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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an 07. 2021

음식에 깨는 도대체 왜 뿌리는 걸까

깨의 효능이나 깨를 먹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를 기대하고 들어오신 분들이라면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일 수 있습니다.

아래의 글은 제가 생각하는 음식에 깨를 뿌리는 이유에 대해서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나는 깨의 맛을 고소하다고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 맛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혀로는 잘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깨의 필요성에 대해서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내게 깨는 농사짓기도 어렵고, 먹을 때도 이에 껴서 걸리적거리는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에 깨를 뿌리는 것에 대해서 그저 외관상 좋아 보이기 위해서 하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음식에 깨를 뿌리실 때마다 깨를 뿌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깨가 아까운 마음도 가지고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 깨에 대한 반발심도 가지고 있었던 같다. 그래도 엄마는 새로 음식을 내올 때면 꼭 깨를 뿌려 주셨다.


 깨에 대한 내 인식은 책에서 만난 글귀가 바꿔주었다. “한 글자 사전”이라는 책에서 깨의 의미를 '맛있게 드세요'라는 뜻이라고 소개한 글을 보았다. 마음에 와 닿았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말보다 그때 느낌을 잘 표현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로도 이해가 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더욱 좋았다. 다시 한번 그 글을 읽고 있자니, 내가 뿌리지 말라고 해도 굳이 깨를 뿌리시던 엄마의 모습도 떠올랐다. 괜스레 깨가 뿌려진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비로소 내가 깨의 맛을 못 느끼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깨를 먹은 것이 아니라 엄마의 정성을 먹은 것이었다. 엄마의 아들이 식사를 맛있게 했으면 하는 그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깨의 맛은 모르겠어도, 한 가지 확실히 아는 건 있었다.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 항상 든든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든든해질 수 있는 건 깨 덕분이었나 보다. 나도 가족을 위해 깨를 뿌린 음식을 대접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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