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밤

아쉽지만 이젠 땅을 밟아야지.

by 이방인

한 달같던 일주일이 두번 지나고 드디어 자가격리 마지막 밤이다.

내일은 돈까스 집이며 화려한 조명으로 한껏 치장한 까페테리아에 그리고 무엇보다 벼르고 별렀던 미용실로 곧장 달려가리라 설레일거 같았는데 막상 격리 해제를 앞둔 마지막 밤은 고요하고 평범하다.



내일이면 저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고 있으리라!!!


몇 년만의 고국행도 늘 그렇다. 연초부터 다이어리 메모장에 정성스레 필요한 물품이며 먹고싶은 음식 리스트를 빼곡히 채우다 막상 공항에 도착해 훅 들어오는 습한 공기에 섞이 묘한 음식 냄새면 모든 욕구가 사라진다. 공항을 빠져나오는 길 초록나무에도 그렇다. 그러다 짜장면 한 그릇이면 당장 한국을 떠나도 여한이 없어질 듯 하고...




나고 자란 땅을 떠나는 것.

흡사 뿌리는 그대로 두고 가지만 잘리워 접붙이기 당하는 듯한 느낌. 그런데 접붙이기 당한 곳 땅의 토질은 내 고향의 것과 너무나 다르다. 그럼에도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며 가지를 뻗어 보았는데 그것이 참 가지인지, 아님 그 또한 뿌리가 연약했던 버석거리는 빈 가지인지도 분간이 안되어 버둥거렸던 일들..

평범한 것 같았지만 또 지난 일들을 곱씹어 보는 회한의 밤을 접어야겠다. 그리고...얼른 자야지. 그래야 내일이 빨리 오니까.

이것도 마지막이겠지~ 쌓인 구호식품 사이에 바깥을 열망하는 작은 아들... 저 숲 사이를 얼른 걸어보고 싶다는 아이의 뒷모습이 애처롭기도하고 재미있기도하고..

그래도 격리가 주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다.

집안에서 운동대신 절하기를 백번씩했던 추억.

여기는 한국이야!!!를 각성시켜준 떡볶이를 비롯한 각종 배달음식들!(배달 떡볶이라니~ 신세계였다~ 가격은 떡볶이가 아니었지만 ㅠㅠ)

문 앞에 놓여진 부모님의 사랑박스, 갇혀있던 시간이 아니면 볼 수 없었던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그리고 정원에 비치던 햇살, 치악산의 맑은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세심한 관리...(원주시청 수도과 000님, 보건소 000님 감사합니다~~ )

역시 고국이 좋다.

상처입고 회복된 내 나라가 아직 상흔이 남은 팔로 우리를 두팔벌려 환영해주니 좋다.

내일 만나요 여러분.. 아름다운 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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