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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Feb 20. 2021

나라는 주식의 가격

주식을 시작했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한다는 것이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재미를 보았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 보다 했다. 그러자 욕심이 나고 더 많은 돈을 넣었다. 역시는 역시 내가 사자마자 시장이 요동쳤고, 다른 주식은 올라도 내가 산 주식은 오를 생각을 안 했다.     


내 기준에는 큰돈이었기 때문에 화면을 계속해서 확인하게 되었다. 그래서 주식 시장이 열린 시간 동안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내 삶에서 주식이라는 존재가 깊숙이 들어왔다.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주식만 쳐다보면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핸드폰을 치워 두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우상향을 한다는 말을 믿고 덮어두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어도 가격의 변동에 따라 일희일비하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가 주식에 신경을 덜 쓰게 된 계기는 호가창 때문이었다. 호가창을 보다 과연 내가 주식이라면 얼마에 팔릴지가 궁금해졌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내 가치를 높이는 행동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주식을 시작한 것은 나의 주주들에게 호재인가 악재인가?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서 나에 대한 발전도, 내가 맡은 일도 제대로 못하는 내 모습을 생각했다. 확실히 내 가치를 올리는 삶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과연 나의 가치를 나타내는 호가창이 내 눈에 보여도 이렇게 살았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당연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주식의 가격의 올라감과 내려감에는 예민하지만 내 가치의 변동에 대해서는 무감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내 가치의 변동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한 선택이, 내가 하는 일들이 과연 내 가치를 올리는 일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나는 과연 우상향 할 수 있는 우량주인가 아니면 상장 폐지되는 주식일까? 지금은 조금 떨어졌어도 존버 한다면 오를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이 하락의 시작일까? 내 인생에도 존버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모두가 자신에 대한 주주이다. 가족, 친구, 동료 모두 조금씩 나에 대한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내가 가장 대 주주이다. 내 가격이 오르면 가장 이익을 보는 건 대주주인 나이다. 주식을 보는 동안 떨어지던 건 내 주식만이 아니라  내 가치도 함께였다. 내 가격의 호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내 가족, 주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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