로 잘 다듬어봐야겠다.


 광고인의 관점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의 감상도 짧게나마 남겨야겠다. 넷플릭스에서 왜 치어리더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까? 를 생각해봤다. 첫째는 치어리더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치어리더 출신 인플루언서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에서 치어리딩 산업은 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2만 명의 치어리더가 있고, ESPN에서 치어리더 대회를 생중계할 정도로 미국 사회의 관심이 커졌다. 나바로 치어 팀의 에이스 개비 버틀러는 백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치어리딩 외에도 모델로 활동 영역을 넓혔으며, 앞서 언급한 모건도 9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치어리더들이 메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돈도 이들을 따라오고 있다. 소소하게는 치어리더를 위한 기능성 운동복과 운동화가 다양하게 제작될 것 같다. 언더아머나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가 이들을 모델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혹은 이들이 직접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할 가능성도 높다. 전자는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그려낼지, 후자는 이들이 어떤 디지털 캠페인을 집행할지가 궁금하다.


이렇게.gif


 천성이 끈기가 부족해 판을 벌려도 늘 흐지부지 끝났다. 지난 5년 간 누적된 콘텐츠가 얼마큼 큰 영향을 끼치는지 체감했다. 이번 회사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니듯, 이 시리즈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임할 예정이다. 올해는 마음먹은 일은 모두 하기로 결심했다. 퇴근 후 하나의 글을 완성한 나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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