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by 이방인

드디어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되는 아침을 맞는 시간이 왔다.

아직도 해는 뜨겁지만, 사실 이 뜨거운 해는 겨울에도 이어져가지만, 그래도 아침에 부는 시원한 바람이 반갑기만 하다.

바람이 선선해져오니 허파에도 이 선선한 바람이 든다.

한국같으면 슬쩍 차 몰고 교외로 빠져 낙엽지는 마당있는 까페에서 뜨신 커피 한잔 하겠지만, 그걸 못해본지가 벌써 십년이다. 그러니 집에서 내린 커피에 괜히 여름에는 제껴두었던 도서목록을 뒤적여본다.

그러다 눈에 띈 파커, 파머의 책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를 이북치고는 비싼, 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결제를 했다. 아직 도입부이지만... 다른 이북보다 비싼 이, 삼천원은 타국어를 한글로 깊이감있게 번역해준 번역가들에게 돌아가리라 믿는다.


책은 아흔이 넘어 더 이상 집필에 에너지가 없었던 작가의 소소한 생각들과 글귀를 짜임새 엮은 에세이다. 그들이 정한 에세이는 나이듦에 관하여.. 삶이 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자나, 일개 필부인 내가, 죽음앞에서 느끼는 동일한 감정때문이지 않을까. 세계 1위 부자인 빌 게이츠도, 삼성 이건희 회장도, 결국 혼자 맞아야하는 미지의 여행을 동일하게 앞둔 같은 조건의 사람들이라는 것에 왠지 고소한 (다른 표현을 아무리 생각해도 고소하다 외는 적절한 표현이 없다..)마음이 드는 건 내가 너무 유치한 걸까.



각설하고... 온전함이란 완전함이 아니라 부서짐을 삶의 총체적인 부분으로서 끌어안는다는 노작가의 고백이 경외롭다. 존경받는 교육자로 사회활동가로 신앙인으로 세계 여러언어로 번역되는 유명작가로 살아온 그가 자신의 울퉁불퉁한 삶이 완전치 않음을 , 나이듦과 죽음에 관해 지혜롭게 말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세상에 가르치는 사람이 많은때에, 지혜롭지 못함을 담담히 읊조리는 작가에게 더 신뢰감이 가는것은 그가 가진 죽음이라는 가까이 왔지만 전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면 족하리라 하는 작은 기대와 설렘이 나에게도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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