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진짜 가을은 오지 않았지만...
외국인으로서 그다지 치안이 좋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외출이 꺼려지는 서늘해진 밤이 힘들다 못해 고통스럽다.
그러고보니 한국에 있을때도 유난히 가을을 탔다.
시원한 가을바람에 괜시리 울적해지다가도 또 좋기도하다 낙엽을 쓸어모아 태우는 냄새가 섞인 커피 한모금에 또 시름을 놓기도 시름을 앓기도 하였다.
생각해보면 여름도 탔다.
여름 밤에는 잠들 수 없는 더위와 함께 끝없는 고독이 몰려왔다.
긴 밤을 그야말로 부여잡고 라디오도 부여잡고, 음악과 책을 오가는 반복을 서너번하다 늦은 새벽에야 겨우 잠을 청할 수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에어컨이 없었던 때, 고독이 아닌 더위의 고통 때문이었나 싶기도 하다..)
봄도 탔다.
바람이 살랑살랑 코끝을 간지리면 애 둘 있는 아줌마 가슴도 주책시리 괜히 함께 뛰었다.
봄엔 아주 어릴 때 보았던 겨울 나그네의 슬픈 감성이 큰 목련 꽃잎과 함께 뚝뚝 떨어졌다. 드라마 겨울 나그네는 새드엔딩에 주인공은 죽었던 걸로 기억하니 내게 봄은 이별의 계절이다.
그렇다고 겨울을 타지 않는것은 아니다.
초겨울 생일인 나는 겨울 좋아하면서도 증오했다.
상경 첫해에 맞은 서울의 적막한 겨울을 잊을 수 없다. 뼈를 파고드는 외로움과 첫 직장의 고단함과 사회생활의 배신감이 함께 몰려오는 가혹한 계절이다. 그 가혹함을 피해 남들보다 두 세배는 옷을 겹쳐입고 다녔던 듯하다.
세수를 하다 문득 생각해본다.
나의 외로움의 근원은 역시 엄마의 부재로 회귀된다.
유년시절이 그리고 10대가 조금 더 편한 생활이었더라면, 나는 모든 계절의 고독을 끌어안고 살진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사람의 성격은 변하지 않은 것이라 더더욱 천방지축 내 멋대로 고독을 즐기며 살았을까?
모르겠다.
살아보지 않은 날들에 대한 회한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이 더 많은 나이는 진즉 지나서인지 요즘따라 했더라면이 잦아진다.
아니면 조금 더 시들어가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가 코 앞에 있을때는 달라질까.
후회가 회한이 되어 응어리 지는 것이 아니라,,, 그 조차도 나로 끌어안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될까.
괜히 가을 타는 밤이다.
그리고 또 차마 말할 수 없는...고향이 그리운…
외로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