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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Jul 30. 2018

왜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을까:
열역학 2법칙

물리 덕후가 소개하는 과학-기술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지독하게도 더운 여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구를 구원한 위인은 캐리어라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이분이 에어컨을 만드신 분입니다. 이 분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이 뜨거운 고통속에 몸부림쳤을지도 모릅니다. 


인류의 구원자


왜 우리는 한여름 에어컨을 필요로 해야만 할까요? 더운 여름이 차가워질 수는 없는 걸까요? 물체가 뜨거워지는 이유는 열 때문입니다. 당연하게도,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릅니다. 그래서 한여름 뜨거운 햇빛이 대지를 가열하면, 그 여파가 일파만파 퍼지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태양이 우리에게 열을 주지 않고, 우리가 태양에게 반대로 열을 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차가운 곳에 있는 열을 뜨거운 곳으로 이동시킬 수만 있다면, 차가운 곳은 더 차갑게, 뜨거운 곳은 더 뜨겁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빙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죠? 지구의 다른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더라도, 남북극의 기온을 더 낮출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불가능합니다. 바로 열역학 2법칙 때문입니다.


열역학 2법칙: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

세상의 다양한 사건에는 방향성이 있습니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릅니다. 한여름 가열된 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면, 차 안의 뜨거운 공기와 에어컨의 차가운 공기가 평형을 이루게 됩니다. 그래서 점점 온도가 낮아지게 되는데요. 에어컨에 있는 공기가 더 차가워지고 차안의 공기가 더 뜨거워져서 서로 양 극단을 차지하게 되는 경우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혹시 우유에 제티를 타 본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급식먹던 시절에 제티를 매우 애용했는데요. 흰우유가 맛없는 건 아니지만 ...당이 모자라게 뛰어다니던 시절에는 조금이라도 단 게 땡기더라고요. 우유에 제티를 탄다거나, 물에 아이스티를 타 본적이 있으시다면 아실겁니다. 스틱을 넣으면, 스틱 안의 가루가 액체로 퍼져나갑니다. 그리고 잘 저어주면 맛있는 초코우유 & 아이스티가 됩니다. 그런데 이 초코우유가 반대로 제티가루와 흰 우유로 저절로 나뉠 수는 없나요?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제티가 섞이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도대체 왜 그럴까요?


통계물리학: 미시상태와 거시상태

태양계에 태양이 하나, 지구가 하나 있을 때의 방정식은 쉽게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별의 갯수가 3개만 되도 방정식은 답이 없어졌죠. 그래서 정확한 운동을 예측할 수가 없는데요. 저번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다체문제(Many body problem)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 만나는 세상은 입자의 갯수가 10억의 10억배가 넘는 엄청난 다체입니다. 우리는 이 경우에 해를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입자가 매우 많은 상황에서는, 개별 입자들의 운동을 분석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경향을 연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연 현상을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을 통계물리학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조금 헷갈리는, 통계물리 개념을 소개시켜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바로 미시상태와 거시상태라는 개념입니다. 


미시상태는 개별 입자들의 상태입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동전이 5개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미시상태는 동전을 구분합니다. 동전을 각각 구분해서 동전1에서 동전5까지 이름을 붙여보자구요. 이 동전들을 막 흔들어서 던져봅시다. 그러면 동전1부터 5까지 각각 앞 혹은 뒤로 제멋대로 있을 것입니다. 동전1, 3, 5는 앞 동전 2,4는 뒤라고 합시다. 자, 이제 다시한번 동전을 주워서 흔든 뒤 던져봅니다. 이번에는 동전 1,2,3이 앞이고 동전 4,5는 뒤가 나왔네요. 미시상태에서는 각각 동전이 구별되기 때문에 두 경우는 명백히 다릅니다.

미시 상태에서는 두 경우가 다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같다


그런데 거시상태는 동전1~5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앞면인 동전이 몇 개인지만 세는 겁니다. 위에서 동전을 두 번 던졌지만, 양쪽 다 앞면이 셋, 뒷면이 둘이기 때문에 거시상태에서는 둘은 같습니다. 만약 동전을 던졌을 때 모두 앞면이 나왔다고 합시다. 이 경우에는 동전1~5가 전부 앞면인 미시상태의 경우 하나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동전이 앞면 셋, 뒷면 둘인 경우는 어떨까요? 딱봐도 더 많은 미시상태가 있을 것 같은데요. 


고등학교 때 배운 조합의 개념을 이용해서 구할 수 있습니다, 총 5C3이라고 해서 무려 10개 입니다. 즉, 동전 5개를 던질때는 앞면이 3개인 거시상태가 가장 높은 확률로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가장 많은 미시상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앞면이 4개인 경우는 5, 전부 앞면인 경우는 1개 밖에 없습니다. 

동전이 전부 앞인 사건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매우 동전이 많다면 어떨까요? 동전이 한 10억개 있다고합시다. 이러면 전부 앞면인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너무 일어날 확률이 적기 때문입니다. 가장 높은 확률로 일어나는 것은 대충 절반은 앞, 절반은 뒤인 경우입니다. 가장 일어날 법할 사건인 셈입니다.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가장 많은 미시상태의 숫자에 대응되는 사건(거시상태)이 가장 일어날 확률이 높다.


열역학 2법칙: 가장 일어날 법한 사건이 일어난다.

10억개의 동전은 매우 징그럽긴 하지만, 일단 도움이 되니까 계속 생각해봅시다. 만약에 우리가 처음에 동전 10억개를 전부 고생해서 앞면으로 만들어 두었다고 생각합시다. 그리고 동전 10억개 앞에 사람 10억명을 세워둡니다. 처음에는 사람 단 한명에게 동전을 뒤집거나 그대로 두거나 맘대로 하라고 말합니다. 그 다음 1분 뒤에는 아까의 사람을 포함해서 사람 두 명에게 동전을 뒤집거나 그대로 두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는 세명...반복합니다. 좀 지루하겠지만요.


그렇다면 시간이 몇 시간 지난뒤에 동전이 다시 전부 앞면일 수가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동전은 점점 반/반으로 수렴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애써서 10억개를 앞면으로 만들어뒀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결국 가장 높은 확률로 일어날 사건이 동전을 지배하고 말겁니다. 우리의 노력이 허사가 되도록 말입니다.


동전은 결국 반/반으로 접근한다


열역학 2법칙은 바로 이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일어날 법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인데요. 아까 가장 일어날 확률이 높은 사건은 가장 많은 미시상태의 숫자를 가진다고 했었죠? 이 미시상태의 숫자를 고급용어로 엔트로피라고 합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거시상태)에 대응되는 미시상태의 숫자는 증가합니다. 열역학 제 2법칙을 맛깔나게 말하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입니다.


엔트로피: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는 이유

이 엔트로피, 미시상태의 경우의 수, 가장 일어날 법한 사건은 모두 같은 말입니다. 이녀석들 때문에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릅니다. 만약 뜨거운 공기가 상자A, 차가운 공기가 상자B에 있다고 합시다. 이 두 상자를 서로 이어붙이면, 결국 두 공기는 섞입니다. 각각의 공기를 동전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차가운 공기의 경우 동전이 전부 앞면(상자B)인 것이고, 뜨거운 공기는 동전이 전부 뒷면(상자A)인 경우에 대응됩니다. 아까 동전 10억개에 사람을 붙였던 것처럼, 서서히 뒤집어주면 결국 두 공기는 마치 동전이 반반 되듯이 상자 A와 B에 적절히 섞이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열은 뜨거운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됩니다. 


엔트로피는 뜨거운 공기와 찬 공기를 섞이게한다(출처: reacheternity님의 블로그)


제티우유와 아이스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곳에 뭉쳐있던 스틱의 분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랜덤하게 섞이게 됩니다. 결국 액체와 가루의 분포는 적절히 절반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가장 일어날 법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건은 일어나지만, 그 반대는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단지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 반대는 확률이 너무 낮아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시간의 흐름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간에는 특정한 방향이 있습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사건이 일어날 법한 방향입니다. 왜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가, 왜 사건은 반대로 일어나지 않는가, 왜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해서 엔트로피와 열역학 2법칙은 확률-통계적인 시각을 제공합니다.


엔트로피: 질서와 무질서

열역학 제 2법칙의 결론과 전제는 너무 파격적입니다. 그러나 매우 강력한 설명 방식입니다. 그래서 열역학 2법칙은 한 의미로부터 이어지는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같은 몸통에 여러 머리를 가진 히드라 같달까요. 히드라의 머리는 베어버려야하지만(..) 여기서는 하나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역겹긴 하지만 다시 동전 10억개로 돌아가봅시다. 동전 10억개가 전부 앞면인 상황을 우리가 애써 만들었어도, 금방 시간이 지나면서 흩어지고 말았죠. 가장 일어날 법한 사건의 힘 때문에요. 앞면이 전부인 상태를 "질서"라고 부른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혼돈의 무질서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처음에 제가 지구의 열을 다시 태양으로 보내면 좋겠다고 그랬는데요. 어찌저찌 지구의 열을 조금이라도 퍼다 나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온도가 더 높은 태양으로요.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동전을 전부 앞면으로 만드는 행위와 비슷합니다. 결국 가장 일어날법한 사건(무질서)의 힘 앞에서 우리가 세우고자 하는 질서는 무너지고 말겁니다. 마치 바벨탑을 세우려던 인류의 시도가 무산되었듯 말이에요.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를 의미(출처 : 베세토튜브)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동차의 연료를 전부 운동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혹은 우리가 증기기관을 전부 전기 생산에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에너지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열역학 2법칙과 엔트로피의 관점에서는, 이 모든 것은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법 한 "질서"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의 연료를 태워서 운동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랜덤하고 무질서한)의 영향 때문에 에너지는 낭비되고 맙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전기를 생산하려고 가열을 해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분자가 진동하고 전기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일어날 확률이 낮은 질서의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엄청난 엔트로피의 힘을 우리는 이렇게도 부릅니다: 효율 100%의 기관이란 없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스템이 엄청 많은 수의 분자와 원자로 이루어져 있을 때는, 이처럼 통계적인 접근이 매우 강력하게 먹힙니다. 통계물리학이 물리학의 4대 역학인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시적이고 수많은 입자를 갖는 세계로부터 우리가 볼 수 있는 세계로 이어지는 설명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방식은 너무나 잘 먹히는 바람에, 사실상 이견의 여지가 크게 없습니다. 좀 연구할 만한 분야가 많이 남아있어야하는데 그렇지 않단 말이죠. 


그러한 이유로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통계물리만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소수입니다. 특히나 시스템이 평형을 이룬 상태에 대해서는 물리학에서 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연구할 만한 남은 주제는 평형상태가 아닌 경우(생물 등)라든가...고려해야할 변수가 너무 많아서 복잡하다든가 하는 경우랄까요(카오스). (사실 저도 통계물리를 A+받긴 했지만 제일 낯설고 어렵고 잘 모르겠어요)


폭염...


이 통계-열물리학의 2법칙 때문에 결국 우리는 에어컨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더운 여름에는요...어쩔수 없어요ㅠㅠ 게다가 열역학 2법칙은 에어컨의 효율이 100%가 되는 것도 막아버립니다. 전기세가 안 들수가 없습니다. 한겨울 차가운 공기를 엄청나게 잘 유지했다가 여름에 퍼다나르고, 여름의 뜨거운 공기를 매우 잘 보존했다가 겨울에 쓰는 것도 어렵습니다. 보존이라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질서"이기 때문에...


폭염은 달걀도 부화하게 한다지만, 부화한 병아리가 다시 알로 돌아가는 일은 없습니다. 

이것이 엔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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