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똥밭 Feb 05. 2024

메가커피와 피자스쿨의 공통점

'싸고 많이', 여전히 유효 전략

지난번에는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에서 올린 ‘메가커피는 뭘 숨기고 싶었을까?’를 통해 국내 프랜차이즈의 영업 전략을 간단하게나마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내용 중에 메가커피의 성공 전략은 가맹점주에게는 ‘낮은 창업비’를 무기로 그리고 소비자에게는 ‘남들보다 많은 양의 커피를 더 싸게’라는 가성비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이건 이 바닥의 고전적인 전략이라고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외식 시장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싸고 많이' 전략을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전략으로 성공한 프차 브랜드와 이런 '가성비' 성공이 관련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리고 이게 가맹점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국내에 ‘피자’를 각인시킨 건 누구나 다 아는 글로벌 브랜드 ‘피자헛’입니다. 지금은 그 명성이 빛바랬지만, 십수 년 전만 해도 피자헛은 특별한 날 외식을 목적으로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도미노가 들어왔습니다. 


도미노는 전형적인 배달 전문 매장임에도 가격을 엄청 비싸게 책정했습니다. 지금도 도미노 피자는 프리미엄 피자의 대명사입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말이죠. 일본 브랜드였지만 국내 브랜드화된 미스터피자도 이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듭니다. 


그렇게 프리미엄 피자는 피자헛, 도미노, 미스터피자 삼대 브랜드가 장악했습니다. 이제 더는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이던 이 시장에 ‘피자에땅’이라는 국내 브랜드 피자가 슬며시 성장합니다. 이들의 무기는 기존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싼 창업 비용과 '1+1'이라는 '가성비' 메뉴였습니다.


피자에땅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빨간모자’ 등등의 국내 피자 브랜드가 본격 나타나며 비슷한 가격대의 시장을 형성합니다. 자 이제 피자 시장은 프리미엄과 피자에땅을 대표로 하는 저가 브랜드가 양분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이제야 말로 더는 이 시장에 비빌 자리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걸 또 파고드는 브랜드가 생겼습니다. 바로 ‘피자스쿨’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십수 년 전 동네에 피자스쿨이 생기자 난리가 났습니다. 당시 저가 피자 브랜드인 피자에땅만 해도 돈 만 원 줘야 먹는 피자를 피자스쿨을 단돈 오천 원에 팔았습니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고 먹었다가 생각보다 괜찮은 맛에 놀랍니다. 싼 제품의 장점은 소비자 기대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니 맛이든 성능이든 그 퀄리티가 평타만쳐도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래 해집니다. 바로 지금 전 세계 중저가 전자제품 시장을 초토화 시키고 있는 '샤오미'가 그 대표적 브랜드입니다.


뭐 이러니 '가성비'에 가장 민감한 동네 아줌마들 줄 서는 게 당연했겠죠? 그렇게 피자스쿨을 필두로 오구쌀피자, 피자마루 등은 저렴한 창업비 그리고 초저가 피자 메뉴를 무기로 관련 시장에서 아주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렇게 피자 업계는 이제 프리미엄, 중가, 저가 시장으로 나뉩니다. 


어떻습니까? 지금 커피 시장의 풍경과 매우 흡사하죠?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그리고 이제는 중저가 커피 브랜드가 된 '이디야'가 차지했던 이 커피 시장에 초저가 커피를 무기로 '메가커피, 컴포즈, 빽다방'이 엄청난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으니 말이죠.   

자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볼 것이 있습니다. 이미 형성된 시장에 새로운 브랜드들이 들어오면 시장을 확장 시킬까요? 아니면 이미 정해진 시장을 나누어 먹을까요? 일단 시장이 조금 확장되긴 합니다. 하지만 금방 한계에 도달합니다. 즉 살짝 커진 시장의 ‘파이’를 서로 나누어 먹습니다. 그것도 2, 3명이 나누어 먹던 걸 이제는 7, 8명이 나누어 먹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애초 큰 덩어리의 파이로 배불리 먹던 기존 브랜드들은 점점 줄어드는 파이로 허기에 시달립니다. 배가 고프면 인심이 사나워지는 건 세상의 이치입니다. 가뜩이나 성장 정체로 고민하던 본사는 새로이 등장한 브랜드 때문에 곳간이 비어가자 가맹점 조이기에 나섭니다. 


한때 인심 좋게 시중보다 싼 가격의 원부자재를 공급하며 누이 좋고 매부 좋던 본사가 언젠가부터 시중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온갖 명분의 새로운 수수료를 만들고, 심지어 완제품을 출시하여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망에 풀기도 합니다.


이때부터 기존 브랜든 점주들은 수난기에 접어듭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가 브랜드 공세에 치여 매출 하락에 고민하던 점주들은 판매 가격이라도 내리고 싶지만 불가능한 일입니다. 본사가 자신들의 얇은 호주머니를 채우려 원부자재 가격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기존 브랜드들은 이때쯤 고질병에 걸립니다. 무슨 병이냐고요? 


성장이 정점에 달한 기업들은 한눈을 팔기 시작합니다. 즉 다른 외식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아예 완전히 다른 업종에 투자를 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업력이 짧고 경험이 일천한 기업가들은 반짝 성공에 눈이 멀어 흥청망청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곳간의 곡식은 점점 씨가 마릅니다.


그러니 어찌될까요?  기존 점주들을 더욱 쥐어짜기 시작합니다. 이제 '상생, 인심, 배려'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악화된 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점주들이나 본사나 제품의 판매 가격이라도 올려야 하지만 이젠 그 조차 불가능합니다. 이미 저가 공세에 시장을 잃고 있기 때문입니다. 확고한 충성 고객을 확보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어정쩡한 브랜드의 섣부른 판매 가격 인상은 그나마 남은 고객도 잃게 만드는 악수가 됩니다. 


이처럼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본사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가맹점을 조이면 점주들은 맨붕에 빠집니다. 영업 현장에서 타 브랜드와 싸우기에도 버거운 점주들은 이제 본사와도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각박한 현실에 시달립니다.


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가성비'를 만듭니다. 이 가성비는 고객의 '워너비'입니다. 반면 자영업자에게는 '지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어렵게 ‘파이(시장)’를 만들면 그걸 서로 먹겠다고 숫가락을 디밀며 난립하는 신생 프차 기업들, 그들의 유혹에 내가 선택한 이 브랜드가 ‘로또’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에 뛰어든 가맹점주들이 만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이전투구의 현장이 바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이며 그들의 벌거벗은 모습입니다. 


프랜차이즈 창업 희망자 여러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메가 커피'가 보여 준 성공전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