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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Mar 06. 2021

몸은 쓸수록 강해진다고 믿었다.

몸은 쓸수록 강해진다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몸을 열심히 썼다. 친구들과 달리기도 열심히 하고 놀이터에서도 열심히 놀았다. 이곳저곳 동네를 쏘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다. 키도 쑥쑥 크고 몸에 근육도 붙는 걸 보면서 역시 몸은 쓸수록 강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체활동을 열심히 해도 건강해진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몸도 뻣뻣해지고 쉽게 다치기도 했다. 이제는 몸을 열심히 쓰면 몸 이곳저곳에서 그만하라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운동을 할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몸을 아껴서 쓰게 되었다. 계단을 뛰어내려 가는 것도, 얼음을 씹어 먹는 것도 그만두었다. 몸을 최대한 아껴 쓰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도록, 그때가 최대한 늦게 오도록 지금부터 관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내 마음도 나눌수록 커진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은 잡으며 내 마음을 열심히 썼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고 노력했다. 마음은 쓸수록 강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도 영원히 젊지는 않았다. 관계들 속에서 상처 받는 일들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아끼기 시작했다. 오는 사람은 막고 가는 사람들은 잡지 않았다. 내 마음도 언젠가 아무와도 나눌 수 없는 시기가 오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스스로 벽을 만들고 살아가던 중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분명 마음을 나누지 않고 아끼는데, 쓸 수 있는 마음이 더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점점 잊어가고 있었다. 나를 지키던 내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의 나이는 신체의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은 몸과는 다르게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은 그저 잠깐 지쳤을 뿐, 잠시 쉬고 나면 다시 건강한 마음이 되기를 바란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 때문에라도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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