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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an 06. 2021

인스타그램을 그만두었다.

개인적인 이야기

내게 있던 것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남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기 싫다는 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이유 없이 생긴 말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그들이 너무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힘들었다. 그 어떤 다른 이유로 포장하든 이 이유가 가장 근본적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지만, 그로 인한 부정적 악순환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나는 왜 저들처럼 살 수 없는가? 나는 왜 저들처럼 할 수 없는가?”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는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았다. 나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대인배라면, 내가 남들의 성공으로부터 필요한 부분을 배워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문제가 안 되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그만두었다.


 나도 sns의 문제점들을 다룬 콘텐츠인 소셜 딜레마에서 나온 내용이라든가,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관계망 때문에 힘들다는 등 멋있는 이유로 사용을 멈춘 것이라면 좋겠다. 하지만 역시, 내가 그만둔 원인은 질투심이다. 그런 질투심은 내게 좋은 원동력이 되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것

 나를 바꾼 것이 아니라 외부의 요인을 없애는 극단적인 방법이었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내 마음속에서 힐끔힐끔 고개를 드는 궁금증을 참는 것이, 그들의 소식을 보고 감정과 시간을 낭비하고 자기 혐오감을 느끼는 것보다 나았다. 부차적인 좋은 부분들도 있었다. 다른 사람의 피드를 탐방하고 여러 가지 글들을 둘러보며 낭비하던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남은 시간이 이 전의 다른 사람의 계정을 보고 남던 부적 감정들보다 유용하다는 것은 자명했다. 


 시간이 지나며 이미 삭제된 어플을 무의식적으로 손이 찾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 모습과 나의 모습을 비교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내가 비교 대상으로 삼던 것의 본질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비교하고 있던 건 사진 속의 그들의 모습과 나의 평상시의 모습이었다. 우리의 하루를 사진으로 다 남기려면 몇 장이나 찍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나는 그 많은 사진들 중 고르고 고른 사진 몇 장과 나의 일상을 비교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 일상이 나쁜가?”하면 또 그렇지도 않았다. 그저 남의 행복을 염탐하느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내 눈길을 그들의 사진에서 내 일상으로 옮기자 놓치고 있던 소중함들이 있었다. 지금이 지나면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행복들, 지금이 아니면 느끼지 못할 감정들, 내가 sns를 하며 비교하느라 만끽하지 못했던 소중함이 그곳에 있었다.


그저 나의 이야기

 언젠가는 나도 여러 sns를 다시 하게 될지는 모른다. 언젠가 내가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성공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던가, 누군가의 행복을 보고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을 때 시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sns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굳이 sns를 하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앞에 말한 사람이 되고 싶기는 하다.) 모두가 sns를 그만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점도 있고, 여러 재미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저 내가 인스타그램을 그만두게 된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만두고 싶은 이유 또한 다양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혹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을 응원한다. 그들의 고민에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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