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재료를 만드는 학과가 아니래요
갑자기 웬 짬뽕?...이냐면
재료공학과가 공학과의 짬뽕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재료공학과라고 하면 요리재료를 배우는 학과가 아닙니다.
재료공학과와 신소재공학과는 같은 학과인데요.
둘 다 영문명으로는 Material science & engineering을 사용합니다.
영문명에서 보실 수 있으시다시피, 물질Material을 다룹니디. 엥 물질? 물질이라고 하면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 아닌가요? 그렇지만 재료공학과에서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있겠죠?
재료공학과에서는 온갖 산업의 재료로 쓰이는 물질을 주로 공부합니다.
예를 들어서 생각해봅시다.
인류 문명은 석기-청동기-철기를 거쳐 발전했는데요. 각 시기별로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무기 기술이 크게 달랐습니다. 좀더 좋은 재료를 사용한 문명이 이전의 문명을 정복하면서 발전하였습니다.
재료의 발달이 문명의 발전은 이처럼 긴밀한 관계가 있는데요.
우리에게 가까운 또다른 사례로는 비행기가 있습니다. 최초의 비행기는 원래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장거리를 비행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나무라는 재료 특성상 강도가 약하고 부식에 취약해서 이걸 가지고는 비행기술이 발달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금속은 비행기로 띄우기에 너무 무거웠는데요. 가볍고, 강한 알루미늄 합금이 개발되면서 비행기에도 금속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후 비행기술은 나날이 발전해서 우주로 가는 비행선까지 띄울수 있게 되었는데요. 마찬가지로, 우주 환경을 비행하는데 맞춤인 재료 역시도 개발되지 않으면 안되겠죠?
재료공학과에서는 이처럼 산업의 재료로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과학/공학을 배운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크게
금속, 세라믹, 고분자, 반도체를 다룹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를 위해서 물리, 화학의 과학과 수학적 기본지식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구체적으로 나누면
1)재료의 미시적 성질
2)재료의 거시적 성질
두 가지를 배운다고 합니다. 이것이 무엇이냐면, 예시를 통해서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기 다른 원소들의 원자가 결합해 분자를 이룹니다.
산소, 이산화탄소 등..이 바로 분자입니다. 특히, 고체에는 수많은 분자가 있는데요. 대략 1억X1억X1억개..
어마어마한 숫자의 원자가 있습니다.
고체 안에서는 이 분자가 매우 가깝게 뭉쳐서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 때, 어떤 원소가 어떤 구조로 배열 되어있는지에 따라서 그 고체의 특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처럼, 원자 단위의 원인에 의해서 결정된 고체의 성질을 "미시적 성질"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거시적 성질"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성질입니다. 요즘같은 겨울에는 뚝배기에 든-든한 국밥 한그릇 먹으면 좋은데요. 사실 저는 라면을 더 좋아합니다.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이는게 맛이죠. (아무말) 뚝배기와 양은냄비의 차이점을 우리는 모두다 알고 있습니다. 양은냄비는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습니다. 뚝배기는 반대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성질이 바로 "거시적 성질"입니다.
그렇다면 거시적 성질과 미시적 성질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여러분들이 모두 예측하셨듯, 고체 원자의 미시적 성질에 의해서 거시적인 성질이 결정됩니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응용해야합니다. 또 동시에 그 재료가 좋은 재료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특성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렇게 거시적/미시적 성질을 중심으로 해서
이때 어떤 원자가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미시적인 성질이 결정되는데요.
이 '원자 단위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을 우리는 <양자역학>이라고 합니다.
또한 고체 안에는 일반적으로 1억X1억X1억 개의 원자가 모여있는데요. 원자가 이렇게 많이 모여있을 때는 그 원자 하나하나를 조사하는 것보다 통게적으로 그 거동을 이해하는게 도움이 됩니다.
이를 <통계물리학>이라고 합니다.
고체물리/화학은 양자역학/통계물리학을 기반으로 미시적 성질을 이해하고
그 미시적 성질이 우리에게 어떻게 관측되는지를 이해하는 과목입니다.
이때, 관측되는 성질을 우리는 "거시적 성질"이라고 부른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고체물리/화학의 대상은 위에서 말씀드린 네 가지로 나뉩니다.
금속/고분자/세라믹/반도체인데요. 하나씩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a. 금속
금속은 자유전자가 많은 고체입니다. 엥 웬 자유전자? 고체 안의 원자는 원자핵+전자로 구성되어있는데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하고나니, 전자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자가 고체 원자들 사이를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합니다.
금속은 흔히 전기가 잘 통한다는 상식이 있는데요. 그게 다 자유전자 때문입니다. 자유전자에 의해서 전류를 잘 전달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금속의 많은 성질이 자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b.고분자
고분자는 작은 단위의 분자 블록이 모여 아주 큰 건물 분자를 형성한 것을 말합니다.
주로 유기물에서 나타납니다.(탄소(C) 화합물을 포함한 것을 유기물질이라고 합니다.)
고무라든가 플라스틱등의 유용한 재료들이 많습니다.
c.세라믹
금속이 아닌 무기물질을 말합니다. 무기물질은 유기물질을 제외한 것인데요.
즉, 유기물도 아니고 금속도 아닌 녀석들입니다. (변기와 세면대에서 자주 볼수 있는 그거라고 합니다.^^)
좋은 성질을 가진 세라믹으로 우주선의 외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d.반도체
금속만큼 전기가 잘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조작(?)을 가해주면 흐를 수 있는 물질을 말합니다.
반도체는 오늘날 전자기기에 필수적입니다.
전자기기는 정보를 0과 1(디지털)로 전달하는데요.
이때 0은 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 1은 전류가 흐르는 상태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금속은 전류가 너무 잘흘러서 항상 1이고
절연체는 너무 안흘러서 항상 0이 되어버립니다.
반도체는 잘 제어해주면 0과 1을 구분할 수 있고, 그래서 정보 저장 매체로 쓰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배열된 고체를 다른말로 "결정Crystal"이라고 합니다.
결정이 어떤 구조로 배열될 수 있을까요? 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죠?
흔히 떠올리는 직육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
이런 수많은 결정의 모양을 분류하고, 구별하는 과목이 바로 결정학입니다.
아직 측정하지 않은 결정의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는 실험 방법도 배웁니다.
(놀랍게도, 사람의 뼈를 보는데 사용하는 그 X-ray를 찍습니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배열된 원자 사이사이에, 원자가 하나 둘 빠졌 을 때의 ("결함defect"이라 부릅니다.)
영향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원자가 많이 모여있는 상황을 통계적으로 이해하는 방법": 이것이 통계물리학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통계물리학을 사용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거시적인 관측량": 이것이 바로 열역학입니다.
그래서 열/통계물리학은 원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미시적인 특성에 집중하면: 통계물리학
거시적인 특성에 집중하면: 열역학
이 됩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의 국민의 소득 수준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각 사람별로 자료를 수집해서 그것을 통계적으로 분석합니다. 이것이 통계물리학입니다. 이렇게 얻어진 자료를 가지고 의미있는 정보를 만듭니다. 나이/직업에 따른 소득 분포를 얻는다거나 하겠죠? 이것이 열역학입니다.
(만약에 한 사람의 월급, 연봉, 지출을 집중적으로 물어본다면- 양자역학이겠습니다.^^)
특히 재료공학과 열역학에서는 상변화, 화학적 반응, 기체와 고체가 맞닿는 상황 등을 중심으로 배웁니다.
상변화는 아래에서 좀더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라면을 끓여 먹겠습니다.(?!) 냄비에 물을 넣고 바로 불을 피웁니다. 2분쯤 지나니 보글보글 끓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물의 양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 많던 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모두 알다시피 물이 수증기로 바뀌었습니다.
물이 수증기로 바뀌면서 나타난 큰 변화는 바로 분자간의 평균적인 거리가 멀어졌다는 겁니다. 액체일때는 매우 가까웠던 분자간 거리가, 기체일 때는 매우 느슨해집니다. '분자간의 거리'처럼, 물질의 어떤 특징이 갑자기 확 변하는 것을 상변화(Phase transition)라고 합니다.
물병에 물을 넣어두고 뚜껑을 닫아봅시다. 상온에서 놔두면 물은 별 일 없어보입니다. 별일 없어보이지만 사실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물병안의 공기(수증기)가 액체인 물이 되는 숫자와, 액체인 물이 증발해서 수증기가 되는 숫자가 서로 절묘한 균형을 이룬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상평형(Equilibrium)이라고 부릅니다.
가만히 있던 애가 갑자기 상변화할리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죽을 때가 되었지 않고서야..) 그렇게 물질이 제멋대로였으면 우리는 굉장히 불편했겠죠. 뭔가 변화할 수 있도록 집어넣어줘야겠죠? 뭘 넣어줘야 빨리 변할 수 있는지를 체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상변화 과목에서는, 상평형, 상변화를 물리학의 방법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선수과목이 열역학이라, 열역학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재료를 막 상변화도 시키고 열도 가하고 열심히 가공해서, 원하는 특성을 만드는 데에 필요하겠죠?
재료공학과는 각종 산업에 쓰이는 재료를 배우는데요, 특히 고체 재료를 배웁니다.
재료를 크게 분류하자면 1)금속 2)세라믹 3)고분자 4)반도체 입니다.
재료공학과의 전공필수 과목은: 고체물리/화학, 결정학, 열역학, 상변화 입니다.
이렇게 배운 전공필수 과목을 바탕으로
금속재료/세라믹/고분자/반도체의 구체적인 대상을 이해하고 응용하며,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재료공학과의 커리큘럼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