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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Jul 04. 2018

왜 컴퓨터는 고온에서 에러가 생길까?: 양자역학과 진동

물리 덕후가 소개하는 과학-기술

지금은 더운 날씨지만, 잠시 겨울을 떠올려볼까요.


아이폰의 월동(?), (출처: 이슈 조선)

추운 길거리에 톡을 보면서 걸어가는데 아이폰이 갑자기 꺼집니다. 이는 온도가 낮아지면 배터리의 전하가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애플에서도 많이 골머리를 앓았는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전자기기는 온도가 높아지면 작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조립용 컴퓨터나 데스크탑에는 쿨러가 반드시 들어갑니다. 부품의 과열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전자기기는 굉장히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삼성과 같은 반도체 회사는 반드시 강도 높은 테스트 과정을 거쳐서 성능을 평가합니다. 최첨단 기술이라고 하더니 어째서 이렇게 온도에 따라 성능이 좌우될까요?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고체에 존재하는 <전자>를 사용하기 때문이고, 이 전자의 거동이 온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왜, 전자기기를 영어로 electronics라고 하잖아요, electron은 전자인데 말이죠.)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양자역학을 가지고 고체 시스템을 이해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바로 양자역학이 말하는 진동-입자 모델입니다.


진동 모델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모델링하면서 과학은 발전해왔습니다. 선풍기의 모터를 만든다든가 통신 전파를 수신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어렵고 복잡한 일들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쉽게 해결하기 위해서 물리학에서는 시스템이 단순한 진동이라고 가정합니다. 


진동 모델이라는 건 굉장히 간단합니다. 바로 시계추나 스프링에 달린 추의 형태입니다. 이 문제의 해는 아주 손쉽게 찾을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사인과 코사인입니다. 그런데 사인과 코사인은 파동 함수입니다. 즉, 진동은 근본적으로 파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번 주제의 글에서 파동은 이공계에 가장 많이 다뤄진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비교적 간단한 함수로 문제 상황을 가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스프링 진동



양자역학과 진동이 만나다: 작은 세계의 진동

그런데 시계추의 진자같은 일상생활의 진동은 비교적 큰 세계(고전역학)에 속합니다. 만약에 작은 세계라면 진동 모델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원자와 원자가 스프링처럼 연결되어서 당긴다거나 말이죠. 작은 세계의 진동이야 말로 고체 내부의 환경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양자역학적 진동 모델로 풀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 문제도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이때의 결과는 스프링과 진자가 특정 에너지 값만을 가질 수 있다고 나옵니다. 특정한 에너지 값을 가지고 분리된 상태...그렇습니다. 입자적인 특성입니다. 양자역학에서의 진동은 거시세계에서는 볼 수 없던 입자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양자역학 진동, 에너지가 특정 값만을 갖는다



진동의 양자화

물리학에서 정말 중요하고 많이 다뤄지는 것이 바로 이 진동 모델의 양자역학 버전입니다. 쉽게 말하면 어떠한 진동(파동)이 입자처럼 행동한다! (사실 양자역학에서는 진동 말고도 고체 내부의 "집단적" 현상들을 입자의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여기서는 특히, 진동에 대한 입자만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가장 유명한 예시는 빛입니다. 저번에 빛을 다룬 에서도 언급했는데요. 양자장론에서는 빛을 전자기장의 진동이 양자화된 입자라고 해석합니다. 


현대 물리가 등장하기 이전의 고전 전자기학의 보스 맥스웰은 빛을 파동의 관점에서 해석한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이 이론은 매우 막강했으나 한계점이 있었죠. 그래서 빛을 입자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이론이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주장됩니다. 이후 두 이론을 절충하는 양자역학 버전이 등장했었죠. 그것이 양자장론입니다. 이 양자장론은 빛을 양자역학적 진동이라고 봅니다. 마치 입자처럼 행동하는 진동으로요.


이전 에서 원자 안의 전자는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면서 특정 에너지만을 계단처럼 가진다고 했었는데요. 이러한 그림을 에너지 다이어그램이라고 했었습니다. 빛과 전자가 왔다갔다할 때의 상황은 빛 진동 입자로 설명하기에 좋습니다. 작은 세계라서 양자역학이 적용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고체에 레이저를 쏜다든지, X-RAY를 쏜다든지 하면 빛 입자와 고체 내의 전자가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이때의 반응이나 변화를 양자역학으로 분석하고 기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다이어그램,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때 전자와 빛이 상호작용한다


특별히 빛과 원자의 상호작용은 양자광학적 정보 저장 기술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정 고체에 1번 빛과 2번 빛 두가지를 쏴주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먼저 1번 빛을 쏘는 상황에서 고체는 빛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전부 흡수합니다. 그런데 특수한 2번 빛을 켜서 고체에 쏴주면 거짓말처럼 1번 빛은 고체를 통과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EIT(Electromagnetically Induced Transparency; 전자기 유도 투명)라고 합니다. 이 현상은 빛이 고체 원자와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2번 빛이 꺼져있는 상태에서 1번 빛은 고체 내부에 진동의 형태로 흡수됩니다. 그러다가 2번 빛이 원자와 상호작용 하면 1번 빛 입자는 그냥 통과하게 됩니다. 즉, 2번 빛을 이용하여 1번 빛의 정보를 저장했다가 통과시켰다하는 ON/OFF 구분이 가능한 것입니다.

EIT의 원리: a) 1번 빛이 통과하지 못한다. b)2번 빛을 쏴주면 1번 빛이 통과하게 된다



전자기기 동작 방해: 고체의 열진동과 포논

우리가 듣는 소리는 기체를 매질로 하는 파동입니다. 기체 분자의 진동에 의해 고막이 공진하면서 소리를 감지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고체 내부의 원자들은 열진동을 하고 있고 이 파동은 소리의 속도로 전파됩니다. 열은 일종의 에너지인데요,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원자들이 떨고 있고, 이 떨림이 마치 스프링처럼 이웃 원자들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양자역학에서는 이것 역시도 '양자화'시킵니다. 양자화된 고체 열진동을 <포논>이라고 부릅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열진동이 강하게 됩니다. 바로 이 포논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입니다. 전자기기 내부에 있는 고체 원자들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열로 인한 떨림이 있고 그것이 내부에 전파되는데요, 이 떨림의 입자인 포논은 전자가 이동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포논은 고체 내부의 결함 혹은 전자와 부딪히면서 산란한다


포켓볼을 칠 때를 생각해보시면 쉽습니다. 많은 당구공들이 가로막고 있으면 내가 친 공이 가다가 여러번 부딪혀서 잘 이동하지 못하죠? 마치 고체의 열진동이 입자처럼 전자의 이동을 가로막습니다. 전자기기의 온도가 높아지면, 포논의 활발한 개입으로 인해 전자 정보가 빠르게 이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이 온도가 높아지면 전자기기의 동작이 더뎌지는 이유입니다. 포논에 의한 충돌이 전도도를 낮추는 이 현상을 움클랍 산란이라고 부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동 뿐만 아니라, 고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양자역학에선 입자의 관점으로 해석합니다. 이를 준입자라고 부르는데요, 앞서 언급한 포논은 준입자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후에 이어지는 글에서도 다른 다양한 준입자들을 소개드리려고합니다. 이처럼 양자역학은 파동의 현상을 입자로, 입자의 현상을 파동으로 유연하게 해석합니다. 유연하게 뻗어가는 덕분인지(?) 다양한 현상들을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번 내용도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혹시 핸드폰이 갑자기 먹통이라면 얼음을 갖다대서 조금 온도를 낮추시는 것은 어떨지..? 아, 물론 아이폰은 예외입니다.


참고

(*아이폰이 추울 때 동작 정지되는 이유는 배터리의 정전용량이 급격히 떨어져서라네요. 정전용량은 전하를 저장하는 능력입니다. 이 정전용량이 온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추우면 충전이 풀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포논과는 큰 상관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반도체 기기가 고온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 건 포논에 의해서 저항이 바뀌는 것도 있지만 누설 전류가 큰 원인입니다. 이 누설전류는 온도가 높아져서 활동하는 전자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원하는 만큼 전자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전류가 줄줄 새기 때문입니다. 포논에 의한 산란은 하나의 요인으로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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