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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오루 Jan 12. 2023

KBS 2021 드라마 스페셜<희수> 비평

현실과 가상세계 그 사이에서

2021 KBS 드라마 스페셜 <희수>

<희수>는 여섯 살 난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부모가 하루하루 의욕도, 목적도 없이 살아가다가, 지인의 도움을 통해 VR로 딸을 복원시키게 되며 생기는 이야기를 다룬다. VR로 구현된 딸에게 엄마 '주은'은 광적으로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점점 현실보다 가상세계 안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희수 AI'는 현실의 부모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학습하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산출해낸다. 주은이 원하던 대답한 하던 희수 AI는 중반 이후부터는 자유의지를 가지며 엄마의 말을 거부하거나 투정을 부리는 등의 행위를 하는, '진짜 6살의 아이'가 된다. 허나 희수 AI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주은에게 태훈의 바람 행위를 폭로하기도 하고, 주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결국 '별사마', AI 프로그램은 한 가정 자체를 파탄내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했다.

      

 - 인공지능의 경고

 <희수>에서 나온 AI 인공지능은 이 갈등의 중심에 서있는 존재이다. 겉으로는 '희수'의 빈 자리를 채우는 듯 하나, 뒤에서는 개발자의 복수심을 안은 채 태훈의 외도 사실을 폭로하는 간사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AI에게 휘둘리며 주은은 가상의 인물을 정말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며 어딜 가든 품 안에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 섬뜩한 느낌을 준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구분짓는 벽(울타리)에서 주은을 이쪽으로 유도하는 AI의 모습을 보며 AI가 한 사람을 타락시키는 악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이야기와 더불어 광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인물을 전소민 배우가 잘 연기해내며 조금 어색할 수도 있었던 부분을 잘 살려냈다. 현재 메타버스라는 기술 등들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최근 나온 기술인 만큼 잘 활용되지 않았던 소재이기도 하여 보는 동안 신선한 느낌을 계속해서 주는 좋은 기능을 했다.    

 


 - 섬세한 각본, 세밀한 연출의 집합체

  특히 이 드라마 각본은 상당히 섬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주은이 쫓던 닿을 수 없던 이상, 그리고 결국 닿았던 건 타락의 끝이었음을, 각 씬들의 빌드업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잘 그려냈으며 위에서 서술했 듯 마지막 장면에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짓는 선을 연상시키는 연출을 통해 마무리지었다. 이외에도 주은이 준범을 찾아와 AI 희수를 조금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바꿔달라 하자 카메라가 준범의 의미심장한 웃음을 비추며 '떡밥' 등을 남기는 모습 또한 존재했다. 허나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준범의 이런 모습을 조금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억지로 떡밥을 뿌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플래그들은 지나가듯 보여준 것이 이후 영화의 결말에서 풀어줘야 더욱 효과적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데, 억지로 플래그를 넣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조금 아쉬웠던 드라마였지만 '시네마'가 아닌 영화와 드라마 중간 지점에 놓인 'TV 시네마'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번 볼만한 정도의 드라마였다.


     

 - 총평

 준수한 연기력과, 준수한 연출, 준수한 각본이 합쳐 만들어진 삼위일체의 TV 시네마. 각 장면마다 숨겨져 있는 의미들을 찾는 재미 또한 존재하며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였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었던 마지막 현실과 가상의 구분선 장면은 공업화되어버린 한국 드라마 산업에서 하나의 희망을 본 듯 했다. 현 드라마 산업은 시청자들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만이 가득했는데, 최근 <희수>와 비슷하게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들이 현 한국 드라마의 미래를 밝게 바꿔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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