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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Jun 11. 2018

양자역학이 뭐예요?

물리 덕후의 과학-기술 소개


작은 세계를 위한 물리학, 양자역학


1. 논란의 중심, 양자역학

역사 이래로 물리학이론은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나왔지만, 오늘날까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을 2가지 꼽자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일 겁니다. 모든 모호한 이름을 가진 학문들이 그렇듯이, 이 둘이 내는 결론은 상당히 많은 오해를 낳아왔으니까요. 이 오해들은 비전공자들에게 인용되어 또다른 오해를 양산하기 마련이었죠.  물리학의 전통에 기반하지 않은 배경에서 해석되는 사례들도 부지기수인것 같습니다.

엮지 말아줘...


그래서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학부수준의 양자역학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한 페이지 분량으로 양자역학의 정수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2. 뭔가 특수한 역학, 양자역학

양자 역학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라는 개념과 <역학>이라는 개념을 따로 생각해야합니다. 사실 두 개념 다 너무나 어렵고 역사적 맥락도 복잡한 것들인데요. 제가 지금까지 내가 본 글은 <양자>를 설명함으로써 현대물리학을 알리려고 시도했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반대로 <역학>의 특수한 형태가 <양자역학>라는 점에서 출발하고 싶습니다.


역학이 뭘까요?


3. 운동에 대한 썰, 역학

 <역학>이라는 것은 간단히, 어떠한 계(system)가 왜 그러한 상태로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것들입니다. 일종의 썰이라고 보시면 편합니다. 쟤들이 왜 움직이는지, 왜 가만히있는지, 왜 돌고있는지 등등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썰'이랄까요?

과학사에서 주목하는 첫번째 썰은 그 유명한 뉴턴의 썰입니다. 이 뉴턴의 방식으로부터 시작되어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 전까지의 역학을 고전 역학이라고 부릅니다. 고전 역학에서 다루는 계는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1)계가 질량을 가진 점 입자(혹은 점입자의 집합)로 구성되어 있다.

2)그 점 입자의 위치를 좌표를 통해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 

뉴턴 할배의 관점은 역학의 방법 중 하나


4. 3가지 다른 맛의 고전역학

그런데 고전 역학 역시도  3개의 썰로 구분됩니다.(여기서부터 낯선 내용에 힘들어 하실 것 같네요.) 힘-질량-가속도의 벡터로 설명한 뉴턴 역학이 하나이고, 운동량과 위치(혹은 에너지와 시간)라는 측정가능한 값의 관계를 파악하면 어떻게 운동하는 지 알 수 있다는 해밀턴 역학, 그리고 계의 운동이 어떤 특정한 원리에 의해서 지배된다고 생각하고, 그 원리에 해당하는 방정식을 풀기만 하면 운동을 알 수 있다는 라그랑지안 역학이 있습니다. (*이 원리를 최소 작용의 원리라고 부릅니다.)


굉장히 어려운 세가지를 소개했지만, 좀 허무한 결론이 나옵니다. <고전 역학>아래에서는 3가지 썰이 모두 같은 같은 얘기입니다. 즉, 코끼리의 앞다리와 코와 뒷다리를 모두 만져봤지만 결국은 코끼리였다는 뜻이랄까요. 고전 역학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풀어도 같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머리 아프게 이 세 가지 방법을 소개했을까요?

아까 고전 역학에서 다루는 계가 질량을 가진 점입자, 그리고 점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만약 이러한 계가 아닌, 다른 성질을 가진 계라면, 뉴턴, 해밀턴, 라그랑지안 역학 중에서 특정한 한 방법만이 계를 설명하기에 편리할 수 있습니다.


5. 뭔가 다른 세계, 양자역학

이미 눈치챈 분들이이 있겠지만, <양자 역학>은 바로 그 다른 성질을 가진 계입니다. 양자 역학이 다루는 계가 <고전 역학>과 구분되는 점이 이것입니다.  점 입자가 아닌 파동(그것도 여러가지 파동이 복잡하게 중첩된 파동)을 다룹니다.


아니, 이보시오 파동이라니?


파동이라는 것은 공간상에  퍼져있기 때문에, 이 파동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다루기에 애매해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 눈으로 보는 사물들이 어떻게 파동이란 말인지? 파동을 왜 설명해야하는지가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양자 역학은 사물이 매우 작아서 원자와 전자에 근접한 사이즈가 되면, 사물들이 파동처럼 행동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6. 양자역학과 해밀턴 역학

그런데 사실 양자 역학 역시 설명하는 관점이 두가지입니다. 계를 파동이라는 현상으로 보는 관점과, 그 계의 위치-운동량, 에너지-시간의 특정한 상태에 집중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각각 전자는 슈뢰딩거의 파동역학, 후자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 역학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두가지는 완전히 같다는게 밝혀졌습니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과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은 둘 다 결국 고전역학의 해밀턴 역학에서 이어집니다. 파동과 같이 행동하는 녀석의 운동을 이해하기에 적합한 썰은 바로, 해밀턴 역학인 겁니다. 마치 코끼리의 코에 주목한 사람이 다양한 아기 코끼리와도 잘 교감하는 느낌이랄까요..? 같은 고전역학이라도 뉴턴의 방법은 양자역학에서는 제법 안 통하게 됩니다.


특히 위치와 운동량의 관계에 주목하는 해밀턴 역학이, 위치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파동성과 만나면, 위치-운동량이 특수한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측정 가능한 양인 위치-운동량의 이 특수한 관계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라고 부릅니다. 이 원리는 양자 역학에서 다루는 계로부터는,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데요. 또 한가지 더 추가해서 위치를 꽤 정확하게 측정하면 운동량은 반대로 굉장히 불확실해지게 됩니다.

예를들면 <양자 역학>에 지배되는 전자(electron)의 위치를 되게 정확히 측정하면, 운동량은 거의 알 수 없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꽤 정확하게 알면, 그 에너지에 해당하는 시간은 매우 모호해집니다. 어떤 양이든 확실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7. 작은 세계를 위한 역학, 양자역학!

위에서 설명한 내용이야말로 숱한 비전공자의 오해를 낳는 문장이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어떤 것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문장이, 얼마나 많은 문학적인 낭만을 부추겼을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눈으로 볼수 있는 세계는 고전 역학으로 설명하기에 적합한 세계이고, 결과적으로  저 정도 불확실성은 거의 없는 셈쳐도 될 정도입니다. 큰 코끼리의 다리를 보나 몸을 보나 엉덩이를 보나 앞뒤가 꽉꽉 채워지는 건 똑같은 것처럼...


불확실성을 전제로하는 양자 역학으로 설명하기 좋은 것은 따로있습니다. 바로 작은 세계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양자역학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습니다. 예를들면 수소 원자, 전자, 금속, 기타 등등의 원자와 관련된 세계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방법이 바로 양자 역학입니다. 이러한 계에서는 고전 역학을 들이밀면 오히려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어려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맺는 말로, 현대 문명을 지배하는 수많은 기가 막힌 발명품들은 이 양자 역학에 근거를 두고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오늘날의 기술은 원자 사이즈 정도로 움직이는 <전자>를 통제하면서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지만 이 통제법은 바로 양자 역학이 기본입니다. 컴퓨터에 쓰이는 반도체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핸드폰과 TV의 액정과 디스플레이, 태양광, 수많은 회로와 핵 기술 등등등... 물리학 전공자가 초기 반도체 메모리/컴퓨터 등의 첨단 기술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랄까요.

디스플레이는 양자역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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