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나를 유혹하는 것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by 이방인

가을아침이다.

아직은 30도에 가까운 수은주이지만,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 시작된 지금, 드디어 사막에도 가을이 왔다.


학창시절부터 유난히 나는 가을을 더 탔다.

나뭇잎들에 색이 들어가고 선선한 바람이 깃들때..가 꼭 중간 고사 기간이었다.

봄은 그럭저럭 지나가는데 가을학기는 꼭 학점이 어디하나 비었다.

전공필수 3학점짜리를 과감하게 땡땡이 친다던가, 중간고사때 도서관 대신 멍하게 벤치에 앉아 시간을 떼운다던가...

특별한 것도 없는 잠시의 가을일탈이었다.


바람이 시원해지니 아.아 나 아. 라가 아닌, 진짜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가 당긴다... 아.. 유혹적인 커피내음이다..


커피 한잔과 함께 좋은 글을 읽으니, 나 또한 글이 쓰고 싶어진다.

이도 참 좋은 일이다. 그 출발선은 약간의 시기심과 질투, 나도 이만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교만과 자만일지라도 그래도 한때는 나는 할 수 없다, 훌륭하지 않으니 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겸손을 가장한 게으름에 있었던때를 탈피할 수 있으니 불경한 동기도 썩 나쁘지 만은 않다.

소설가 김영하씨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어 이건 나도 느낀건데...하는 일상적인 감정을 아주 매끈하고 세련된 그러나 아주 나와 동떨어진 너무나 지적이고 저 너머 학구적인 표현이 아닌 나보다 똑똑한 옆집아저씨가 친절하게 그의 경험과 생각을 조근조근 일러주는 듯하다. 그러면서 너도 이렇게 한번 네 생각을 표현해 봐...라고 글쓰기의 세계로 유혹(?)한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노장들의 글 또한 최근 빠진 것 중 하나이다. 아흔이 넘은 작가의 글들은 특유의 삶에 관한 통찰력과 미지의 여행을 앞에 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묻어난다. 그들은 절대 비관적이지 않다. 겸손하고 허락된 하루에 감사해한다.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몇 개 안되는 이 글자의 아름다운 조합이 너무나도 유혹적이다.


오랜 타향살이는 끊임없이 안정감을 추구하게 하지만 큰 마음을 먹지 않더라도 잠시동안의 일탈이 어렵지 않다.

깊어가는 가을은 영국의 리젠트 파크가 생각난다.

따뜻한 햇빛과 세찬 바람이 공존하던 밀레니엄 브릿지도 잊을 수 없다. (007 영화의 오랜 팬이었던 나는 영국에 꼭 가보고 싶었더랬다)약간의 더위 가운데, 시원한 그늘을 찾아 앉은 보스포루스 해협 앞에서의 아이란(터키 전통 음료, 요거트에 소금을 넣었다)맛도 그립다. 마실땐 음... 했지만.

이십대 초반의 가을을 보냈던 내 고향 낙동강변의 가을이 가장 그립다. 지금 중동의 한 가운데 있는 나에게 가장 유혹적인 것은, 그치만 닿을 수 없이 계속 동경하게 만드는 것은, 한국의 단풍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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