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을 땐 한도 초과하는 매운맛을

나의 컬리 레시피

by 나탈리

어렸을 때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본방 사수했다. 조금 커서는 DVD를 어떻게 구해서 종종 보곤 한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노구의 분노 지수를 다룬 에피소드다.


예전엔 개복치라서 조그마한 거에도 스트레스받고 열을 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화를 내봤자, 나를 스트레스받게 한 사람은 별생각 없이 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그래서 화를 내는 대신, 해야 할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감정도 가라앉고 시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노했다. 다른 사람에게 화 내진 않았다. 화내거나 운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으니까. 대신, 헤드폰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엄청 크게 틀었다. 요즘 들어 더욱 자기 할 일을 안 하거나, 자기 말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프로젝트는 뚜렷한 목표 없이 개인의 주관에 휩쓸려 휘청거린다.


이날은 정도가 더 심했는데,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부정당한 느낌이었달까.


여하튼 화나서 매운맛을 한도 초과로 질렀다.


맵찔이 난이도 최최최상급.
너무 매울 것 같아 급하게 슈레디드 모짜렐라 치즈를 추가했다.
남편이 만든 매콤한 닭가슴살 요리

진짜... 매웠다. 둘이서 눈물 콧물 다 쏟았다. 맵지만 개운해서 자꾸 먹게 되는 맛... 씁-하. 가수 비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잇 레이닝. 마이 노즈 이즈 러닝.

좀 된 사진인데, 오늘 한파여서 그런지 갑자기 뒷골이 땡-할 만큼 매운맛이 당긴다.


매운맛은 통각이라는데. 나는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게 먹고 싶을까. 일종의 자학인 걸까. 아니면 고통 뒤에 찾아오는 열반의 느낌 때문인 걸까. 인생도 이런 거겠지. 이 라면처럼 엄청나게 맵지만, 다 먹은 뒤에 개운함이 찾아올 테니. 하루하루가 힘들어도 끝에 찾아올 성취감 혹은 후련함을 보고 살아가는 거겠지.


이날 일시불로 매운맛을 긁어서 당분간 매운 음식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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