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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Jun 19. 2018

달리는 사람은 시간이 천천히 간다: 상대성이론

물리 덕후의 과학-기술 소개

드디어 논란의 '그 이론'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상대성이론은 물리학에서 가장 논란이 많고 오해도 많은 이론일 겁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어렵기 때문이죠. 이해도 어려운데 설명도 어렵습니다. 되게 철학적인 물음까지도 낳는 이론이랄까요. 


특수 상대성 이론은 속도가 무진장 빠른 세상을 설명합니다.

상대성 이론은 두 갈래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것은 <특수 상대성 이론>입니다. 이제부터는 상대성이론이라고 하면 그냥 특수상대성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우리는 속도가 변하지 않고 일정한, 그치만 무지 빠른 세상을 가정합니다. 적당히 느리고, 적당히 큰 세상을 설명하는 방법은 고전역학이라고 부릅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초고속 세상을 설명하는 특수 상대성 이론,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1. 상대성이론의 전제 첫 번째: 누가 어디서 봐도 빛의 속력은 같다.* 

누가 어디서 보더라도, 설사 달려가면서 빛을 보더라도 빛의 속력은 동일합니다. 예를 들면 저와 제 친구가 서로 멀어지면서 흩어진다고 합시다. 이때 빛 쪽으로 열심히 달려가는 제가 봐도, 빛 쪽에서 멀어지고 싶은 친구가 봐도 빛의 속력은 똑같습니다.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

내가 보나 친구나 보나 빛의 속력은 같다.

이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일상에선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와 제친구가 이번엔 서로 마주보면서 달려올 때를 생각해봅시다. 제 입장에선 친구가 실제 달리는 속도보다 더 빨리 가까워지는 걸로 보입니다. 왜냐면 동시에 제가 그만큼 친구에게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친구가 더 빨리 제게로 온다고 느낍니다. 이것을 상대속도라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달려가면, 더 빨리 가까워지는 것은 상식

반대로 이번엔 제가 가만히 있고, 친구가 멀어진다고 생각해봅시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친구지만, 저는 마치 제가 뒷걸음친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어차피 내가 멀어지나 니가 멀어지나 제 입장에서 멀어지는 것은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빛은 다릅니다. 어디서 봐도 똑같은 속력으로 움직입니다. 제가 빛의 속력에 가깝게 달려도, 빛의 속력은 빛의 속력으로 똑같이 보입니다.



2. 어떻게 그런 전제가! 빛이 특별하기라도 하단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사실 빛은 특별 그자체입니다.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우리가 상식적이라고 믿던 상대속도를 사용했었습니다. 내가 가까이 가는 만큼, 빛의 속력도 빠르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빛이 평범하다고 생각한 상대 속도 규칙을 <갈릴레오 규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빛이 특별하다는 전제를 깔았습니다. 빛의 속력은 누가 봐도 불변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상대 속도 규칙이 필요해지겠습니다. 이 규칙을 <로렌츠 변환>이라고 부릅니다. 로렌츠 변환은 빛의 특별함을 고려한 규칙입니다. 이 새로운 규칙으로 내가 보는 속도와 친구가 보는 속도의 상관관계를 밝힐 수 있습니다. 마치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에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처럼, 내가 보는 세상과 너의 세상을 번역해주는 규칙입니다.

내 세상과 너의 세상을 이어주는 번역기, 로렌츠 변환



3. 상대성이론의 전제 두번째: 물리 법칙은 어디에서나 성립한다. 

제가 보는 세상에서나, 친구가 보는 세상에서나, 물리 법칙은 변해선 안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서울에서, 태양에서, 달에서, 물리 법칙이 다 다르다면, 이건 법칙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녀석되지 않을까요? 백화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화폐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뒤집어 생각해봅시다. 상대성이론은 물리 법칙에 조건을 부여합니다. 최소한 <물리 법칙>이라고 불리려면 내가 보는 세상에서나, 친구가 보는 세상에서나 변하지 않는 방정식이어야합니다. 쉽게 변한다면 그건 그냥 상품권입니다. 우리가 화폐라고 부르는 것이 한국 어디에서나 통용되야하는 것과 같습니다.



4. 새로운 번역 규칙을 적용한 물리 법칙 업데이트

낡은 규칙 아래서 성립하던 물리 법칙이, 새로운 규칙을 따라서도 성립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새로운 번역 규칙, 로렌츠 변환이 사용될 때 어디서든 물리 법칙이 같아야한다면?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 의문을 던진 지점입니다. 그러면 기존의 갈릴레오 규칙을 쓸 때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5. 달리는 기차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 

제가 달리는 기차 안에 있으면 바깥 세상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만약 친구가 기차 밖에서 시계를 본다면 서로의 시간이 다르게 가게 됩니다. 어느 쪽의 시간이 옳냐고요? 아인슈타인은 둘다 옳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양쪽에게 물리 법칙이 동등하니까,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간이 상대적이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의 기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합니다.

곰이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것이 분명하다.



6.  달리는 사람의 길은 짧아진다.

제가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면, 내가 떨어지는 지구는 납작하게 보이게 됩니다.(물론 그걸 체감할 수는 없겠지만 ㅎㅎ) 아마도 엄청난 속력으로 떨어지는 운석은 지구를 더 납작하게 느낄 것입니다.


특수 상대성이론의 증거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우주에서 떨어지는 입자 뮤온인데요. 이 뮤온은 엄청나게 빠르지만, 수명이 매우 짧습니다. 비(非)상대론적 예측이라면 지표면에 떨어지기 전에 사라져야합니다. 그러나, 뮤온은 엄청나게 빠르므로 지구의 대기권을 거의 쟁반 같은 두께로 느끼게 됩니다. 그러므로 뮤온은 수명이 다하기 전에 지표면에 떨어집니다. 뮤온에게는 우주와 지표면까지의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7. E = mc²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공식입니다. 물질의 질량이라는 양과 에너지가 서로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질량, 에너지는 아인슈타인 이전에도 연구되었던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이후에는 근본적으로 둘이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태양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양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질량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핵융합 반응 덕분입니다.

E= mc square, 초등학생도 이제는 안다.



8. 이 모든 결과는 시공간에 대한 상식을 깬다

시간이 느리게 가고 공간이 줄어드는 것은 그 자체로도 신기합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결과들이 단지 로렌츠 변환 아래에서 물리 법칙이 성립한다는 전제만으로 도출되었다는 점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놀라운 업적과 통찰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수 상대성이론은 빛의 속력 불변, 물리 법칙의 일관성을 전제로 사고실험을 한 결과일 뿐입니다. 이에 너무 매료된 물리학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이 대칭성,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걸지도?



9. 아인슈타인은 물리-잘알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대충 생각만해서 사고실험으로 이 이론을 만든 건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은 당시로선 최신의 실험결과와 이론을 빠삭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센스있게 잡아냈습니다. 새 시대를 여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었던 셈인데요. 이게다 물리적인 감각과 배경지식이 뒷받침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10. 특수 상대성 이론은 평상시엔 체감할 수가 없다

특수상대성 이론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빛의 속력의 10퍼센트 정도에는 근접해줘야합니다. 빛의 속력의 10퍼센트면, 거의 1초에 지구 한바퀴를 도는 속력입니다. 이쯤되면 평상시에는 전혀 못느끼는게 당연합니다. 속도가 느리면 그냥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됩니다.


아주 작은 세계를 설명하는 건 양자역학이었습니다. 아주 빠른 세계를 설명하는 것은 상대성이론이고요. 그렇다면 아주 작고 아주 빠른 세계를 설명한다면? 바로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합치면 됩니다. 이를 상대론적 양자역학이라고 합니다. 반전: 원자세계는 너무 작기 대문에, 속력이 꽤 중요해집니다. 어느 정도는 상대론적 양자역학으로 설명해야한다는 뜻인데요. 지금까지 소개했던 양자역학은 사실 비 상대론적 양자역학이었습니다. 조금 뒤통수가 얼얼하실지도..(ㅎㅎ)


빡빡한 글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상대성 이론에는 오해가 여전히 많습니다. 시공간의 근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렵고 함축하는 바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해서 해석할 만도 합니다.


여러분도 혹시 달리기를 열심히 해서 시간을 느리게 만들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느리게 가면 장수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봐야 우리의 달리기 속도로는 제 아무리 우사인볼트라도 별 효과가 없습니다. 열심히 달리면 그냥 건강해져서 장수할 뿐입니다.

너무 열심히 달리면 오히려 세월의 직격탄을 맞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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