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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Jun 16. 2018

4차원보다 신비한 세계, 2차원 물질

물리 덕후의 과학-기술 소개

요즘 물리학자들은 도대체 뭘 할까?


"사랑은 특별한 2차원~♬"(러블리즈, wow)



이번에 소개할 주제는 진짜 최신으로 연구되는 주제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입니다. 높이가 있고, 폭과 길이가 있는 x-y-z 좌표의 세상이죠. 슬라이스 치즈 조각을 더 얇게, 더더더 얇게 썰면 넓이는 그대로 인 채 진짜 얇은 종이처럼 될 것입니다. 엄청 얇아져서 분자 한층 정도가 남게되면, 높이는 거의 없고 넓이만 존재하는 물질이 됩니다. 이것을 2차원 물질이라고 부릅니다.



1. 이렇게 얇은 물질을 어떻게 만들까? 

최초로 발견된 2차원 물질은 연필심을 테이프에서 떼어내서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연필심은 흑연이라는 물질입니다. 탄소 분자가 육각형으로 평면상에 이어져있고, 그것이 층층이 쌓여있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그걸 테이프로 떼어내서 한층 짜리를 찾아낸 노가다를 해서 처음 2차원 물질을 찾아냈습니다. (대학원생: 살려주세요 교수님) 흑연에서 나온 이 한 층짜리 2차원 물질을 그래핀이라고 합니다.

연필심과 그래핀
출처: 엠베스트



2. 이렇게 분리된 한 층, 2차원 물질은 3차원일 때와는 다릅니다. 

분명 같은 분자로 이루어져있는데, 어떻게 다를 수가 있을까요? 화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한 층으로 분자가 떨어져 나오면, 위 아래층과 상호작용(혹은 결합)이 없어지기 때문에 다른 특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랄까요. 하지만 저는 물리쟁이니까 물리로 설명해야만 하겠습니다. 그러려면...또다시 양자역학을 사용해야합니다(ㅎㅎ)


(양자역학과 고체에 관련된 글입니다, 읽고 오시면 편합니다. 좀 쓴 약이긴 하지만..)



3. 고체 안의 전자는 특정 에너지 구간에만 있을 수 있습니다.

고체안의 전자는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구간이 정해져있고, 그 구간이 아닌 에너지는 전혀 가질 수 없습니다. 이것을 에너지 띠 구조라고 합니다. 이렇게 전자가 갖는 에너지를 도식화한 그림을 에너지 다이어그램이라고 합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원자 안의 전자는 특정 에너지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때의 에너지 다이어그램은 마치 일직선이 간격을 가지고 늘어선 모습입니다. 아래 첫번째 그림처럼요. 고체는 원자가 무진장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직선들이 겹쳐서 에너지가 마치 띠를 이루게 됩니다. 그래서 가질수 있는 에너지의 띠와 가질수 없는 금지 띠가 구분되어 형성됩니다.

원자 안의 전자가 갖는 에너지 다이어그램
원자가 많이 모여서 에너지 띠 형성
간단히 나타낸 에너지 띠



4. 에너지 밴드가 고체의 특성을 결정합니다.

여기서 충격 진실을 밝혀야겠습니다. 사실 윗 문단의 저 에너지 띠 그림은 진짜 단순한 상황을 가정한 결과일 뿐입니다. 실제 고체 분자가 매우매우 복잡하게 생겼기 때문에 고체의 에너지 다이어그램은 매우매우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바로 아래처럼.

실제 고체의 에너지 밴드 다이어그램

바로 이 밴드 다이어그램이 어떻게 생겼냐가 고체의 특성을 결정합니다. 단순히는 금속인지, 반도체인지를 결정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특성들도 이녀석에 의해서 구별됩니다. 뭐 전류가 어느 정도로 잘 흐르는지, 자기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등등...


3차원 물질에서 한층씩 떼면서 점점 얇아지면, 바로 이 밴드 다이어그램이 바뀌게 됩니다. 이 때문에 3차원 물질과 2차원 물질의 특성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치즈가 통째로 있는 것과 슬라이스 치즈는 같은 치즈지만, 분자 한층으로 얇은 슬라이스 치즈는 아마 치즈라고 부를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핀이 한 층일때와 쌓였을 때의 밴드 다이어그램이 다르다.



5. 전 세계에서 고체 물리를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가장 많습니다. 

<물리학자>라고하면 아마 양자역학/상대성이론 혹은 근원 입자 우주의 비밀 뭐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실것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바로 이 고체 물리를 연구하는 사람이 훨씬 더 다수입니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이미 잘 합의되었습니다. 요즘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라는 날 잘드는 칼을 가지고 슥삭슥삭 자연의 미스터리를 잘라낸달까요.


고체를 연구한 역사는 길지않습니다. 고작해야 60~70년? 그러나 이 짧은 기간동안 엄청난 연구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여러분의 모니터이고, 컴퓨터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스마트폰같은 것도 뚝딱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2차원 물질은 꽤 최신의 연구주제에 속합니다.



6. 2차원 물질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2차원 물질을 왜 연구하냐고요? 아마 대부분의 과학자 분들은 그냥 신기해서 연구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응용이 기대되는 분야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발견된 그래핀은 학계에 돌풍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너무 환상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100배 이상 빠르게 반응하는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하네요.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최고의 열전도성을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전도성이 높으며, 탄성도 뛰어나 늘리거나 구부려도 성질을 잃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래핀은 연구의 역사(2004년 발견)와 연구량을 비교했을 때 뚜렷한 응용 성과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7. 점점 작아지는 전자기기, 2차원 물질이 해법일지도?

또다른 응용 기대분야를 소개하자면, 반도체와 전자기기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수년새에 성능이 좋아졌습니다. 그만큼 핸드폰에 들어가는 소자가 더더욱 작아지고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나노미터라는 엄청 작은 사이즈인 지금에는 공정에 한계가 생기게 됩니다. 이는 양자역학적 효과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작은 세계에서는 전자가 순간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전자가 벽에 막혀있더라도, 벽 너머에서 뿅 나타날 수 있는데요. 이건 다 전자가 확률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벽 너머에 존재할 수 있는 확률이 남아있는 한, 갑자기 순간이동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를 터널링 효과라고 부릅니다. 반도체 공정이 점점 작아지면서, 이 순간이동의 효과가 점차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서 누설 전류가 생기고, 기기를 통제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고 하네요.

전자의 순간이동, 터널링(출처: 디라이브러리)

공정을 더 줄이는 것이 힘들어서 그런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이즈를 줄이는 것보다 아예 물질을 바꾸는 연구 방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를 대체할 신물질을 찾는 것이다. 2차원 물질은 바로 그 후보입니다.



어려운 주제를 여기까지 따라와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2차원 세계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3차원 세계, 4차원 돌+I보다 더 재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끈이론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이십 몇차원보다도 재밌는 것이 고체물리인 것 같습니다. 2차원 평면 물질이 있다면, 1차원 직선 고체도 연구중 있다는 점을 살짝 떡밥으로 남기고 싶네요.


미팅이나 소개팅이든지, 친구하고 노가리를 깔 때든지 가끔 물리학자가 뭘하는지를 주제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순간에 물리학자를 대변해줘야한다면, 우주 은하와 입자 이야기도 좋지만 이젠 다른 걸 말씀드리도록 합시다. 최신의 연구 주제인 이 2차원 물질을.


(*학술논문 출처: Chemical functionalization of graphene, Raman Spectroscopic Characterization of Graph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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