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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민 Mar 06. 2020

이기적인 사람은 성공할까?: 게임이론과 팃포탯(3)

협력과 정의는 살아남는다



(1)번 글에서는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를, (2)번 글에서는 여러 번 시행되는 게임에서 어떤 전략이 살아남기에 유리할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전략 경진대회를 열어보니 살아남기에 가장 유리한 전략은 '팃포탯'이었는데요. 팃포탯의 전략은 간단했었죠. 처음에는 무조건 협력한다. 직전 게임에서 협력했다면, 이번 턴에는 나도 협력. 직전 턴에 배신했다면, 이번 턴에는 나도 배신. 


전략 대회의 게임 룰


이 팃포탯 전략을 깨부수고자 많은 전략들이 전략 경진대회에 2차로 참가했으나, 팃포탯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고 건재했습니다. 팃포탯은 뒤끝도 미련도 없고, 협력을 지향하며, 자신의 전략이 명료하고 단순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의도대로 따르게 하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진화생물학과 팃포탯

진화생물학자들은 이 대회의 결과에 주목합니다. 적절한 전략을 가진 생명체가 보다 자신의 후손을 많이 남기는 것이 진화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략 경진대회에 참여한 여러 전략을 모아, 가상의 생명체에게 할당하고, 여러번의 게임을 거쳐 높은 점수를 얻은 생명체들이 번식하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습니다. 그렇게 하자 놀라운 차이가 나타났는데요.


대회에서 하위권에 해당했던 전략들은 5세대 이후 개체 수가 반절로 급감하게 됩니다. 50세대 이후에는 1/3이 전멸하게 됩니다.

중위권~중상위권 전략들은 50세대 이후에는 개체수가 감소하거나, 더이상 증가하지 않게 됩니다.

상위권 전략: 5세대 이후에 개체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100~200세대가 지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입니다.


팃포탯은 상위권 전략들 중에서도 가장 상위권에 속하는 전략으로, 가장 성공하게 되는 전략입니다. 이 팃포탯의 경우에는 일단 한번 다수가 되고나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배신 전략들이 꿈틀거리지 못하게 합니다. 실제로 다른 전략들은 우연치않게 다수가 되더라도 금방 다른 전략들의 도전에 의해서 쉽게 무너진다고 하는데요. 이 팃포탯 만큼은 그렇지 않을 뿐더러, 전체 집단의 단 5퍼센트 만이 팃포탯으로 시작하더라도 세대가 지나면 가장 우세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담 당장 팃포탯으로 배팅해(출처: 학습백과 줌)


춘추전국시대: 믿을 건 나뿐이야

그러나 이 팃포탯을 상대로 항상 우위를 점하는, 생각보다 효과적인 전략이 있습니다. 바로 '무조건 배신 전략'입니다. 무조건 배신 전략은 협력형 전략을 상대로는 거의 등쳐먹습니다. 배신 전략에 강하고 큰 점수를 내주지 않는 팃포탯을 상대로도, 근소한 차이로 앞서가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전략 대회에서도 생각보다 꽤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무조건 배신 전략이 전체 집단의 다수인 상황에서는, 협력 전략이 살아남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합니다. 실제로 배신자가 다수인 상황에서는 함부로 협력하려다가 호구잡히게 되는데요. 그래서 배신 전략이 살아남기에 좋은 전략이 되고, 배신자가 판을 치는 춘추전국시대, 난세가 됩니다. 난세에는 제 아무리 팃포탯 전략이라고 할지라도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말고는 딱히 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난세는 영웅을 기다린다고 하죠. 사람의 마음을 얻고 동료를 모아 난세를 평정할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이 역사의 흐름인데요. 위에서 언급한대로 일단 팃포탯 전략들끼리 뭉치게 되면, 형세를 뒤집는 데에는 큰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협력 위주의 전략들이 다수가 됩니다.


난세는 영웅을 기다린다


시대의 흐름: 협력전략과 배신전략

난세가 평정되고 팃포탯 전략이 일단 다수가 되면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팃포탯 전략은 다른 변종 배신 전략들의 도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팃포탯 전략은 협력 전략의 우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협력에는 단순히 협력할 뿐이니까요. 그러다 보면 이후에는 배신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호구(?) 협력 전략들이 다수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호구 협력 전략들의 통수를 치는 배신자들이 다시 득세하게 되는데요. 배신자들이 득세하며 다시 난세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하 반복되겠죠?



이타적이고, 협력적인 인간

(1)편, (2)편을 통해 살펴본 내용을 통해 팃포탯 전략의 우수성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이는 협력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이 인간의 심리적, 유전적 전략일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하고, 항상 협력하는 것이 마냥 호구(?)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같이 협력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오히려 더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먼 옛날 사회적 동물이었을 우리의 조상들은, 다양한 전략을 갖고 게임에 참여했을 것입니다다. 그리고 그 복잡한 게임의 결과 오늘날에는 많은 성격의 사람들이 있는데요. 다수의 사람들은 협력적이고, 사회적으로 타인을 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도 이기적 전략이  분명 득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발성 사건의 경우에는 죄수의 딜레마에서 보았듯 배신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누군가는 협력의 얼굴을 내세우고 언제든 등을 돌릴 준비가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갔을 때는, 협력과 정의는 단순 이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전략게임의 팃포탯처럼 성공적인 전략일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호구 괴롭히지말자...


*물론 전략대회, 진화 시뮬레이션, 팃포탯은 굉장히 단순한 모형이라 현실에 곧이 곧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전략대회의 전제 중 하나는, '협력과 배반을 택했을 때 그것을 상대방이 명료하게 알아챌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인데요. 실제 현실에서는 상대방의 의도나 표현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정보의 왜곡이 발생하는 상황에서의 게임을 실시하면, 팃포탯은 최고의 성적까지는 아니라고 하네요. 


또한 팃포탯은 배신에 지나치게 칼 같은 나머지, 종종 발생하는 실수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에서는 팃포2탯, 즉 한 번은 봐주는 전략이 더 우세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팃포탯은 우수한 전략이고 이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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