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컬리 레시피
평화롭게 흘러간 오늘. 집중해서 바짝 일하다 동료와 커피 타임도 했다. 전날 제안서 때문에 핵야근을 한 터라 저녁이 되어갈수록 몸 상태가 메롱이다. 저녁을 안 먹을까 했지만... 그러면 왠지 야식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진짜 귀찮아서 시켜먹을까 고민했지만, 냉장고 안을 가득 채운 식재료를 보곤 생각을 접었다. 진라면 매운맛과 짜파게티 사이에서 고민하다, 짜파게티를 집었다. 그냥 먹으면 재미없으니까, 컬리에서 산 잎새버섯과 트러플 오일을 추가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잎새버섯 1/5
트러플 오일
짜파게티
올리브 오일(선택사항)
얼마 전 인터넷 하다가 카이스트 교수님께서 진행하신 라면 실험에 관한 글을 봤다. 물리학 박사가 추천한 방법이니 믿고 가보기로 했다.
모르면 지구인이 아닌 짜파게티 만드는 법:
1. 냄비에 찬물 500mL를 받고 인덕션 위에 올린다.
불 세기를 P로 올리고, 짜파게티 면을 투! 하!
2. 물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잎새 버섯 1/5를 흐르는 물에 씻고, 결대로 잘라준다.
3. (원한다면)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넣고 볶아준다. 프라이팬 쓰기 귀찮다면 짜파게티 냄비에 넣는다.
4. 물이 끓으면 3분 동안 끓이다가 물을 아주 조금만 남기고 버린다.
5. 짜파게티 가루 스프를 넣고 쉐낏쉐낏하다가 트러플 오일을 욕심껏 두른다.
물을 아주 조금만 버리라고 했지만... 짜장국처럼 보이는 이유는 당신의 마음이 넓어서다. 는 회생 불가한 드립이고, 물을 되게 많이 버린 것 같아서 중간에 멈춘 탓이다. 물 조절... 너무 어렵다.
여튼 트러플 오일을 욕심껏 두르고, 여기에 난 올리브 오일까지 넣었다. 분명 귀찮아서 짜파게티를 먹는 건데, 오히려 더 일거리가 늘어난 기분은 뭘까..ㅎ...
플레이팅 하다 짜장 소스가 튀었다. 나름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의 아트감 있는 플레이팅을 흉내 내려다가... 좀.. 콧물같이 됐다. 에휴. 그래도 먹는 덴 지장 없다.
잎새 버섯에 짜파게티를 싸서 드셔보세요. 살짝 꼬독한 식감이 있어 재미있다. 트러플을 팍팍 뿌린 덕에 트러플 풍미는 말할 것도 없고, 잎새 버섯의 풍미도 만만치 않게 좋다. 약간 트러플 느낌 나는데, 트러플보다 조금 통깨 맛이 난다. 대충 고소하고 풍미 있단 뜻이다. 올리브 오일도 많이 뿌려서 입안에서 오일파티가 났다. 오일오일 레츠 기릿~~~~ 풍미 작렬. 넘 맛 있 어 !
설거지 거리가 걱정되지만... 먹는 동안 진짜 신났다 히히 아. 카이스트 박사님 말대로 했더니 면이 퍼지지도 않고 딱 좋은 상태가 그릇을 비울 때까지 유지됐다.
박사 학위를 따면 쩝쩝박사 타이틀은 함께 따라오는 건가 보다. 배움의 깊이가 달라 더 잘 먹기 위해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