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차트 역주행과 차트 논란에 대한 생각
얼마 전에 숀의 <Way Back Home>이라는 곡이 차트에서 역주행 현상을 보이면서 차트조작 논란의 중심이 되었었죠? 이 곡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차트 역주행이 매우 의심스럽게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차트 역주행이 일어나면 몇 주에 걸쳐서 천천히 일어났었습니다. 또한 보통 SNS나 노래방에서 먼저 히트를 친 이후에 그것이 서서히 차트에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표적으로 직캠 영상이 엄청 대박을 터트린 이후 차트를 역주행했던 EXID의 <위 아래>, 노래방과 SNS에서는 이미 엄청난 명곡으로 알려졌었던 윤종신의 <좋니>가 있죠.
그렇지만 이번 차트 역주행은 제 생각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 곡이 차트 한 50위권일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하루가 다르게 순위가 40위, 30위 ....어느새 10위 권으로 진입하는 데에는 대략 일주일도 소모되지 않았습니다.(멜론 차트 기준) 역주행 기반이 되었던 SNS 페이지 구독자 수가 100만 정도 되니까..화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아무튼 기존의 역주행보다 가장 선행 현상이 부족했고 역주행에 소모된 기간은 빨랐다는 게 의심스러운 부분입니다. 결국 애초에 차트 자체가 문제라는 시선이 수면위로 올라왔습니다. 어떻게든 결국 조작을 해서라도 차트인 하는것이 목표가 될 만한 현황이 문제라는 시각인데요, 차트에 들어가면 일단 팔리기 시작하는 구조가 정상이냐는 비판이 커져만 갔습니다.
차트 자체가 너무 실시간으로 바뀌는 데다가 순위를 보여주면서 경쟁을 자극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특히 윤종신은 랭킹을 매기는 차트에 대해서 비판적인 글을 썼었죠? 차트는 분명히 현상을 반영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그 차트의 위력이 너무나 막강하고 현상을 만들어버린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차트에 들어가는 것에 다들 혈안이 되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차트 조작이나 검은 손의 개입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일단 이 거대한 소비시장에서 말뚝 하나를 박기만 하면, 그래서 이름을 알리기만 하면 이후에는 어느정도 흐름을 타게 되니까요. 숀의 이번 역주행 역시 이러한 배경아래에서 논란이 된 것입니다.
사실 기존에도 차트 줄세우기와 차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넘치는 상황이었습니다. 차트 줄세우기라고 하면 보통 남자아이돌의 팬덤에 의해서 벌어지는 현상인데요. 새벽에는 보통 팬이 아닌 사람들의 스트리밍 수가 급감하기 때문에, 특정 팬덤이 화력을 집중하면 아티스트의 전 곡이 차트에 줄을 세우듯이 랭크되는 것을 일컫습니다. 예를 들면 엑소, 뉴이스트, 방탄소년단 등의 팬덤이 숫자도 많고 화력이 강해서 새벽마다 음원차트를 뒤집어놓듯 했었고, 일반 사용자들의 눈길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게다가 차트가 음악적 다양성을 해친다는 목소리도 다수였습니다. 결국 차트에 들어가는 음악이라고 하면 대중적인 음악, 유행에 맞는 음악, 그리고 거대 자본이나 인지도에 의해서 좌우되는 음악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견해인데요. 수많은 다양한 인디음악, 장르음악, 그리고 아티스트들의 활동들은 거대한 나무처럼 굳건히 서있는 차트 아래에서 그저 조금의 햇볕도 쐬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규모의 소비시장이 주를 이루는 음원 사이트, 그리고 그것을 대표하는 차트 앞에서 음악적 다양성이 상당히 훼손되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좌절된다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서 고전적인 방식으로 앨범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장인 아티스트들은, 쏟아지는 양산형 음악이 지배하는 차트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새로운 제작 방식(월마다 음악을 발표하며, 아카이브를 쌓아가는 방식 ex: 월간 윤종신, 이달의 소녀)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공통 음원사이트 차트를 아예 없애야한다는 강경파(?) 분들도 꽤 많으신데요.
사실 저는 반대 의견입니다. 차트는 일단 존속시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차트가 음원 순위 조작, 사재기 논란 등에 휩싸이기 쉬운 것은 맞지만, 그건 그냥 그 행위를 저지르는 집단의 잘못이지 차트가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일단 차트가 현상을 반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 차트가 현상 자체를 만들어내는 괴물이 된 것은 분명 동의합니다. 그러나 어쨌든간에 저는 차트가 본연의 취지를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행하는 음악, 대중 문화의 대변자로서 분명 차트는 문화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특히 요즘 세대들의 음악적인 취향, 색채 등이 차트에 굉장히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아이돌 음악 줄 세우기가 그렇습니다. 특정 아이돌 음원을 줄세우는 데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고 앞서 적었는데요, 사실 저는 이것 역시도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따라서 뭐가 나쁜지 잘 모르겠습니다. 90년대 이후 아이돌, 내 가수에 대한 틴에이저 문화를 시작으로 프로듀스 101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덕질>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덕질이야 말로 문화 주체성을 표출하는 자발적인 행위이자 대중 문화의 일원으로서 소비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일종의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민주주의에서 유권자의 목소리가 투표로 반영되는 것처럼요.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자발적이라는 점입니다. 내 가수를 내가 챙긴다!라는 취지 아래에서 이 거대 차트를 움직이는 동력은 결국 개인의 자발적인 팬심에 기반을 둡니다. 그것들이 문화적인 현상을 이루고 차트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작과 사재기 등 편법은 다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팬들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현상을 만들어간 것과는 달리, 거대 자본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차트에 개입하는 것은 그 결이 다릅니다.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마케팅에 힘쓰는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오죽하면 방송연예 지망생 100만시대라고 하는데요. 심지어 비교적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메이저 아이돌 제작사(SM, YG, JYP)라고 하더라도 철저한 시스템과 교육으로 새로운 그룹들을 길러냅니다. 이들이 인지도면에서 좀더 메리트를 갖긴 하지만, 어쨌든 시장 경쟁에서 얄짤없이 대중들의 평가를 받습니다. 만약 노래나 컨셉이 안좋으면 그들도 나가리인 것은 어쩔 수 없단 점에서 다른 그룹과 똑같습니다. 그러나 차트 조작이라는 것은 그들의 피, 땀, 눈물과 선의의 경쟁을 무시하고 짓밟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제재는 분명 강화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차트가 음악적 다양성을 해친다는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분명 차트에는 대부분 아이돌 음악이거나 유행하는 그룹들이 점령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이돌 음악>이라는 단순한 타이틀로 묶이기에는, 아이돌 음악들 역시도 질적으로 양적으로 상당히 커져있습니다. 개성이나 특징 역시도 굉장히 다양해져있고요.
아이돌 음악과 유명한 그룹만이 차트 도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적 다양성을 해친다라...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그룹이라고 할지라도 매번 다양한 음악 컨셉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자본과 수많은 인력들을 동원해 안무와 뮤비를 제작합니다. 이제 아이돌은 단순히 잘생기고 예쁘고 춤만 잘추는 인형이 아닙니다. 경쟁이 매우 심화되어서 전부 상향 평준화 되어있습니다. 노래는 노래대로, 잘하고 악기와 음악 작곡도 하고 연기와 엔터테이너적 요소까지 갖춘 종합 예술가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자본이 투자되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디자인과 마케팅, 뮤비 연출이 어우러져서 트렌드와 유행을 형성해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어 컨셉트를 개발하고 다양한 음악들이 후보군으로 만들어지는 지금, 음악적 다양성이 부족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컨셉의 다양성에 비해서 차트의 크기가 작아 미처 다 반영되지는 않는 것 같다면 모를까...
이렇게 종합 엔터테이너로 길러진 아티스트들이 차트에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저는 절대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룹 펜타곤의 후이, 이던이나 직접 멤버가 작곡/작사를 참여하는 방탄소년단, 비투비 등등이 바로 그 예시들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양산형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화하는 고전적인 의미의 아이돌(Idol)이 아니라, 스스로 그룹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프로젝트를 직접 주도해가는 아티스트들입니다. 아이돌 그룹과 대중음악 시장은 이처럼 점점 상향평준화되어가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원 차트는, 이러한 아티스트들이 이목을 끌고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정한 경쟁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이상적으로 작동하지만은 않겠지만요. 하지만 역기능 때문에 차트 자체를 없애는 것은, 벼룩을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생각합니다.
차트를 없애기보다는 오히려 규모를 확장시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실시간 차트 100은, 국내 음원시장의 규모나 아티스트의 숫자에 비해서, 그 다양성을 보여주기에는 좀 작습니다. 담아야 할 내용물의 크기는 큰데, 잔은 고작 소주잔인 느낌입니다. 요즘에는 경쟁이 워낙에 심화되어서 차트 100위안에 드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차트 100위 바깥에 있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곡일겁니다. 그 사람들의 취향과 성향을 좀 더 담기 위해서는 차트의 순위가 좀더 커져야합니다.
유행과 트렌드를 선도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차트의 존재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풀이 좁은 느낌입니다. 차트의 크기를 두배로 늘리면, 좀 더 다양한 목소리들이나 수요들이 차트에 반영되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100위 미만의 음악들의 순위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 구조야말로, 100위 미만의 음악의 의미와 가치를 뭉뚱그려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러블리즈의 음악이 항상 100위권, 혹은 그 미만인게 아쉬워서 이러는 건 아닙니다...절대...)
1. 차트는 문화적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덕질이라든가 자발적인 팬덤의 참여라든가...
2. 물론 차트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조작에 취약하다. 이에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
3. 차트에 들어가는 아티스트들은 이제는 종합 예술가로서 대중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차트가 음악적 다양성을 해친다고 보지 않는다.
4. 단지 아티스트의 숫자와 대중음악시장의 풀에 비해서 차트 100은 너무 작지 않나...한 200정도로 가즈아!
제가 아이돌 음악을 처음 듣던 초등학교 4학년 동방신기의 <Rising Sun> 시절에 비해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엄청난 성장을 했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쟁은 더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최신의 고퀄리티 음악이 매우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디자인/기획/마케팅 전략 역시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경쟁의 산물이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서, 문화를 형성하고, 차트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유치원, 초등학생들의 슈퍼인기곡은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라고 하죠? 이처럼 유형적으로 무형적으로든 차트로 대변되는 대중음악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 이 영향력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 음악시장의 규모는 대한민국을 넘어서 동남아, 유럽, 그리고 영미시장까지 더더욱 커져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 아티스트로 성장한 아이돌 뿐만 아니라 힙합, 댄스, 발라드 등의 다양한 신세대 음악들을 포용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데에 차트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장(Field)이 보장되어 있을때야 말로, 음악 관련 종사자들의 양적, 질적인 성장이 동반될 것입니다. 그래서 차트가 존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