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분자
온라인에 내 흔적들을 지워가고 있다.
내가 특정되는 글들은 보이는 죽죽 지우고 있다.
딱히 민감하거나 부끄러운 내용도 아니었다.
그저 나의 일부를 아무렇게나
방치해 둔 거 같단 생각에
나름의 뒷수습을 하는 중이다.
몇 안 되는 하찮은 조각들이
나로 대변되는 게 싫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기엔 또 글을 남기고 있다.
필사적으로 잊히고 싶다면서
말은 하고 싶은가 보다.
비겁한가?
아니,
자유롭고 싶은 거다.
유명해지고 싶고,
관심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요즘은 많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난 정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다.
이목이 집중된 인생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사절이다.
반에 같은 이름의 친구들이
2~3명씩은 항상 있었던
지극히 평범한 이름을 가진 나는,
내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든다.
평범한 이름 덕에,
사람들은 나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다행히 생김새도 평범 그 자체다.)
SNS를 검색해도 나를 찾긴 어려울 거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알고 있고,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제약받는 느낌이다.
말조심을 해야 하고,
행동거지를 단속해야만 할 것 같다.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의식적으로 무시하는 것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SNS들을 지운 이유도 있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유롭게 글을 쓸 수가 없다.
진실은 숨기고,
잘 보이고 싶은 피상적인 글만 쓸 것 같다.
이곳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다행히 이곳은 네트워킹은 없는 것 같아
우주의 먼지처럼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무어라 외치든 대꾸하는 이 없겠지.
혹시 저를 아는 분이 계시더라도
그냥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 주세요.
아... 라이킷은 좋아요.
모순분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