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덕후의 과학-기술 소개
작은 세계를 위한 물리학, 양자역학
역사 이래로 물리학이론은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나왔지만, 오늘날까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을 2가지 꼽자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일 겁니다. 모든 모호한 이름을 가진 학문들이 그렇듯이, 이 둘이 내는 결론은 상당히 많은 오해를 낳아왔으니까요. 이 오해들은 비전공자들에게 인용되어 또다른 오해를 양산하기 마련이었죠. 물리학의 전통에 기반하지 않은 배경에서 해석되는 사례들도 부지기수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학부수준의 양자역학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한 페이지 분량으로 양자역학의 정수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양자 역학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라는 개념과 <역학>이라는 개념을 따로 생각해야합니다. 사실 두 개념 다 너무나 어렵고 역사적 맥락도 복잡한 것들인데요. 제가 지금까지 내가 본 글은 <양자>를 설명함으로써 현대물리학을 알리려고 시도했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반대로 <역학>의 특수한 형태가 <양자역학>라는 점에서 출발하고 싶습니다.
역학이 뭘까요?
<역학>이라는 것은 간단히, 어떠한 계(system)가 왜 그러한 상태로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것들입니다. 일종의 썰이라고 보시면 편합니다. 쟤들이 왜 움직이는지, 왜 가만히있는지, 왜 돌고있는지 등등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썰'이랄까요?
과학사에서 주목하는 첫번째 썰은 그 유명한 뉴턴의 썰입니다. 이 뉴턴의 방식으로부터 시작되어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 전까지의 역학을 고전 역학이라고 부릅니다. 고전 역학에서 다루는 계는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1)계가 질량을 가진 점 입자(혹은 점입자의 집합)로 구성되어 있다.
2)그 점 입자의 위치를 좌표를 통해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고전 역학 역시도 3개의 썰로 구분됩니다.(여기서부터 낯선 내용에 힘들어 하실 것 같네요.) 힘-질량-가속도의 벡터로 설명한 뉴턴 역학이 하나이고, 운동량과 위치(혹은 에너지와 시간)라는 측정가능한 값의 관계를 파악하면 어떻게 운동하는 지 알 수 있다는 해밀턴 역학, 그리고 계의 운동이 어떤 특정한 원리에 의해서 지배된다고 생각하고, 그 원리에 해당하는 방정식을 풀기만 하면 운동을 알 수 있다는 라그랑지안 역학이 있습니다. (*이 원리를 최소 작용의 원리라고 부릅니다.)
굉장히 어려운 세가지를 소개했지만, 좀 허무한 결론이 나옵니다. <고전 역학>아래에서는 3가지 썰이 모두 같은 같은 얘기입니다. 즉, 코끼리의 앞다리와 코와 뒷다리를 모두 만져봤지만 결국은 코끼리였다는 뜻이랄까요. 고전 역학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풀어도 같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머리 아프게 이 세 가지 방법을 소개했을까요?
아까 고전 역학에서 다루는 계가 질량을 가진 점입자, 그리고 점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만약 이러한 계가 아닌, 다른 성질을 가진 계라면, 뉴턴, 해밀턴, 라그랑지안 역학 중에서 특정한 한 방법만이 계를 설명하기에 편리할 수 있습니다.
이미 눈치챈 분들이이 있겠지만, <양자 역학>은 바로 그 다른 성질을 가진 계입니다. 양자 역학이 다루는 계가 <고전 역학>과 구분되는 점이 이것입니다. 점 입자가 아닌 파동(그것도 여러가지 파동이 복잡하게 중첩된 파동)을 다룹니다.
파동이라는 것은 공간상에 퍼져있기 때문에, 이 파동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다루기에 애매해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 눈으로 보는 사물들이 어떻게 파동이란 말인지? 파동을 왜 설명해야하는지가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양자 역학은 사물이 매우 작아서 원자와 전자에 근접한 사이즈가 되면, 사물들이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양자 역학 역시 설명하는 관점이 두가지입니다. 계를 파동이라는 현상으로 보는 관점과, 그 계의 위치-운동량, 에너지-시간의 특정한 상태에 집중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각각 전자는 슈뢰딩거의 파동역학, 후자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 역학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두가지는 완전히 같다는게 밝혀졌습니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과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은 둘 다 결국 고전역학의 해밀턴 역학에서 이어집니다. 파동과 같이 행동하는 녀석의 운동을 이해하기에 적합한 썰은 바로, 해밀턴 역학인 겁니다. 마치 코끼리의 코에 주목한 사람이 다양한 아기 코끼리와도 잘 교감하는 느낌이랄까요..? 같은 고전역학이라도 뉴턴의 방법은 양자역학에서는 제법 안 통하게 됩니다.
특히 위치와 운동량의 관계에 주목하는 해밀턴 역학이, 위치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파동성과 만나면, 위치-운동량이 특수한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측정 가능한 양인 위치-운동량의 이 특수한 관계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라고 부릅니다. 이 원리는 양자 역학에서 다루는 계로부터는,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데요. 또 한가지 더 추가해서 위치를 꽤 정확하게 측정하면 운동량은 반대로 굉장히 불확실해지게 됩니다.
예를들면 <양자 역학>에 지배되는 전자(electron)의 위치를 되게 정확히 측정하면, 운동량은 거의 알 수 없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꽤 정확하게 알면, 그 에너지에 해당하는 시간은 매우 모호해집니다. 어떤 양이든 확실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이야말로 숱한 비전공자의 오해를 낳는 문장이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어떤 것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문장이, 얼마나 많은 문학적인 낭만을 부추겼을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눈으로 볼수 있는 세계는 고전 역학으로 설명하기에 적합한 세계이고, 결과적으로 저 정도 불확실성은 거의 없는 셈쳐도 될 정도입니다. 큰 코끼리의 다리를 보나 몸을 보나 엉덩이를 보나 앞뒤가 꽉꽉 채워지는 건 똑같은 것처럼...
불확실성을 전제로하는 양자 역학으로 설명하기 좋은 것은 따로있습니다. 바로 작은 세계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양자역학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습니다. 예를들면 수소 원자, 전자, 금속, 기타 등등의 원자와 관련된 세계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방법이 바로 양자 역학입니다. 이러한 계에서는 고전 역학을 들이밀면 오히려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맺는 말로, 현대 문명을 지배하는 수많은 기가 막힌 발명품들은 이 양자 역학에 근거를 두고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오늘날의 기술은 원자 사이즈 정도로 움직이는 <전자>를 통제하면서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지만 이 통제법은 바로 양자 역학이 기본입니다. 컴퓨터에 쓰이는 반도체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핸드폰과 TV의 액정과 디스플레이, 태양광, 수많은 회로와 핵 기술 등등등... 물리학 전공자가 초기 반도체 메모리/컴퓨터 등의 첨단 기술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