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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Feb 25. 2021

나와 영길이

영길이를 처음 만난 건 중학교 때였다. 그 당시 영길이의 나이는 22살로 나보다 형이었다. “반항하지마”라는 만화의 주인공인 영길은 학교의 여러 문제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했다. “반항하지마”라는 책의 제목 때문에 내용을 오해받기도 했지만, 그의 매력에 빠져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다. 영길이의 생각과 행동이 일반인과는 거리가 있는 점이 매력이었다. 여러 문제를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 해결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영길이를 두 번째로 만난 것은 고등학교 졸업 시기였다. 수능이 끝나고 시간이 남았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나, 그리고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들은 서로의 집에 가서 빌린 만화책을 읽었다. 내가 빌린 책을 다 읽고 다른 사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표지였지만 이름은 달랐다. 내가 알던 반항하지마는 GTO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제목이 되어 있었다. 영길이는 오니즈카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영길이는 영길이었다. 영길이와 함께 하며 울고 웃는 학생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이야기의 마지막을 다시 맞이하며, 과연 내게 학교는 어떤 의미였을지, 내 학교생활은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영길이를 세 번째로 만난 것은 교사가 되고 나서였다. 물론 진짜 선생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기보다는 자격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었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런 상태로 알지 못하는 길을 나아가는데 내가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할지는 정해야 할 것 같았다. 그 부분만큼은 정하고 나아가야 내 삶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뜩 영길이와 함께한 학생들이 행복해 보였던 기억이 낫다. 나도 그렇게 내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집 책장에 꽂혀 있는 GTO를 꺼내 들었다.    

 

그때 만난 영길인 나보다 어려져 있었다. 이제는 영길이 동생이지만, 여전히 교사였고 선생님이었다. 성인으로서는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이제는 교사로서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만화라서 자극적이고 과장된 부분들이 있지만, 선생님으로서 그의 중심을 만날 수 있었다. 성인이 되었어도 재밌는 만남이었다. 웃긴 장면들이 많았고 내 마음을 울리는 장면들은 더 많았다. 같은 직업의 사람으로서 자극이 되었고 공부가 되었다.     

다음번에 언제 다시 만날지는 모르지만, 그는 언제나 그곳에서 내게 가르침을 가르쳐 주기 위해 기다려주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저 즐거운 만남을 스스로가 가르침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와의 만남은 공부가 된다. 내가 그의 젊음에 질투를 할 때쯤에는 나도 당당하게 선생님이라는 말을 내 이름 뒤에 붙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부족한 모습일까? 물론, 배움에는 끝이 없지만 나 또한 다른 이에게 영길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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