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행복
간만에 7킬로미터를 뛰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땀에 젖은 티셔츠가 등짝에 찰싹 붙고,
손엔 핸드폰 하나. 지갑은 두고 나왔었다.
평소엔 아무것도 없던 교차로에
과일이랑 야채를 파는 좌판이 깔려 있었다.
처음엔 오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격표에는 “6개 3천 원.”
딱 봐도 착한 물건인데,
현금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에 가까워질수록 그 오이가 자꾸 생각났다.
싱그런 초록에 곧게 뻗은 자태,
시원한 물결처럼 퍼지는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오늘 같은 날엔,
오이 하나 깎아 먹으면
갈증이 싹 사라질 것 같았다.
결국 다시 돌아갔다.
“아저씨, 계좌이체도 되나요?”
“그럼~ 여기 적힌 대로 보내면 돼!”
(무려 카카오뱅크를 쓰시는 트렌디한 아저씨!)
오이를 담는 동안,
아저씨가 슬쩍 말했다.
“아가씨, 참외도 하나 먹어봐.
성주 참외야. 엄청 달아~”
성주 참외라는
빨간 스티커가 붙어 있고,
윤기 나는 노란 껍질에,
탱글탱글 실해 보이는 참외였다.
근데… 좀 비싼데?
망설이던 그 순간,
마음의 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고작 참외 하나에 망설여?
이 정도는 너 자신한테 사줘도 되는 거 아냐?‘
“에잇! 참외도 주세요!”
묵직한 검은 봉지를 들고 집에 가는 길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며칠은 냉장고에 처박아 두고 잊고 있었다.
그리고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오늘,
갑자기 그 참외가 생각났다.
오늘 하루 고생한 나를 위해,
예쁘게 슬라이스 해서 접시에 담고,
올리브 오일과 후추도 뿌려주었다.
(실은 안 달 수도 있겠단 의심에
소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로(!)
참외는 놀랄 만큼 달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날,
내가 다시 사러 간 건
참 잘한 일이었다.
오늘도 수고했다.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