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은 분리수거였다지...
지리하던 십사일이 드디어 끝이 났다.
일분이라도 일찍 설레발을 쳐 부단히도 애쓰며 참아낸 지난 2주간의 시간이 헛되어질세라 12시 정각까지도 문을 열고픈 충동을 꾹꾹 눌러가며 기다렸다. 그러다 땡 함과 동시에 아침, 저녁 빨간 원으로 우리를 위협?하던 자가격리 앱을 우선 삭제, 그리고서 지난 2주간 삶의 질을 떨어뜨리던 어마 무시하게 쌓인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내디딘 땅을 밟았다. 그리고 아파트 커뮤니티에 그리고 이 사회에 연합될 수 있다는 공식적 의식, 분리수거에 동참할 수 있는 이 희열. 비닐은 비닐 포대에, 종이는 박스와 함께 차곡차곡, 유리병은 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플라스틱 병은 뚜껑을 얌전히 닫아서... 아... 분리수거라는 것이 이토록 감동적인 것이었나...
긴 시간을 들여 세심하게 분리수거를 끝내고 남편과 아들들은 발걸음도 가볍게 동네 편의점으로 향했다고 한다. 할머니 찬스로 한국 아이스크림을 맛보긴 하였으나 직접 가서 고르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게였지...
밤늦게 도착한 비행기로 인해 격리일이 하루 늘어났다가 정정되어 하루가 짧아진 바람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등산을 가시고, 우리는 또 발걸음 가벼웁게 시내행이다. 은행도 가고, 핸드폰도 하고, 동사무소 아 이젠 주민센터로 이름이 바뀌었지.. 여하튼~이제 미용실 차례~인데... 길에 왠 낯익은 얼굴이 보이고.. 아이들이 외친다. 할머니~~~ 세상에.. 몇 년 만에 만나는 할머니를 길에서 뵙다니.. 할머니와 아이들은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세상에!!! 만 외친다. 진짜 세상에~~
급하게 볼일 보러 가시는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다시 미용실 행이다.
남들은 모르는 해방의 기쁨에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아진다. 직원들이 묻지도 않은데 괜히 이말 저말 다 건네고 묻고, 또 묻고...
가족 아닌, 배달원 아닌,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고립되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를 기쁨과 감사일 테다.
저희는 격리를 무사히 마치고 이 사회에 귀속되었습니다.
비록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서로 간의 거리는 넓어졌지만, 함께해서 반갑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