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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Jun 10. 2021

젠더 갈등? 차별과 혐오의 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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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는 비극적 뉴스(네이버 직원과 공군 부사관 여군의 자살 소식)가 연달아 전해지고 있는 와중에 얼마 전 올라온 뉴스는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한 내용이었다. 그 뉴스 제목은 이러했다.


 "강간당하는 여자 무시하고 지나갔다" 젠더 싸움으로 번진 글

(기사를 확인하고자 하는 분들은 위 제목에 링크 걸어 놓았으니 클릭하세요)


일단 사건은 이러했다.


글 쓴 이는 이렇게 조언을 구했다. 놀랍게도 그는 어떤 이의 절박한 도움은 외면하면서도 자신의 시답지 않은 고민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바랐다. 


먼저, 위 내용이 비윤리적이라는 사실은 유치원생도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글 쓴 이를 무조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끔 뉴스에 소개되는 '시민 영웅', 즉 남다른 용기와 도덕을 갖춘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약점을 가진 우리는 항상 감당하기 버거운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비겁함'과 그런 나를 극복하고 싶어 하는 '용기'가 상존하며 갈등을 겪는 그런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글 쓴이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에 분노를 느낀 이유는 이들이 자신들이 비겁함을 '비겁'이 아니라 인과율에 의한 대단히 정당한 반응이라 포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과율이란 이런 궤변이었다.


'요즘 여자들은 도움을 주면 고마워 하긴커녕 오히려 도와준 남자를 곤경에 빠트린다. 그래서 도와줄 필요가 없다.' 


아마 기본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주장이 바로 대표적인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니까 뉴스에 소개된 몇몇 못난 여성들의 잘못된 행위를 '요즘 여자들'로 확대하고 심지어 그 대상을 이 나라 대부분의 여자들이라고 단언한, 매우 큰 오류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이런 주장하는 사람들도 '소수'일 것이다. 만약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버스 성폭행 사건'으로 '강간의 제국'이라 낙인찍힌 인도와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그냥 ‘둘러싸고 구경한다’는 중국의 ‘웨이관’ 문화를 잘근잘근 씹으며, '우리는 역시 저런 후진국과는 달라!'라는 상대적 우월감으로 '국뽕'에 취하기는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문제는 이런 극단적 주장의 근간에는 요즘 이, 삼십 대 젊은 층에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젠더갈등'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젠더 갈등은 정치권의 판도를 흔들 정도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고 한다. 




각설하고 요즘 몇몇 젊은이들(남녀를 포함한)의 '젠더 갈등'을 보면 과거 나치즘에 선동된 독일 국민, 미국의 KKK와 같은 백인우월 주의자들, 일본의 혐한단체들과 같이 혐오와 차별을 당연시하는 극단주의자들의 그림자가 보인다. 이번 기사에 등장한 젊은 남성들의 주장의 기저에 깔린 여성 혐오와 몇몇 여초 사이트(여성들이 주 회원으로 있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오는 남성에 대한 혐오의 글에는 저 극단주의자들의 주장과 매우 흡사한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혐오하는 대상은 '혐오'를 당해도 싼 매우 타당한 이유(부정한 존재, 저능한 존재, 부도덕한 존재)가 있다.'


한마디로, 요즘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는 '젠더 갈등'을 보면 이 세상의 모든 국가가 - 평균적 이성을 가진 국민들이 존재하는 - 경계하는 '차별과 혐오'의 태동을 보는 듯 하다. 


물론, 지금 이 갈등이 몇몇 젊은이들의 편견과 경도된 사고에 의한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상황이 도래하기까지는 관련 교육의 부재, 그리고 이 나라의 정치가와 관료들의 어설픈 정책이 한몫 했음을 잘 알고 있다. 유리천정에 갇혀있던 여성들의 권리 찾기, 그로인한 여권 신장이란 작용과 역차별(대표적으로 군 가산점 폐지) 반작용 등, 이런 사회적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과도기적 혼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사회에서 일명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리우는 '어른'들은 그들의 지위에 걸맞는 통찰력으로 이런 갈등과 혼란을 완화시켜주는 예방책을 미리 준비했어야 하는 거다. 그런데 그게 없었다. 

  



남북으로 나뉜 것도 모자라, 동서로 나뉜 우리 사회, 그런데 언젠가부터 시작된 세대 갈등, 그리고 이제는 그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젊은 층에서 서로 간 '필수불가결'한 존재일수 밖에 없는 남녀가 '젠더 갈등'이라며 서로를 혐오하고 있다고 한다.(물론 아직은 일부일 것이다.)


난 이럴때 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인간은 뭘까? 어떤 존재일까? 고립을 가장 무서워하며 같이 모여 살아야 안심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은 왜 이처럼 자꾸 분열하려 할까? 하고 말이다. 


이래서 우리 인간에게 도덕, 윤리, 정의를 아우르는 '철학'이 필요 했을 것이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이 인간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진짜 필요한 교육은 아마 '국영수'가 아닌 '철학'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무시한 결과, 그러니까 '철학'이 우리 삶에서 부족할때 이 사회에 어떤 결과가 만들어지는지를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이 참담한 기사들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인간의 가장 큰 불행은 정치체제나 사회체제로부터 고통받는 것이 아니다. 도덕 감각이 사라지고, 양심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도덕 감각과 양심을 상실한 사람은 자신의 문제와 제대로 싸울 수도 없고, 문제의 심각성을 완화시킬 수도 없다. 사태가 이지경에 이르면 결국 인간은 이를 해결하려고 권력 남용에 의지하게 되고, 그 결과 인간은 더욱 타락한다.

- 책, '호세 마리아 신부의 생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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