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직하기 (1)

중소에서 대기업으로

by NatGeo

취직 한지 두달이 채 안 되어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백수 기간이 길었던지라, 회사 적당한 곳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2-3년 정도 열심히 일하고 이직 할 예정이였지만, 열등감이라는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왜 괜찮은 대학을 나온 내가 중소기업에서 노예 처럼 일하는가, 쥐꼬리만한 월급에 세금은 왜 한달에 천 달러씩이나 떼이는가 한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요새 왠만한 20대라면 다 하는 소리일수도..)


월 수입 0원이였던 백수의 절박함은 얼마가지 못했다.


고맙게도 이직 절차는 비교적 간단했다.


전에 말했다시피 헬스장에서 만난 대기업 매니저 친구가 이력서를 직접 꽂아줬고, 대학교 전공이 그쪽 업계였다. 이력서를 보낸지 하루만에 인터뷰가 잡혔다.


제일 큰 고민은 회사를 어떻게 째고 인터뷰를 하러가냐 였는데, 거짓말을 하기에 양심에 너무 찔려서 새벽 다섯시부터 일어나 아픈척 목소리를 연습하고 병가를 냈다 (지금은 태연하게 말하지만 그 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인터뷰 짬밥은 꽤 되었기에 그리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

난 21살때 운전 면허를 첨 따서 혼자서 렌트카를 빌리고 왕복 5시간 씩 인터뷰 보러 다녔다. 잡 포스팅이 없어도 지원하고싶은 회사 매니저 연락처 구글링 해서 전화로 구인 하시나요? 라고 묻곤 했다.


1차 인터뷰는 컨퍼런스 룸에서 부장급 직원들 8명과 대화식으로 진행되었고, 매니저 포지션인 만큼 시나리오에 따라 어떻게 행동할것인지 질문세례가 펄쳐졌다.


자칫하면 긴장감+뻘쭘함 가득한 인터뷰로 바뀔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향후 5년간 인생 목표가 뭐냐는 대답에 "Id like to have my name stenciled on that parking space outside" (회사 주차장에 내 이름이 박힌 전용 칸을 갖고싶다), 이 회사 우리 집에서 5분 거리라 최고다, 라는 둥 당장 일을 시작하고 뿌리 박겠다는 마음가짐 (단언컨대 미국에서 인터뷰만 100번 정도 본 것 같은데 이런 attitude 를 안 좋아하는 면접관을 본적없다)을 좋게봤는지, 1차 인터뷰 직후 바로 2차 현장 인터뷰가 잡혔다 (half-day work interview).


현장 인터뷰는 주중 아침였는데,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병가를 내고 회사를 쨌다.


사실 1차 인터뷰를 패스한 후 잡히는 현장 인터뷰는 팀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파악하는 자리였다.

함께 해주신 팀원 분들이 매우 호탕하셔서 무사히 마치고 공짜 점심을 먹고 퇴근을 했다 (전 직원에게 공짜 점심을 주는 복지 부터가 대기업이였다.)


며칠 후 잡 오퍼를 받자마자 나는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연봉이 다니고 있던 중소기업의 두배였다..


Salary negotiation (연봉 협상) 할 필요없이 바로 사인을 해 HR 에게 전달했고, 그렇게 나는 성공적으로 미국 중소기업을 탈출했다.


지금 돌이켜 봐도 중소기업을 두달만에 때려친 내 마인드 셋이 딱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23살 사회초년생이였던 내가 아주 용감했던것 같다. 내 자신을 믿고 한계로 밀어붙인 덕분에, 지금은 열등감없이, 세금이 40%씩 떼여나가도 안정적이게 살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그래도 여전히 캘리포니아 세금은 정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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