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아이돌과 3D 아바타가 만나 MZ세대의 호응을 받는 시대
10대들이 '3D 아바타 아이돌'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닮은 3D 아바타는 게임 등 매니악한 분야에서나 사용되는 것으로 인식되곤 했는데요. SM, YG 등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3D 아바타 기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K팝 아이돌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면서, 이를 반영한 아바타들도 글로벌 MZ세대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미래 지향적인 기술이나 콘셉트에 관심이 많았던 SM이 지난 17일 신규 걸그룹 '에스파'를 선보였는데요. 에스파는 그룹명 자체에 아바타가 들어갑니다. 'aespa'가 아바타(avatar)와 경험(experience)의 합성어입니다. 에스파는 그룹명을 반영한 독특한 세계관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실제 아이돌 멤버들과,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 멤버가 공존합니다. 두 세계의 멤버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중간인 '디지털 세계'를 통해 만나며 성장한다는 콘셉트인데요. 이에 맞춰 SM은 아바타와 현실 멤버를 둘 다 공개했습니다.
아이돌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이라면 아이돌들이 세계관을 도입하고 있다는 내용은 아시겠지만서도, 에스파의 콘셉트는 상당히 낯설게 받아들이실겁니다. 그렇지만 '아바타 아이돌'의 흥행은 그 전에도 예고된 바가 있었습니다.
'K/DA'는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게임 캐릭터들로 만든 아이돌 그룹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에서는, 게임 내의 캐릭터를 모아 오리지널 콘텐츠로 아이돌을 만들고 영상과 만화를 공개했는데요. 마치 실제로 활동하는 것처럼 데뷔일도 설정하고 앨범도 발매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에 힘입어 K/DA도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공개 2일만에 조회수 천만, 한달여만에 조회수 1억을 돌파한 것입니다. 이는 JYP의 걸그룹 'ITZY'와 맞먹는 수치입니다.
게임 캐릭터들에 대응되는 현실의 멤버들에는 '(여자)아이들'의 멤버 소연, 미연과 해외 팝 가수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라이엇 게임즈의 주요 행사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헀는데요. 공연에는 현실의 아이돌 뿐 아니라 AR 캐릭터들이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춥니다.
제페토는 MZ세대를 겨냥한 아바타 앱입니다. 네이버의 자회사로서 카메라 앱인 '스노우'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합니다. 제페토는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꾸미고, 그 아바타를 이용해 SNS를 하는 형식입니다. '마인크래프트'처럼 특별한 맵도 탐험하고 제작할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 뿐 아니라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 2억 다운로드를 돌파했는데요. 동시에 주요 엔터사인 YG, JYP,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의 투자를 도합 200억원 가량 받았습니다.
이들 엔터사와 협업해 현실 세계의 아이돌을 제페토의 아바타로 재현한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의 아바타 버전 'Ice Cream' 뮤직비디오가 공개 하루만에 1500만 조회수를 달성했는데요. 이외에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JYP의 'ITZY' 등이 아바타로 구현됐습니다.
제가 현재 몸담고 있는 IT학회에서 제페토와 산학협력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아바타와 아이돌 덕질 문화에 대한 미션을 받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바타도 만들어보고, 맵도 탐방하고, 재밌는 포즈들로 친구들과 사진도 찍어봤는데요.
제페토 이용자 입장에서는 한국 유저/해외 유저별 특성이 제법 다른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중 등 아시아 문화권과 영미권 유저 특성이 구분된다고 하는데요. 앱 자체에 이용 가능한 콘텐츠가 많아서 같은 한국 내에서도 마치 SNS 셀럽처럼 자신의 아바타를 운영하는 '인싸'들도 있고, 신세대를 겨냥한 어플이지만 아바타 꾸미기에 몰두하는 20대 '헤비 유저'들도 더러 보였습니다.
아바타 아이돌 덕질에 대해 10대와 20대 인터뷰를 시행한 결과 기존 아이돌 팬들은 제페토 아바타 아티스트와 관련된 덕질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가장 크게는 아바타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었고, 아바타와 실제 아티스트와의 괴리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세상의 아티스트의 일상 공유에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바타를 굳이 덕질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다가올 세대에서는 상황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아이돌 문화에 익숙한 세대로서는, 아바타 자체가 낯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예 아바타로 출발한 그룹 'K/DA'나, 아바타 멤버와 실제 멤버가 공존하는 '에스파' 등의 사례가 점차 등장하면서 신세대들은 아바타 아티스트 및 덕질을 마치 자연스러운 것처럼 받아들이게될지도 모릅니다. 마치 2D 세계를 덕질하듯, 3D 세계의 아이돌 덕질이 더 보편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