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추억 소환
에어팟을 깜빡한 날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자연스럽게 음악을 재생했겠지만,
그날은 아무 소리 없이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은 놀랄 만큼 조용했다.
사람들은 모두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각자 다른 주파수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러다 문득—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들렸다.
타닥,
타닥.
그 소리가 너무 선명해서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나만,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익숙한 빗소리였다.
그런데 너무 오랜만이라서일까.
그 익숙함이 낯설고도 반갑게 다가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릴 적의 버스는 꽤 시끄러웠다.
기사님이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가 늘 흘러나왔고,
혼잣말 같은 푸념도 추임새처럼 들렸다.
“기사님, OOO 가요?”
버스는 늘 그렇게, 말로 시작됐다.
버스토큰을 넣는 소리,
촤르르 거슬러지던 동전 소리.
그 모든 것이 버스 안의 소리였다.
이제는 듣기 어렵다.
카드를 찍는 ‘삑’ 소리,
정차 버튼, 자동 안내 방송.
아날로그의 소리는 어느새 조용히 사라졌다.
우리는 노이즈를 캔슬링 하며
세상의 시끄러움을 정리했지만,
그 안에서 살아 있는 소리들까지
지워버린 건 아닐까.
그날 아침,
타닥타닥.
빗방울 소리는
나에게만 들렸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