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학과와는 다르다...화공과와는...
자연대 근처를 서성이다 보면 머리가 떡지고 얼굴에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허리를 굽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 중에서 실험복과 고글을 들고 후다닥 달려가는 사람을 붙잡습니다. 무슨수업을 들으러 그리 바쁘게 가시냐 물어봅니다. '화학 실험' 그 사람은 짧게 대답합니다. 짓궃게 물어봅니다.
"아..화학공학과이신가요?"
그 사람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집니다.
학과명에 고작 두글자 '공학'추가된 것 뿐인데 뭐가 이렇게 다르다는 걸까요. 사실 저도 뭐가그렇게 다른지를 잘 몰랐는데요. 타 전공자의 입장에서 화학과, 무엇을 배우는지 전공필수과목을 통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한 마디로 화학과에서는 분자와 원자의 성질을 배웁니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있습니다.(양성자(+중성자), 전자) 이때, 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양성자의 갯수에 따라서 해당 원자의 성질이 크-게 바뀌게 되는데요. 이를 기준으로 원자들을 분류한 것을 우리는 원소(element)라고 합니다. 산소, 질소, 수소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술 더 떠서, 원소들이 서로 결합해 다양한 분자를 만드는데요. 마치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도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망치와 칼은 같은 재료를 사용했지만 형태가 다르고 쓰임새도 다른데요. 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어떤 재료를 쓰느냐/어떤 구조를 띄느냐에 따라서 우리 주변의 수많은 물질이 다양한 성질을 갖게 되는데요. 이러한 것들을 화학과에서 연구합니다.
화학과는 실험과학의 특성이 매우 강합니다. 우리가 '과학자'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인 '흰 가운, 플라스크, 고글' 같은 것이 바로 화학과의 실험인데요. 어떤 물질의 특성을 실험을 통해 규명하거나, 새로운 물질을 합성한다거나 하는 것이 바로 화학과의 연구입니다.
이름만 가지고서는 당장 무엇을 하는지 알기가 쉽진 않아보입니다. 그런데 화학과의 연구분야는 놀랍게도 화학과의 전공필수과목과 이름이 정확히 같습니다. 그러니, 전공필수과목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연구의 큰 갈래와 진로 진출분야를 대강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볼까요?
2.화학과의 전공필수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전공필수과목이
+(많은양..의)실험
으로 구성되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화학과에서 배우는 과목은 두 가지로 나뉘는 듯 합니다.
'연구 방법, 관점, 쓰이는 기술'에 대한 과목과(물리화학, 분석화학)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과목이 그것입니다. (유기화학, 무기화학)
2-(0) 공통필수과목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기초대학물리, 화학은 보통 필수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이 과목들은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과학과목 물리I, II/화학I, II의 연장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는 대학기초 미적분학, 수학을 수강하는데요. 여타의 공학과 물리학에 비해서, 수학과목을 중점적으로 수강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필수 수학과목의 숫자가 대체적으로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진출분야에 따라 다릅니다.)
2-(1) 물리화학
제가 물리를 했으니, 물리화학부터 살펴보는게 편할 것 같습니다.(^^;;). 물리화학이란, 물리학에서 쓰는 방법을 이용해서, 화학과에서 관심갖는 주제를 다루는 과목입니다. 그렇담, 물리학과에서 쓰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개략적으로 알면 좋겠죠? 이전 글을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물리화학은 물리학의 여러 방법들 중에서도, 특히 양자역학과 열/통계물리학을 많이 사용합니다. 양자역학은 '작은 세계'를 설명하는데 용이한 도구이고, 열/통계물리는 '무언가 많이 모여있을 때'를 설명하기에 용이합니다. 화학과에서 다루는 원자/분자적 사이즈의 물질은 양자역학의 주된 활동영역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그렇게 작은 물질이 많이 모여있을때의 성질을 '열/통계물리'의 언어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물리학 과목이 다들 그렇듯, 이 과목도 '어떤 구체적 대상'을 사례별로 연구하는 것보다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 쓰는 방법론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화학과에서 배우는 구체적 대상은 유기물/무기물로 나뉩니다.
2-(2) 분석화학
분석화학은 화학연구를 하기 위한 방법과 기술에 대해서 공부합니다. 물리화학이 '물리학적 방법'이라면, 분석화학은 실험을 위한 방법, 기술에 좀더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들면 이렇습니다.
실험 기기를 사용하고 결과값을 정리-계산하는 법, 어떤 성질을 가진 액체(용액)을 이용해 실험을 하는 방법과 유형, 기기를 이용해서 전기/빛 등의 실험값을 도출하거나, 그 기기의 원리를 심도있게 공부하는 것 등..
이렇게 분석화학에서 공부하는 내용은 단지 화학 실험을 할 때 뿐 아니라, "실험을 위주로 하는 과학"이라면 한번쯤 짚고 넘어가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리고 사실, 과학은 실험이 중심이므로..) 실험으로 원하는 데이터를 뽑아내거나,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바로 이 분석화학의 테크닉입니다. 이렇게 얻어진 결과가 인류의 지식 폭을 넓혀준다고 믿습니다.
2-(3) 유기화학
화학의 연구 대상이 유기물/무기물로 나뉜다고 했는데요. 유기화학은 유기 분자들을 주로 다루는 과목입니다. (제가 잘 몰랐고 여전히 모르는 분야인데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열심히 참조했습니다. 육각형을 많이 그리는 과목으로 알고 있습니다.ㅎㅎ) 여기서 유기화합물(Organic Compound)이란, 탄소(C)를 포함하여 분자구조를 이루고 있는 물질을 말합니다. 이 종류가 무지하게 많고, 제각각 성질도 다릅니다. 유기물, 유기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생명체의 활동과 관련된 녀석들이 많습니다.
화학공학과에서도 이 유기화학을 배우는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고무, 합성섬유, 석유나 석탄같은 것들이 모두 유기화학에서 다루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가까이에는 A4용지가 보이는데 이 종이도 식물에서 얻어진 유기물입니다. 이러한 유기물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이해하고, 응용하며 새로운 유기물질을 합성하기 위해서 배우는 기초과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4) 무기화학
무기(Weapon)에 대해서 배우는 과목 '유기화학'에서 다루는 대상을 제외한 모든 물질을 '무기물'이라고 하는데요. 즉, 유기화학을 제외한 화학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탄소-화합물을 제외한 분자의 성질을 분석하는 방법과, 사례를 배웁니다.
우리가 중 고등학교 때 배웠던 과학을 떠올려봅시다. 수백개의 원소가 마치 카드처럼 펼쳐진- 주기율표를 기억하시나요? 무기화학은 이 주기율표 상의 수많은 원소를 다룹니다. 따라서 매우 넓은 분야가 무기화학의 연구 대상입니다. 특히, 원소들끼리 결합할 때 원자 안에 있는 '전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이 전자를 중심으로 하여 결합된 물질의 성질, 구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목입니다.
무기화학에서 다루는 대표적 대상 중 하나가 금속(고체)인데요. 우리 주변의 고체는 그저 단단한 판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원자가 대단히 규칙적인 구조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때 어떤 구성원소인지, 어떤 결합인지에 따라서 성질이 다르고 응용할 수 있는 분야도 천차만별이겠죠? 더해서 금속과 유기물간의 반응, 새로운 무기물질들의 합성 등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2-(5) 실험
과학은 '실험이 중심'이고, 화학은 그중에서도 실험을 많이하는 학과입니다. 오죽했으면 실험과 기기를 다루는 분석화학이 전공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있을까요? 화학과에서는 물리/분석/유기/무기에서 배운 내용을 실험합니다. 이후에 대학원으로 진출해서도 대부분의 연구실이 실험을 위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런만큼 실험과목이 필수과목으로 3~4과목, 이외에도 2~4과목 정도로 많이 개설되는 편입니다.
1-2학년: 기초 대학과목을 수강합니다. 여느 이공대생과 마찬가지로 대학물리, 화학, 생물, 미적분학 정도를 배웁니다. 이외에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정도는 배우는 것 같습니다.
2-3학년: '일반화학' 과목에서 배웠던 세부 파트를 심화해서 배웁니다.
이러한 기본과목에 더해서, 전공심화과정에서는 생화학, 고분자화학, 고체화학 등의 과목을 추가로 수강하는데요.
생화학은 말 그대로 생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분자 단위 현상(단백질, 탄수화물 등)을 다룹니다.
고분자화학에서는 '유기/무기 분자인데 사이즈가 엄청 큰 결합을 하고 있는 녀석'입니다. 고무, 플라스틱등의 소재와 관련이 있습니다.
고체(재료)화학은 유기/무기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고체를 이룰때 그 성질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화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은 생체현상, 무기/유기재료 및 소재 분석+합성, 이러한 것들을 실험하기 위한 기기 사용기법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몇 년전부터 굉장히 핫했던 '나노과학'이 바로 이 화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나노(Nano)'란, 10억분의 1정도의 크기를 말합니다. 이는 대충 분자 하나정도의 크기입니다. 엇, 분자정도의 크기..? 화학과에서는 분자 사이즈의 현상을 연구하므로 나노과학은 바로 화학과의 메인 활동무대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크기의 물질이라도, 그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 단위의 구성성분이 그 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나노과학'을 연구해서 적용하려는 시도가 어느새 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작성자는 모든 수업을 다 듣지는 않았으며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거나 지적하실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언제든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