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쓸수록 강해진다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몸을 열심히 썼다. 친구들과 달리기도 열심히 하고 놀이터에서도 열심히 놀았다. 이곳저곳 동네를 쏘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다. 키도 쑥쑥 크고 몸에 근육도 붙는 걸 보면서 역시 몸은 쓸수록 강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체활동을 열심히 해도 건강해진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몸도 뻣뻣해지고 쉽게 다치기도 했다. 이제는 몸을 열심히 쓰면 몸 이곳저곳에서 그만하라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운동을 할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몸을 아껴서 쓰게 되었다. 계단을 뛰어내려 가는 것도, 얼음을 씹어 먹는 것도 그만두었다. 몸을 최대한 아껴 쓰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도록, 그때가 최대한 늦게 오도록 지금부터 관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내 마음도 나눌수록 커진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은 잡으며 내 마음을 열심히 썼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고 노력했다. 마음은 쓸수록 강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도 영원히 젊지는 않았다. 관계들 속에서 상처 받는 일들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아끼기 시작했다. 오는 사람은 막고 가는 사람들은 잡지 않았다. 내 마음도 언젠가 아무와도 나눌 수 없는 시기가 오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스스로 벽을 만들고 살아가던 중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분명 마음을 나누지 않고 아끼는데, 쓸 수 있는 마음이 더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점점 잊어가고 있었다. 나를 지키던 내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의 나이는 신체의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은 몸과는 다르게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은 그저 잠깐 지쳤을 뿐, 잠시 쉬고 나면 다시 건강한 마음이 되기를 바란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 때문에라도 이겨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