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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낫낫 Nov 05. 2024

모르는 척해주세요

모순분자

온라인에 내 흔적들을 지워가고 있다.

내가 특정되는 글들은 보이는 죽죽 지우고 있다.

딱히 민감하거나 부끄러운 내용도 아니었다.


그저 나의 일부를 아무렇게나

방치해 둔 거 같단 생각에

나름의 뒷수습을 하는 중이다.


몇 안 되는 하찮은 조각들이

나로 대변되는 게 싫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기엔 또 글을 남기고 있다.

필사적으로 잊히고 싶다면서

말은 하고 싶은가 보다.


비겁한가?


아니,


자유롭고 싶은 거다.



유명해지고 싶고,

관심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요즘은 많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난 정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다.

이목이 집중된 인생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사절이다.


반에 같은 이름의 친구들이

2~3명씩은 항상 있었던

지극히 평범한 이름을 가진 나는,

내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든다.


평범한 이름 덕에,

사람들은 나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다행히 생김새도 평범 그 자체다.)

SNS를 검색해도 나를 찾긴 어려울 거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알고 있고,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제약받는 느낌이다.


말조심을 해야 하고,

행동거지를 단속해야만 할 것 같다.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의식적으로 무시하는 것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SNS들을 지운 이유도 있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유롭게 글을 쓸 수가 없다.


진실은 숨기고,

잘 보이고 싶은 피상적인 글만 쓸 것 같다.


이곳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다행히 이곳은 네트워킹은 없는 것 같아

우주의 먼지처럼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무어라 외치든 대꾸하는 이 없겠지.


혹시 저를 아는 분이 계시더라도

그냥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 주세요.

아... 라이킷은 좋아요.


모순분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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