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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Aug 17. 2023

이러니 홧병으로 쓰러지는 겨~

당신들이 매일 이용하는 프랜차이즈에 얽힌 그지 같은 이야기 2부

전 전에 가맹점주였으며 또한 작은 신생 프랜차이즈(이하 프차) 관리자이기도 했습니다. 아래의 대화는 프랜차이즈 본사 재직 당시 어느 가맹희망자 분과의 상담 기억입니다. 

“이름도 없는 신생 브랜드에서 월 로열티가 매출에 2%라고요? 과한 거 아닌가요?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요즘 뜨는 000 브랜드와 상담했거든요. 거기는 로열티가 월 20만 원뿐이라고 하던데 이름도 없는 브랜드에서 로열티 2%는 좀...”

     

이 말에 당시 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아~ 그래요? 혹시 그쪽 본사 직원이 점주에게 납품하는 식자재에 본사 마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이야기하던가요? 그걸 전문 용어로 '차액가맹금'이라고 하는 데 들어보셨어요?” 


“그런 거 못 들어 봤는데요.”


“그럼 당장 다시 가세요. 그래서 그 본사 직원에게 ‘차액가맹금’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세요. 정말 월 20만 원 말고 ‘차액가맹금’처럼 따로 받는 돈은 전혀 없다고 하면 거기 가입하세요. 정보공개서 꼭 달라고 하시고요. 아! 반드시 녹음하시고요.”


당시 내게 상담을 요청했던 가맹희망자는 청년이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에 능숙한 나이인 만큼 사전 지식도 확실히 중장년들보단 나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태도도 자신감이 있었고요. 그런데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모르고 있었죠. 바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기업 수익의 근원이며 가맹점주에게는 만악(萬惡)의 근원인 ‘차액가맹금’에 대해서 말이죠. 아~ 여러분도 모르신다고요?     


‘차액가맹금’이라는 이 낯선 단어를 쉽게 풀면 프랜차이즈 기업이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부자재 즉, 식품과 주방 소모품 등에 붙이는 본사 ‘마진’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아마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민하는 분 중에도 이 단어를 못 들어본 분들 대부분일 겁니다. 

     

차액가맹금은 합법적인 본사 수익입니다. 단, 도대체 얼마나 남겨 먹는지 반드시 ‘정보공개서’라는 문서를 통해 명확히 공시해야 합니다. 따라서 가맹희망자는 창업 전 이 정보공개서를 해당 기업으로부터 받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걸 대부분 모릅니다. 그러니 가맹 후 뭔가를 알게 될 즈음, 울화가 조금씩 치밀어 오르며 급기야 드러눕는 겁니다. 알고 보니 이 녀석들이 나보다 더 벌고 있었구나, 내가 당했구나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 

    

참고로 제가 예전 가맹했던 모 피자 브랜드의 경우 ‘치즈’에 붙였던 마진이 40%였습니다. 놀랍죠? 당시에는 본사의 원부자재 마진 공개가 의무가 아니라서 점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렇게 본사 입장에서는 영원히 몰랐으면 했던 사실을 어느 날 점주들이 알게 된 겁니다. 영원한 비밀이 있나요? ^^ 


본사가 수익을 남기는 행위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기업의 존립 의미는 ‘이윤 창출’입니다. 가맹점주도 그래서 장사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에게 우월적이고 독점적 지위라는 겁니다.


여기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시장의 독점’이 형성 됩니다. 일개 프랜차이즈 회사가 대한민국 전체를 대상으로 시장 독점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 브랜드 안에서는 본사가 가맹점을 상대로 독점 사업자가 되다 보니 ‘폭리’를 취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본사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30%든 50%든 수익을 마음껏 올리는 데 가맹점은 30%는커녕 20%, 심지어 최근 어떤 브랜드들은 10% 내외의 수익에 허덕이게 된 겁니다. 이쯤되면 본사 눈치만 보던 점주들도 슬슬 마음 속 죽창을 갈게 됩니다. ^^;; 


문제는 이런 상황을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성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행정·사법부가 모르는 척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가끔 뉴스로 접하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볼썽사나운 ‘갑을 분쟁’이 터진 겁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차액가맹금 공시가 실제와 다를 경우, 이를 ‘사기죄’로, 원부자재를 가맹점에 강매하면 ‘독점금지법’으로 단죄합니다. 이렇게 ‘차액가맹금’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것만 가지고도 몇 회분의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자~ 글이 너무 길면 읽기 곤란하니 오늘 글은 이걸로 끝!     

참~ 글 도입부의 그 가맹희망자분, 그 프랜차이즈 본사에 다시 가서 ‘차액가맹금’을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본사 직원이 무척이나 당황해하며 대충 얼버무리더라고 하더군요. 놀랍게도 이런 프랜차이즈 기업이 우리나라에 상당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도 동네에서 이용하는 친근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속에 숨어 있는 구질구질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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