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업계의 천박함은 점주들이 단체를 만들지 못해서다.
직전 글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가맹점주 ‘단체’가 왜 중요한지를 간단하게나마 다루어 봤습니다. 오늘도 그 연장선상의 글을 써 볼까 합니다.
박근혜 정권 말기, 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최하는 간담회에 가맹점주 대표 중 한 명으로 참여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간담회에는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인 정재찬 위원장도 참석했고요. 프랜차이즈 업계를 직접 규율하는 장관급 고위 관료가 점주를 직접 만나는 자리가 쉽게 만들어지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당시는 2016년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에 제법 큰 ‘갑질’ 사건이 터지며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병이 수면으로 막 떠 오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정위에서 점주의 민심(?) 달래기 의미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본사와 분쟁 과정에서 이미 공정위의 태도, 즉 일선 공무원들이 민원을 대하는 자세가 어떠한지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았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복지부동’, 이 언저리에서 가끔 그보다 조금 나은 공무원을 보면 다행이구나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현장에서 들은 위원장의 말씀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가맹사업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고작 8명인데, 이 8명이 3000여 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다루어야 하기에 우리 담당자들이 정말 버겁습니다. 이점 양해해 줬으면 합니다.
솔직히 이 말씀은 우리 점주들에게는 시시한 영화의 클리세처럼 진부한 핑계로 다가왔습니다. 이처럼 그 자리는 예상한 대로였습니다. 간절한 점주들의 하소연에 뻔하디뻔한 공정위의 답변만 오고 가는 무미건조한 자리였죠.
간담회가 약속된 시간을 다 소모하던 즈음, 전 답답한 마음에 가슴에 두었던 말을 용기내어 꺼냈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적어 모든 사건을 다루기 어렵다는 말씀 보다는 점주들에게 협상권을 주십시오. 그러면 공정위에 접수되는 갑질 사건의 절반 이상은 현장에서 조정될 겁니다.
뭐 예상은 했지만, 위원장 표정이 슬쩍 일그러지면서 저에게 이렇게 답하더군요.
노동자도 아닌 상인들에게 협상권이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상인들은 거래 상대방과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의에 따라 계약하는 관계인데, 어떻게 노동자들에게 부여되는 일종의 단결권인 협상권을 상인들에게 준단 말입니까?
기대가 없어서 실망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따지지도 않았지만, 이런 말이 목구녕까지 올라왔죠.
그렇다면 노동자는 자유의지가 아닌 강압에 근로 계약서를 쓰나요? 노동자도 점주처럼 회사와 계약으로 맺어지는 관계입니다. 더군다나 가맹점주는 노동자처럼 본사에 근로시간부터 근무 행동까지 다 통제받습니다. 도대체 점주가 근로자와 뭐가 다릅니까? 오히려 점주는 돈까지 싸 들고 온 노동자입니다.
그 이후 9년이 흐른 지금, 가맹사업법은 일부 뜻있는 점주들과 가맹거래사 등 관련 법 전문가들과 국회의원들 지원 덕분에 일부 개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 개정만으로 프차 업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는 역부족이죠. 법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도구입니다. 그런데 그 도구를 사용하려면 힘과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점주 개개인이 그럴 능력은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단체가 필요한 겁니다.
'혼자는 약하지만 뭉치면 강하다.'
이건 초딩도 아는 사실인데, 아쉽게도 우리 점주분들 대부분이 이걸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죠. 하루 버티는 것도 버거워서, 가게가 바빠서, 본사 눈치 보여서, 나서 봐야 나만 다치지 등등 때문에 말이죠.
현재, 가맹사업법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바로 차액가맹금입니다. 제 글을 꾸준히 읽으신 분들은 아마 아실 거고요. 다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쉽게 말하면 본사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부자재를 통해 챙기는 이윤을 말합니다. 이걸 현재 가맹사업법은 서류에 명시하게 되어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를 지킨 본사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점주들이 그래도 가만히 있었으니까요. 더 최악은 그게 뭔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본사는 본인들 마음대로 원부자재를 인상하면서도 점주들에게 그 인상율 조차 제대로 알려 주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이 문제가 곪다 곪다 드디어 터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크게 터진 이슈가 바로 '피자헛 부당이득 반환 소송'입니다. 제가 얼마 전 여기에도 올렸으니 모르시는 분들은 찾아서 읽어 보시고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니 공정위도 프랜차이즈 기업들에 차액가맹금 명시는 물론, 원부자재 가격 인상 시 반드시 점주들의 동의를 받도록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유명 브랜드 본사들이 앞다투어 점주들에게 우리는 이번에 몇 프로 정도 원부자재를 인상하겠다고 공지를 뿌렸다고 합니다. 점주들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고요. ‘법이 있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라는 거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법이 있다고 해서 기업이 그 법을 무조건 지키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본사가 법을 지키는 경우는 딱 두 가지 경우입니다. 정말 보기 드문 올바른 본사거나 점주들이 그 법을 사용할 힘과 기술이 있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점주 단체가 없는 브랜드는 물론이고 점주 단체가 있어도 그 존재가 유명무실한 경우, 본사가 차액가맹금 인상율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통보하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그 '통보'라는 절차를 거치는 브랜드는 그 힘없는 점주 단체라도 있기 때문이고요.
그렇다면, 유의미한 활동을 하면서 본사와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점주 단체가 있는 브랜드는 어떨까요? 그 결과는 바로 아래와 같습니다.
법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현행법이 허술하여 좀 더 구체화하고 촘촘하게 만든다고 해서 그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제 경험은 그러합니다. 그러함에도 법이 있고, 그 법 위에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 그래도 세상이 조금이지만 달라지더라는 걸 알기 때문에 뜻있는 점주들은 오늘도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거대한 국가나 작은 프랜차이즈나 돌아가는 이치는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