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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Jul 09. 2018

걷기만 하면 충전이 된다구?: 압전물질

물리 덕후가 소개하는 과학-기술


웨어러블 디바이스, 다양한 기능을 갖고 스마트 기기와 연동 가능(출처:블루오션 스탁)


신기술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압전 소자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부상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는 개념입니다. 이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후보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란, Wearable+Device의 조합으로, 입을 수 있는 전자기기를 의미합니다.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것은 스마트워치죠?  다른 스마트 기기와 연동하여 기존의 시계가 가질 수 없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자를 확인하거나 체온 측정, 운동 보조 등의 기능이 현재  스마트 워치에서 지원되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이처럼 스마트 워치에서 출발, 옷과 모자 등 다양한 의복에 적용되는 중 입니다. 이러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결국 전자기기니까 충전을 하고 사용해야만 하겠죠? 그럴 때마다 탈의를 하고 일일이 충전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할까요? 신발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신고 걸어다니기만 하면, 어느새 충전이 되는 신기한 소자가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 압전 소자, 압전 물질입니다.


전기장과 전기 쌍극자(Dipole)

압전 물질의 원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이전에 먼저 전하와 전기장이라는 개념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전하는 물질의 근본적인 특성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머리를 빗으로 빗고 나면 머리카락이 빗에 달라붙는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실텐데요. 이것은 다들 아시다시피 정전기 때문입니다. 이 정전기는 머리카락에 있던 전자가 빗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음의 전하 즉, (-)전하를 띈 전자가 빗으로 이동하면 머리카락은 상대적으로 (+)를 띄게 됩니다. (+)와 (-)전하는 서로 끌어당기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빗과 머리는 끌어당기게 됩니다. 같은 전하를 가진 물질은 서로 밀쳐내게 됩니다. 마치 자석과 같죠?

머리카락에 빗을 비비면 정전기가 생긴다. 이는 전하의 이동 때문이다.


전기장은 바로 이 전하 때문에 공간의 성질이 변하는 것을 나타낸 개념입니다. 무슨 뜻이냐?  쉽게 예시를 들면 이렇습니다. 한 (+)전하가 임의의 공간에 놓여져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전하를 가져다 놓으면 서로 밀치게 됩니다. 학에서는 이렇게 원거리로 작용되는 힘을 설명하기 위해 장(field)이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먼저 있던 (+)전하가 공간의 성질을 변화시켜 놓았고, 그 변화된 공간에 다른 (+)전하가 들어옴으로서 원거리로 힘이 작용하게 된다는 관점입니다.


이 때문에 전기장은 바로 전하의 이동, 전기적인 에너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와 (-)가 하나씩 있어서 전기장을 만드는 경우를 전기 쌍극자(Electric dipole)라고 부릅니다. 실제로는 이 쌍극자의 개념이 많이 중요한데요, 그 이유는 원자나 고체 물질들은 (+)와 (-)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와 (-)전하의 전기장, 전기 쌍극자


우리가 평상시에 보는 물질은 (+) 와 (-)전하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바로 원자핵(+)와 전자(-)가 원자(중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물질 내부로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바깥에서 보면 완전히 중성처럼 보이는 물질도, 확대해서 보면 어느정도 (+)와 (-)가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물질 내부에는 수많은 전기 쌍극자가 존재하게 됩니다.

물질 전체적으로는 중성이라도, 확대하면 극이 나뉘어있다.



압전 물질과 분극(Polarization)

물질 내부를 확대하면 많은 전기 쌍극자가 존재하고 있는데요, 바깥에서 보면 보통 이 전기장들이 완전히 상쇄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보는 모든 일상의 물질들은 서로 끌어당기고 있어야만 하겠죠?


그러나 특수한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만약 이 전기장들이 상쇄되지 않고 바깥으로 전기장이 뻗어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상황에서는 물질 전체로 봤을 때 자석처럼 (+)와 (-)극이 나뉘게 됩니다. 이를 분극(Polarization)이라고 합니다. 분극된 물질은 고체 내부의 전기 쌍극자들이 바깥에서 봐도 상쇄되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심지어 그저 온도를 낮추는 것 만으로도 분극이 나뉘는 물질들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물질들을 강유전체(Ferroelectric material)라고 합니다.

분극이 없을 때와 있을 때의 비교, 분극이 있을 때는 전기 쌍극자로 인한 극이 생긴다.


압전 물질은 이 분극 현상을 이용합니다. 물질에 힘을 가해서 분극을 강제로 일으키게 만듭니다. 기계적으로 힘을 가해서 누르거나, 당기거나 하면 고체 내부의 구성에 변형이 생겨 (+)와 (-) 극이 갈라지게 됩니다. 즉, 힘으로 인해 고체 내부에 전기쌍극자가 정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정렬된 전기쌍극자들은 분극을 일으키게 됩니다. 즉 마치 자석처럼 물질 전체의 극이 나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전기쌍극자는 전기장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기장은 전기적인 에너지와 관련이 있었죠? 압전 물질은 이런 원리로 힘을 주기만 해도 전기적인 에너지를 생성해냅니다.


변형이 일어나면 전기가 발생한다. 압전효과의 원리(출처: 코맥스)


압전 물질의 응용

이러한 압전 물질은 라이터에 이용됩니다. 우리가 라이터에 있는 스위치를 돌리거나 누르면, 압전 물질이 눌려서 전기적 에너지를 생성합니다. 이 에너지로 인해서 스파크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여기에 발화가 가능한 연료를 분출해주면 불꽃이 나오게 됩니다. 저도 사실 이번에 압전물질의 응용을 조사하면서 처음알았습니다. 너무 신기하더라구요(ㅎㅎㅎ)

압전 소자와 라이터


마지막으로 최신 연구 주제 하나만 소개드리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압전 물질은 기계적 변형을 이용해서 전기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응용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를 에너지 하베스팅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해결해야할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어쨌든 물체에 힘을 가하기 때문에, 이 물체가 손상될 여지가 있고 사용하다보면 압전의 성질이 사라질 수 있는 수명의 한계를 떠안고 있습니다.


압전 소자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응용되기 위해서는 사이즈 역시 중요합니다. 전자소자가 점점 고집적화 되고 나노 공정단위로 들어서면서, 거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압전 소자 역시 나노~마이크로의 작은 사이즈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러한 당면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후보 물질 중 하나는 나노와이어(Nanowire)입니다. 저번 글에서는 2차원 물질(분자 한 개 정도의 높이에 넓은 면적을 가짐)을 소개한 적이 있었죠? 이 나노와이어는 분자 한개의 넓이, 폭을 가지고 길이만 단위가 있는 1차원 물질입니다. (그렇다면 퀀텀닷(Quantum dot)은? 이녀석은 0차원이라고 부릅니다, 점이라서요.) 이 2차원 물질이 층 단위로 성질 변화를 보여주는 것처럼 1차원 물질도 공간적인 변형을 이용해서 성질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번 사용해도 특성이 유지되는 나노와이어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심지어 3배로 늘려도 이 와이어가 작동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물질들로 압전 소자를 만들 뿐만 아니라 압전 소자에 있는 전기 에너지를 이동, 저장하는 기술들이 함께 동시에 연구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운동만 해도 전기세를 아낄 수 있는 날이 오겠죠?걷거나 뛰면서 압력을 가해주면 압전 소자가 전기에너지를 생산해줄테니까요. 하지만 그때도 숨쉬기 운동만으로는 안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숨만 쉬어도 예뻐지긴 하지만...충전은 안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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