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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Feb 19. 2024

명시적 '로얄티'가 거북한 우리나라 가맹 본사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쫄보'다. 

이전 글에서 우리 프랜차이즈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로열티를 조금 다루었습니다. 이전 내용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조금 정리하면 프랜차이즈(이하 프차) 업계에서 ‘로열티’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맹점주가 매월 본사에 내는 수수료(브랜드 사용권 등의 명목)를 지칭합니다. 즉 ‘로열티’가 프랜차이즈 기업의 주 매출이고 주 수입원입니다.

미국 프랜차이즈 소개 사이트에 올라온 맥도날드와 버거킹 '로얄티', https://franchisetheory.com/

위와 같이 프차의 본산 미국은 로열티를 정확하게 공시합니다.(https://franchisetheory.com/) 피자헛, 버거킹 같은 브랜드는 매출의 4%~5%, 서브웨이와 맥도날드는 8% 정도로 고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좀 다릅니다.


당연히 우리나라 프차들도 가맹점주들에게 매월 로열티를 받습니다. 그런데 미국처럼 명확하게 명시된 로열티가 아니라 ‘차액가맹금’이란 묘한 로열티를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다수 점주는 로열티를 안내는 줄 압니다. 착각인 거죠. 물론 프차 기업들도 이걸 노린 것이고요. ^^;


이전 회차에서 설명했지만, 차액가맹금이란 본사가 가맹점에 거의 강제(?)로 팔아먹는 각종 원부자재에 붙이는 차액(로열티)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본사가 가맹점에 납품한 옥수수 통조림 한 개가 1500원인데 원가가 1000원이라고 하면 차액 500원이 본사의 로열티가 됩니다. 여기서 차액가맹금율은 50%입니다. 따지고 보면 국가가 모든 소비 재화에 붙여 징수하는 ‘부가가치세(10%)’와 같은 시스템입니다.

정보공개서, 우리나라 모든 프차는 이처럼 '차액가맹금'으로 수취하는 금액과 비율을 명시해야 한다.


물론 ‘차액가맹금율’ 또한 로열티처럼 명확하게 공시하도록 법으로 의무화됐습니다. 따라서 프차는 ‘정보공개서’라는 문서를 통해 차액가맹금율을 공시합니다. 이 정보공개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사이트(https://franchise.ftc.go.kr/main/index.d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공개서에는 ‘차액가맹금’과 같은 핵심 내용이 기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가려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걸 보려면 해당 기업에 직접 방문해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또 문제는 이런 사실을 대부분 가맹희망자가 모른다는 겁니다.

더 문제는 이 문서를 받아도 해당 기업들이 가맹희망자에게 ‘차액가맹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더욱이 기업이 정보공개서로 공시한 ‘차액가맹금율’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점주가 검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만약 검증하고자 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합당한 이유로 ‘신고’를 해야 합니다. 즉, 분쟁을 일으켜야 합니다. ^^


그럼 우리나라 프차는 왜 미국처럼 로열티를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고 차액가맹금으로 로열티를 수취할까요? 


눈치 빠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징수의 편의성과 점주들의 심리적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국가의 세금 징수 정책은 두 가지입니다.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 그리고 재화에 붙이는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입니다. 당연히 국가는 간접세를 선호합니다. 왜? 조세 저항이 확실히 적기 때문입니다. 조세 저항이 뭐냐고요? ‘세금 내기 싫어하는 마음’을 ‘조세 저항’이라 합니다.


직접세는 한마디로 보는 앞에서 돈을 빼앗아 가는 것과 같습니다. 소득세가 10%라고 하면 1000만 원을 버는 순간 100만 원을 직접 내야 하니 저항감이 안 생길 리 없죠? 그래서 각종 재화(음식, 차량, 술, 담배 등)에 세금을 쓱 붙여 징수하는 게 ‘간접세(부가가치세 등)’입니다. 이런 간접세의 가장 특징은 내가 세금을 낸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프랜차이즈의 로열티도 마찬가지겠죠? ^^


그럼 미국은 왜 로열티 제도를 유지할까요? 거기 점주들도 뼈 빠지게 번 돈 눈앞에서 빼앗기면 싫을 텐데 말이죠. 미국 프차에서 로열티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에는 어마어마한 일들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로열티’ 제도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상호 간 합의가 있었던 겁니다. 이건 다른 회차에서 미국 프차 분쟁의 역사로 다루겠습니다.


그럼 정리 한번 해 볼까요?


질문 : 

우리나라 프차가 미국 프차처럼 명시된 ‘로열티’가 아닌 원부자재에 마진(차액가맹금)을 붙여 돈을 버는 이유는?


답 :

1. 징수의 편이성 - 납품 원부자잿값에 로열티 붙여 징수하는 게 제일 편함.

2. ‘모르는 게 약’ - 누구나 소득세에 불만을 가지는 것처럼, 명시된 로열티는 분쟁의 씨앗임, 즉 로열티를 얼마나 내는지 모르게 하여 불만의 소지를 없앰. (로열티를 안 내는 줄 착각하게 만듬)


다음 회차에서는 미국에서는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로열티’ 제도가 자리 잡았으며 우리나라에는 왜 아직도 이 제도가 자리 잡지 못하고 ‘차액가맹금’이라는 일종의 ‘눈속임’이 횡횡하는지 잼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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