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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티브스피커 May 29. 2024

현재진행형 "김완선"

2023 김완선 콘서트 "MUSIC"



https://youtu.be/N2w4LTy8-XI

[김완선TV]2023 김완선 콘서트 ‘MUSIC’ in SEOUL Teaser


작년에 tvN에서 방영된  '댄스가스유랑단'을 몇 번 보게 됐다. '이효리'와 '김태호'의 기획에 수긍이 갔고, 좋은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최고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 인정된 참가자들은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다. 그야말로 각 시대의 아이콘이라기에 손색이 없는 면면이다. 프로그램에 짬짬이 나오는 현재 그들의 공연 모습을 보는 중 내 감성을 자극한 사람은 바로 '김완선'이었다. 여전히 짱짱하고 아름다운 음색, 새들의 깃털을 부풀리는 바람처럼 가볍고 강물이 흐르듯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춤과 퍼포먼스.... 아.름.다.웠.다. 그를 계.속. 보고 싶었다.

 댄스 가수 계보를 잇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전국을 돌며,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다양한 팬들을 직접 대면하고 함께 즐기는
전국 투어 콘서트 이야기를 담는 프로그램
- '댄스가수유랑단' 홈페이지 설명


그러나 '김완선'을 볼 때마다 겹쳐지는 모습이 있다. 작년에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나와서 했던 고백들이다. 10대 중반부터 13년을 메니저인 이모에게 훈련과 관리라는 미명하게 가스라이팅과 학대 속에서 지냈던 세월과 금전적인 착취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후 이모에게서 뛰쳐나와 계속 가수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사이 이모는 죽었고 그 시절의 기억과 해결되지 않은 아니 해소되지 않은 상처들 때문에 오랫동안 그 시간에 묶여 있었다는 고백이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던 무대의 주인공들이 실제로는 행복하지 않았다는 고백을 들을 때마다 무척 안타깝다. 김완선의 노래와 춤은 내게는 오랫동안 막연하게나마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움과 세상사에 초월한 듯한 가벼움이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김완선의 실제 삶은 그것과는 완전히 반대였다니 뭔가 부조리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면서 마음 아팠다. 가장 빛나 보이던 시절 가장 불행했을 어린 김완선을 생각하면서.


하지만 또한 김완선은 한 시대를 압도한 레전드 가수이면서 현재진행형 아티스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노래로 그 시절의 김완선마저 보듬고 그 아픔과 회복을 세상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성숙한 아티스트다.


https://youtu.be/jhQnJuSFP10

김완선 TV, 'open your eyes' MV


김완선은 17살의 김완선을 안아주고 손을 잡고 세상밖으로 나오기 위해서 직접 만든 'open your eyes'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다음과 같은 곡 설명을 달았다.


17살의 김완선에게 이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자고 손을 내민다.
오랫동안 겁먹고 굳게 감았던 두 눈을 크게 뜨고,
지금의 나와 세상을 바라봐도 괜찮다고.  
이제는 안전하다고. 즐거운 곳이라고.
앞으로는 혼자 남겨 두지 않겠다고.
함께 손잡고 이 아름다운 세상을 소풍처럼 즐기자고.
- 김완선 -
('open your eyes' 곡 설명 중)



지난 연말 처음으로 김완선의 단독 콘서트에 갔다. 1986년 김완선이 데뷔한 지 자그마치 37년 만이다. 장충체육관의 열기는 뜨거웠다. 김완선의 오랜 팬들이 다 모인 것 같은 뭔가 따뜻하고 흥분되는 파티 분위기에 내가 초대받은 느낌이었다. 무대 위의 김완선은 내가 기대한 바로 그 김완선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빛나는 별이었다. 그렇지만 후끈했던 퍼포먼스를 마치고 마이크를 잡은 김완선은 뜻밖에 "직장인의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회사원이 매일 회사에 출근하듯 가수로서의 일을,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 말에 바로 공감이 갔다. 스타로서 인기와 명성의 꼭대기에 머무는 시간, 대중의 눈에 자주 보이는 시간은 누구나 길지 않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들의 가수나 배우로서의 삶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 시기가 지나도 그들은 가수이고 배우다. 내가 보지 못했을 뿐 그들은 어딘가에서 묵묵히 그들의 일을 했고 그들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 공간이 황금 시간대 TV 프로그램이나 수만 명이 지켜보는 무대일 수도 있겠으나 언제 발매될지 모를 곡이 쌓여 있는 작업실 컴퓨터 앞일 수도 있고 서울 외곽 7080 카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줄곧 평생 그들의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김완선은 누구보다 성실한 직업인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음반을 발매했고 그때마다 음악적으로나 공연예술적으로나 새로운 시도를 해 왔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꾸준히.


https://youtu.be/X5DM2xqdPOo

김완선TV, 2020- High Heels MV


https://youtu.be/lp1B3mPzLJc

김완선TV, Here I AM MV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세번째 노래)


https://youtu.be/NCFgWex8gJA

JYP Entertainment  JYP Entertainment, 박진영 (J.Y. Park) "Changed Man" M/V


김완선이 그림을 그린다는 건 방송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런데 2022년 화가로 데뷔해서 전시회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 알게 됐다. 뮤지컬 '프리다' 공연장에 김완선이 '프리다 칼로'를 그린 'i hope'이라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는데 프로 화가인 줄은 몰랐다. 김완선은 주로 자화상을 그리는데 그러면서 자신을 잃고 살았던 시간들을 메워 가는 것 같다.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치유를 받았다고 한다.


 “자화상 그리는 것 자체가 힐링의 과정이에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치유가 되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위로하는 것 같고, 잃어버렸던 것을 보상받는 거죠.”
(조선일보, 정지섭, 2020.08.25)



김완선, i hope





힘들고 외로운 시간들을 버텨 내고 이제 몸과 마음이 일치된 나이에 접어든 김완선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면서 가끔 노래하는 김완선과 노래를 듣는 내가 서로를 어루만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김완선의 가수로서의 다음 행보가 여전히 기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지랖 넓게도 김완선의 무대만큼 김완선의 삶도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Who's the queen of queen?"김완선"




Who's the queen of queen?"김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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