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민 Jul 02. 2018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세대 기술: 양자 컴퓨터

물리 덕후가 소개하는 과학-기술

기상청의 날씨는 왜 자주 틀릴까?


기상청의 날씨 예보는 자주 틀립니다. 최첨단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서 예측을 한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자주 틀릴까요? 그 이유는 공기의 흐름이 너무 복잡하고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체와 같은 유체의 운동을 알려주는 방정식을 네이비어-스톡스 방정식이라고 하는데요, 이 방정식은 무려 세기의 수학 난제입니다. 해가 있는지도, 어떤 형태인지도 모르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방정식에 직접 일일이 변수를 대입해서 예측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고려해야할 것이 너무나 많은 나머지 제아무리 슈퍼컴퓨터라도 이를 전부 맞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상 현상은 매우 복잡하다.


일상생활에서 이외에도 복잡한 상황을 모델로 하는 것은 많이 있습니다. 거시 경제의 상황, 시장 경제와 주가, 복잡한 서울 시내의 교통 등등등..이러한 상황들을 컴퓨터로조차 전부 연산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사건 사고에 시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현상을 처리하는데 더 효율적이고 빠른 컴퓨터가 개발된다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도 있습니다.


기존의 컴퓨터와는 다른, 새로운 양자 연산

전자를 이용한 오늘날의 컴퓨터는 디지털 연산 체제입니다. 0과 1의 이진법을 이용해서 내용을 저장하고 쓰는 형식입니다. 이를 비트라고 부릅니다. N개의 소자가 있다면, 각각의 소자가 개별적으로 0과 1을 입력함으로써 2의 N승개의 정보를 썼다가 지울 수가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이와 다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N개의 소자로 2의 N승개의 정보를 처리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일반 컴퓨터는 일일이 다 0과 1을 소자별로 N개 새겨야합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N개의 소자가 다 서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N개를 일일이 처리할 필요가 없이 한번에 연산이 가능합니다. 소자가 무지 많아지면 엄청나게 시간을 줄일 수 있죠. 이와 같은 연산을 큐비트(Qubit)라고 부릅니다. 양자역학의 Quantum의 앞글자를 딴 겁니다. 이러한 연산이 가능하다면, 매우 복잡한 상황까지도 양자컴퓨터로 훨씬 수월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큐비트의 원리: 양자역학과 얽힘

양자컴퓨터는 수많은 소자가 저장하는 정보를, 어떻게 한번에 처리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양자역학의 원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양자역학 세계에서는 가능한 모든 상태가 확률로서 존재합니다.


(양자역학에 대한 글 링크입니다, 읽고 오시면 편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어떤 물질 AB와 방 두개가 있다고 합시다. 이 물질은 시간이 지나면 각각 A와 B로 붕괴됩니다. 이 때, A와 B가 서로 다른 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장치를 해두었다고 합시다. 1번에 A가 있다면 2번에는 B가 있겠죠. 이를 상태(1A2B)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반대로 1번에 B가 있고 2번에 A가 있는 것을 (1B2A)라고 하겠습니다. AB를 이제 방 앞에 두면, 두 상태가 다 일어날 확률이 있습니다.

각각에 방에 있을 경우의 수는 확인하기 전까지 공존한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AB가 어떻게 되는지 결과를 확인하지 않으면, (1A2B)와 (1B2A)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둘 다 일어날 확률이 있기 때문에, 확률로서 둘 다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번엔 이렇게 해봅시다. AB가 붕괴하고 나서 A와 B가 각각 어딘가로 들어갈만큼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합시다. 우리는 아직 A와 B가 어느 방에 있는지 모릅니다. 이 상태에서 1번 방과 2번 방을 각각 (가능하다면)태양계의 양 반대편 끝으로 이동시킵니다. 아직까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1A2B)와 (1B2A)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1번 방 쪽에 있다면 1번 방에는 A와 B가 둘 다 공존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2번 방에도 A와 B는 공존하고 있습니다. 2번 방 쪽에 제 친구가 한명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우리가 이제 딱 1번 방을 확인합니다. 그러면 A나 B가 둘중 하나 있겠죠? 우리가 본 것은 A였습니다. 그럼 태양계 반대편에 있는 저 방에 있는 것은 B입니다. 우리는 1번방에 있는 것이 A이고 2번 방에 있는 것이 B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기쁜 정보를 어서 아직 확인 못한 친구에게 전달해줍시다. 그런데 빛의 속력으로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도, 태양계 반대편에 있는 친구가 받으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1번 방에 공존하고 있던 A와 B가, 둘 중 하나로 결정되고 나면 2번 방에 있는 것도 동시에 결정됩니다. 그런데 이 정보 전달은 빛의 속력보다 빠릅니다. 확률로서 공존하던 다양한 가능성들 중, 한 요소가 결정되면 나머지들도 동시에 결정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얽힘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관측한 것이 저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위의 실험에서는 A, B 두가지 가능성만 두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엄청나게 많은 가능성들이 얽혀있다면? N개의 상태들이 얽혀 있다고 가정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측정 전 N개의 상태들은 결정되지 않은채로 확률로서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러다가 하나가 결정되면, 나머지 N개도 한꺼번에 그것도 동시에 결정됩니다. N가지 경우의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큐비트의 원리가 바로 이를 응용한 것입니다. 각각의 소자가 하나씩 0과 1을 처리하는 컴퓨터의 비트보다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큐비트의 구현

그렇다면 이런 큐비트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요? 일단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세계는 매우 작은 세계입니다.

큐비트의 구현은 양자적인 특성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비롯됩니다. 바로 작은 세계의 전자, 원자들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입니다. 이러한 환경의 예로는 온도가 매우 낮은 초전도체나, 빛 알갱이 하나하나가 거의 구분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예를 들면 단일 광자 광원을 두 개 이용한 큐비트 연산의 경우에는, 편광과 빛의 이동 경로, 혹은 양자역학적인 간섭을 이용해서 큐비트를 구현합니다. 즉 편광, 빛의 이동, 간섭은 여기서 얽히는 정보에 해당합니다. 이중에 하나가 결정되면 나머지 하나도 한꺼번에 결정됩니다. 특정 편광된 빛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그리고 광자 두개가 어떤 방식으로 간섭하는지를 두고 확률과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편광된 단일 광자를 파동으로 표현
편광 방향에 따라서 경로를 조절, 이를 이용한 큐비트 구현(출처: Science)

초전도체를 이용한 큐비트 구현의 경우, 쿠퍼 페어(Cooper pair)라고 불리는 전자 쌍을 이용합니다. 초전도체에서 이동하는 전자들은 쌍을 이루는데요. 이 전자는 마치 저항이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초전도체 내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만약 초전도체에 아주 작은 문을 연결할 수 있다면, 이 전자 쌍은 들어가 있거나, 들어가 있지 않거나의 상태 두가지가 동시에 공존하게 됩니다. 이를 이용해서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큐비트 구현의 기술적 문제

이러한 큐비트를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매우 작고 정교한 환경 통제만이 양자역학적 연산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직까지 이것을 구현하는데에는 굉장히 많은 장비가 필요해서 양자컴퓨터는 무게가 제법 나가게 됩니다. 특히 IBM에서 만든 양자컴퓨터의 경우에는 초전도체를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이 초전도체는 금속이 낮은 온도일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때 낮은 온도라는 건 상상 그 이하입니다. 남극이 가장 추울 때보다 차가운, 섭씨 -100도 가량 정도를 유지해야합니다. 이를 유지하는 데에도 굉장히 많은 장비가 필요하게 되겠죠?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게다가 이렇게 구현한 큐비트에는 다른 기술적인 문제가 여럿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양자역학적 상태의 지속시간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정보를 비교적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같은 경우에는 끄고 다시켜도 정보가 보존됩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의 경우에는 정보를 처리하고 연산을 가능하게하는 양자역학적 상태가 빠르게 붕괴합니다. 이 정보가 지속되는 시간을 decoherence time이라고합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양자역학적 상태를 다시 새롭게 초기화하고 구현해야합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양자역학적 상태가 풀린 이후에 다시 구현하는 것 역시도 중요합니다. 어떻게 지속적으로 양자역학적 상태를 구현할 것이냐가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예를 들면 단 광자의 경우에는 큐비트를 구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두 빛 알갱이가 양자역학적으로 서로 가까운 상태에 있어야합니다.


(결맞음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 글입니다:)


위 글에서 빛이 가까운 상태를 나타내는 척도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두 빛이 각자의 위상이 어긋나지 않고 타이밍이 잘 맞는 상태: 바로 coherence(결맞음)입니다. 게다가 그냥 대충 결맞아서도 안됩니다. 반드시 양자역학적 상황을 포함해서 결맞아야합니다.  양자역학적 성질을 나타내는 빛을 고전광(non-classical light)라고 합니다. 이 빛의 예시로는 위에서 말한 단 광자(Single photon)가 있습니다만 이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일단 광자의 갯수가 많아지면 양자역학적 상태보다는 다른 특성(파동)이 더 두드러지게 되므로 굉장히 미세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 비고전광을 결맞게 하는 것 역시도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빛을 방출하는 광원 물질의 경우 언제나 열을 가지고 있어서 열진동으로 인해 방출되는 빛의 타이밍이 조금씩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빛이 오른쪽 아래처럼 결맞을 때만 큐비트 구현 가능

두 번째는 양자역학적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연산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는 마이크로 초 동안 유지된다고 합니다. 이는 거의 십만분의 일초에 해당하는 짧은 시간입니다. 그나마 연산에 요구되는 시간이 더 짧기 때문에, 양자역학적 상태를 지속되는 동안 수백 수천번의 연산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으로는 부족합니다.


세 번째는 이렇게 구현한 큐비트 정보를 어떤 기기를 이용해서 읽을 것이냐입니다. 양자역학적으로 상태를 구현했고, 그것을 가지고 연산을 처리했으나 이를 우리가 알 수 있는 형식으로 변환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전혀 쓸모있는 형태로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와 일반적인 고전 컴퓨터를 함께 사용하여 정보를 처리하는 미완성의 양자컴퓨터입니다.



양자컴퓨터: 양자 정보 공학의 출발점

전기 전자공학, 화학 공학, 컴퓨터 공학 등등은 먼저 과학자들이 선행 연구하고, 그것이 점차 독립된 분야로 연구되면서 발전한 학문들입니다.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터는 이제 막 구현되고 있고, 언젠가는 독립적인 기술로 연구될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입니다. 양자컴퓨터의 구현을 포함해서, 양자역학적인 특성을 이용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을 양자 정보 공학이라고 합니다.


최신의 양자 공학이 연구하는 주제를 소개드리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오늘날의 양자 정보를 구현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아까 설명드린 단광자 광원의 특성을 이용해서 얽힘을 구현하거나, 물질 내에 있는 전자 혹은 원자핵의 스핀을 이용해서 얽힘 상태를 마찬가지로 생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결맞음이 지속되는 시간을 늘려 최대한 양자역학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들이 고안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일 광자를 이용한 큐비트 구현의 경우, 물질에 쏴주면 튕겨져 나오는 빛을 이용하여 비고전광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물질에 들어간 빛이 원자와 상호작용하면서 소멸-재생성하는 상황을 만들었는데요, 굉장히 낮은 온도에서 원자 우물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빛이 원자 내부에 갇혀있다가 방출되는 것을 이용하여 결맞는 비고전광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주제는 양자역학, 빛, 그리고 다른 다양한 물리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꽤 어렵고 길었습니다. 바야흐로 4차 산업 혁명 시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과 다양한 기법들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정보의 복잡성으로 인해서 예측하기 어려운 분야도 많습니다. 비트코인이 그렇게 떡상했다가 순식간에 떡락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만큼 복잡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전한다면, (아니면 세기의 난제가 풀린다면)우리는 날씨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자컴퓨터로 떡락을 예측할 수 있을까?

내가 투자하는 주식은 항상 잘 안풀린다면...그리고 그걸 예측하고 싶으시다면...? 양자컴퓨터의 발전을 기다리시거나 머피의 법칙을 탓하시는게 제일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물리학이 말하는 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