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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Jun 16. 2021

나의 선택은 진짜 내 선택일까?

세균, 무의식 그리고 선전이 끼치는 영향

우연히 인터넷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제법 신박한 과학 정보가 하나가 있다. 그 내용은 장 내의 세균이 뇌를 조정한다는 것. 즉, 장내에는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항상 세력 싸움을 하고 있는데 어느 한쪽이 우위를 점할 때 우리 육체의 건강은 물론, 정신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우울증에 걸려 만사에 의욕을 잃은 쥐에게 유익균(유산균과 같은)을 투여하자 신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능력이 월등히 높아졌다고 한다.


이 연구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과거 대비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각종 뇌질환들(우울증, 파킨슨, 조현병, 자폐 등)도 장내 세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더불어 현대인들의 장내 세균 변화에는 식습관은 물론 출산 방법의 변화(제왕절개)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등의 제법 놀라운 내용들도 많았다. 여하튼, 우리의 정신이 대장 속에 사는 일개 세균들 따위에게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은 왠지 허탈감까지 준다.


그런데 최근 소개된 하나의 연구는 좀 더 충격(?)적이다. 우리의 선택이 내 의식에 의한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거다. 실험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좌우 두 손에 들고 있는 두 개의 버튼 중 하나의 버튼을 자신이 원하는 순간에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는 실험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매우 놀라웠다고 한다. 네이처 뉴러사이언스에 발표된 바에 의하면 피 실험자가 내가 어떤 버튼을 누를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수초전에 이마 바로 아래에 있는 뇌 피질 부위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났다는 거였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실험 결과는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한다.



에드워즈 버네이스는 '현대 PR(광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이다. 그의 저서 '프로파간다'는 서구의 대표적 지성 '에이브럼 노엄 촘스키'로부터 홍보산업의 핵심 매뉴얼이란 칭송을 받았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선전 장관인 괴벨스는 그의 열렬한 팬을 자처했고 히틀러는 그를 기용하고 싶어 했다고 할 만큼, 그는 선전과 광고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를 'PR의 아버지'라 불리게 만든 전설적인 광고 기획 중 한 가지가 바로 지금도 미국인들의 아침 식사 메뉴로 오르는 베이컨 광고라고 한다.(물론 최근에는 '웰빙'이니 뭐니 하며 그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1920년, 베이컨 제조 회사인 '비치넛 패킹'은 판매가 저조했던 베이컨의 매출 신장을 위해 에드워즈 버네이즈에 광고를 의뢰한다. 에드워즈는 그 베이컨에 대한 직접 광고 대신 '내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기획하여 의사들은 '든든한 아침식사'를 중요시한다는 사실과, 그 아침 식단의 영양소로 단백질을 강조하는 기사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다른 기사에는 계란과 베이컨을 거론하며 베이컨에 양질의 단백질이 들어 있음을 부각해 의사들의 설문 조사와 베이컨을 절묘하게 연결했다.(언듯 보면 두 기사는 전혀 관계없어 보인다.) 그래서 어찌 되었을까? 당연히 베이컨 판매가 급증한 것은 물론, 지금도 미국 사람들은 아침 식사로 베이컨과 달걀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100년이 흐른 지금, 이전에 올린 글 '미니멀니즘과 호세 무히카'로 소개했던 넷플릭스 다큐 '미니멀리즘'은 이런 광고 전략이(대중 심리를 은밀하게 자극하는 간접 광고)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생각해봐요, (기업들이) 수억 달러를 들여 이게 필요하다고 말해주는데 이 제품을 사지 않으면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동안 전통 대중 정보 매체였던 TV, 라디오, 신문에 더해 인터넷 포털과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대표로 하는 SNS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매체가 등장했고 이 매체를 통해 정말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 정보에는 과장과 축소, 거짓과 진실이 마구 혼재되어 있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안들 수 없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선택은 정말 '순수한 내 의지'의 결과 일까? 정말 '이성적' 선택일까 하고 말이다.


 코로나라는 세기말적 시대를 맞이한 우리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사람들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수 있다. 특히 수준 높은 시민정신을 가졌을 거라는, 소위 선진국 국민들의 들어난 민낯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바이러스와 백신과 관련된 수많은 루머와 가짜 뉴스에 선동된 사람들) 그래서 노암 촘스키 교수가 이런 말을 남겼을 것이다.


전체주의는 '폭력'을 휘두르지만 민주주의는 '선전'을 휘두른다.


세균과 무의식 그리고 선전, 현대 사회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는 것 조차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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