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뉴턴을 제거하라
자살, 통근시간, 임금격차...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문과에서 이과로 전과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타과 수업을 들었습니다.
또 대학원 전공 탐색을 하면서, 수많은 세부분야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세상에 수많은 전공이 있고 내가 모르는 분야가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공마다 관점이 다르고 배우는 것이 많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살듯이, 대학의 전공도 학과의 전통, 커리큘럼, 교수진에 따라 각기 천차만별입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성적받고 취직하기 위해서 내 전공 살리기(혹은 버리기)에 집중하느라 정작 다른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잘 모르고 삽니다.
그래서
대학에 막상 들어갔더니 전공을 잘못 골랐어서 후회했다거나,
이 전공이 유망하다고 해서 자녀/친척/가족들에게 추천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거나
커리어 계발을 위해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데 감이 안온다거나
이런 애로사항들이 참 많습니다.
비록 저도 많은 전공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철학에서 물리라는 아주 다른 분야로 옮겨간 경험을 살려 다른 전공들이 뭘 하는지 분석해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른바, 먹고사는데 당장 큰 도움은 안될지 몰라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 '전공필수로 살펴본 이공계 전공'!!
한마디로 물리학은 자연현상을 잘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학사 4년 동안에는 '인류가 지금껏 자연을 잘 설명해왔던 수학적 방법들'을 위주로 배웁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실제적인 문제를 푸는 것은 보통 대학원에서 합니다. 따라서 대학에서 4년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당장 사용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물리학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잘 풀려서 응용의 단계가 된 주제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인접학문(공학 등)으로 넘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물리학에서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인접분야와 겹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자연현상에 대해서 새로 연구하기도 합니다.
물리학과는 천재-너드, 아인슈타인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실험 연구 위주로 구성된 학과입니다. 물리학은 실험과학에 가깝습니다. 실험을 통해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던 문제를 제시하기도 하고, 이론적인 설명이 정말 타당한지, 얼만큼 유효한지를 검증하기 때문입니다. 실험을 하는 사람들도 물리학적 배경을 알아야하고, 고도로 체계화된 실험을 이해하기 위해서, 학부 4년 동안에는 이론물리학 지망자들과 똑같은 수업을 듣습니다.
전공필수과목이 학교별로 달라지는 경우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고전역학>, <전자기학>, <양자역학>, <열/통계역학> 4과목과 관련된 실험을 2과목 이상 듣습니다.
전공필수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수학을 3과목 이상 수강하는 것이 보통 졸업요건입니다.
2- (1) 물리에 쓰는 수학과목들
미적분학, 선형대수학, 수리물리학 과목을 배웁니다.
물리학에서는 자연을 이해할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합니다: '수학적인 방법(방정식)으로 묘사하고, 그것을 풀어 나온 해(함수)를 분석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우리가 풀 수 없는 방정식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풀 수 있는 것들을 먼저 배우는 것이 좋겠죠? 그 풀 수 있는 방정식들, 방법들을 배우는 것이 바로 이 수학들입니다.
2-(2) 고전역학(일반역학)
고전역학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물체의 운동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웁니다.
고전 하면 뭔가 낡은게 생각나는데요. 뉴턴이 시초니까 확실히 오래된 것은 맞습니다. 중요한 사례를 몇 개 다루면서 이 방법을 적용하기도 하는데요, 공학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응용가능한 많은 사례를 다 다루지는 않습니다. '어떤 관점을 가지고 수학을 쓰면 물체의 운동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예시 몇 개' 이런식입니다. 고전역학의 방법은 '거의 완벽하게' 잘 맞아떨어지지만, 너무 빠르거나 너무 작은 영역에서는 이게 잘 맞지 않아서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2-(3) 전자기학
전기/자기라고 부르는 현상들을 다룹니다.
전기/자기는 정전기, 자석같은 것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동시에 사례도 꽤 많이 다룹니다. 그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게 빛입니다. 빛에 관한 한 공학보다는 물리학에서 더 많이 다루는 편입니다. 전기/자기에 대한 이해는 꽤 중요한데요. 전기/자기적 현상은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기 때문입니다. 통신, 컴퓨터, 전력 등등 ..(중력은 너무 약해서 지구정도 크기가 되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또 매우 빠른 빛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고전역학이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인, 매우 빠른 영역을 다룹니다. 이를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합니다.
2-(4) 양자역학
고전역학이 다루지 못하는 영역인 아주 작은 영역을 다룹니다.
아주 작은 세계에서는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현상들이 발생하는데요. 그것들을 수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합니다. 이 작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배우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인류가 개발한 수학 중에서 '파동을 이해하는 방법'(편미분방정식)과 '선형대수학'이 그것입니다. 고전역학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사례를 몇 개 다루면서 이 방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오늘날의 기술은 고도로 발달되어, 작은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질 안에서 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 전자가 바로 이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것이 예시입니다.
2-(5) 열/통계물리학
통계물리학은 '뭐가 많은' 영역을 다룹니다.
열이면 열이고 통계면 통계지 웬 열/통계? 저도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는데요. 양자역학을 통해서 아주 작은 세계를 분석하기는 하지만, 기껏해야 전자 한개, 두개 정도만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 갯수가 엄청나게 많아지면, 그 모든 전자를 하나하나 이해하는 것보단, 통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훨씬 쉽고 강력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과 관련된 문제는 대체로 뭐가 많은 영역에 속합니다. 이를테면 일상적인 물체에는 원자가 1억X1억X1억 개 정도 있습니다. 이를 통계물리학의 방법으로 분석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관측할 수 있는 열이나 온도같은 성질이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열/통계물리학을 세트로 배웁니다.
2-(번외) 실험
2~3과목의 실험수업을 통해 4가지 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합니다.
조원들과 함께 위에서 배운 4가지 과목의 내용을 직접 실험으로 검증해봅니다. 학사과정에서는 첨단 정밀 장비를 다뤄야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이런 장비로 이렇게 설계하며 이런 결과가 나오는구나. 결과가 나오지 않는구나 레포트 어떻게 쓰냐 등등...을 체험하고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합니다.
1-2학년: 수학과목과 기초과학을 배웁니다. 수학은 미분적분학, 선형대수학, 미분방정식 등을 다룹니다.
2-3학년: 수학과목을 베이스로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방법들을 배웁니다.
을 이해하는 방법들을 배웁니다.
4학년-이후: 3년간 방법만 배웠는데, 이제서야 각론을 조금 맛봅니다. 원자핵/빛/고체/생물현상 등을 3년간 배운 방법을 동원해서 이해하고 공부합니다(만..1년으로는 부족해서, 갑니다. 대학원으로...) 진짠데.
물리학과는 4년의 대학 생활동안 '방법론'만 배우는 거아냐?
라고 느끼실 수 있는데요. 맞습니다.(;;)
그래서 물리학 학사만 마치고나면, 구체적인 분야에 대한 지식은 세부분야를 직접 전공하는 것보다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전기/컴퓨터/화학/기계를 직접 전공한 사람이 물리학과보다 각 분야에 대해 훨씬 세부적으로 잘 알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도 물리학이 장점이 있다면, 어딜가도 적응하기 좋은 '일반론'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전통적 방법이 대강 어떻게 되는지 아니까, 구체적인 분야를 정해 적용하고 풀면 됩니다. 그래서 대학원으로
*작성자는 모든 수업을 다 듣지는 않았으며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거나 지적하실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언제든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