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오드 May 14. 2021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몸도 마음도 편안한가요? (이지영 저)

집이란게 신기하다.

이전 주인이 집을 비우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새로운 옷을 입은 집을 보면, 와 드디어 우리집이구나. 이제는 이사 걱정 안하면서, 못 치는 것도 눈치볼 필요가 없네. 하며 식탁하나, 붙박이장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인증샷을 남기고 하면서 감탄해 마지 않는 자태가.


이사 후, 낮익은 짐들이 들어서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나면, 어느새 이전에 살던 전셋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의 집이 되고 만다. 


인테리어도 중요하지만 묵은 짐은 버리고, 이 집에 맞는 가구와 가전이 자리를 잡아야 새집의 느낌이 유지된다.


거실의 식탁과 수납장을 보면, 오 <오늘의 집> (*인테리어가 잘된 집을 소개하는 플랫폼) 하다가도, 작은 방에 책장과 남편 대학생때부터 함께 이동한 책상을 보면 역시 집이 마냥 모델하우스 같기만 할 수는 없구나 하는 현자감이 들고...


그러던 집이 첫째의 입학과 함께 또 한번 정리되었다. 정말 이제는 한 몸같아 버릴수 없을것 같던 그 태고적 책상과 책장을 정리해 내고, 책도 거의 1/3도 정리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남편이 쓸 폭이 좁은 책상과 아이의 공부 책상을 들여놓으며 공부방으로 새로이 태어났다.


어.제. 뒷베란다에 물품들을 오랜만에 정리했다. 남편이 베란다에 놓을 조립용선반을 주문했기에, 선반이 들어가기 전 정리를 시작한 것이 분리수거장 3번을 다녀오게 할 만큼의 물품이 빠져나왔다. (저녁은 배달이다 얘들아ㅠㅠ) 왜 이렇게 짐은 늘어만 갈까. 그래도 일본살이 후 귀국하며 비어있던 집의 묵은 짐을 싹 정리했는데도, 그간의 세월이 흐르고 또 짐은 쌓였만갔다.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의 저자인 이지영 대표는 공간컨설팅을 통해 쓰지 않고 쌓여만 가는 짐들을 정리하며 공간을 재창조하는 프로젝트 사업가다. 


그녀는 많은 의뢰인의 집을 방문하고, 컨설팅을 진행한 경험으로 이 책을 썼다. (유튜브를 운영중이다, 실제 그녀의 유튜브 구독자인 신애라씨의 추천으로 tvN <신박한 정리>에 출연하며 더욱 유명해졌다.)


단순히 없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 집에 놓인 물건들과 나라는 사람의 관계.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삶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찾아낸다. 


현관에 쌓여 있는 택배박스가 의미하는 것은, 이 택배박스가 갈 곳이 없기에 현관에 쌓여 있는 것이고 (찾아보면 같은 물건이 집에 있다거나, 풀어도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 정처없이 입구에서 대기 중인 택배박스들)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아빠 엄마가 대학교수일지라도 집안 모든 곳에는 아이들의 책이 가득, 심지어 냉장고를 열어도 아이들 식료품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자녀와 부모의 공간을 분리시켜 준다. 엄마 아빠도 독립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아빠는 해외에서 일하며, 홀로 남자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에게 저자는 베란다 공간을 비워 긴 테이블을 하나 두고 소설과 에세이를 비치해주었다. 소박한 공간이지만, 엄마를 위한 독립된 공간의 마련이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50평대의 집에서 살지만 넓은 거실 곳곳엔 아이물품이 가득한 집. 부엌옆 전면 유리창으로 내부가 다 보이는 알파룸(당시는 드레스룸으로 활용하고 있었다)을 아이 방으로 변신시켰다. 거실을 장악한 아이물품이 모두 방안으로 들어가고, 부엌 옆에 딸린 방이기에 그 앞에 긴 테이블을 놓아서 엄마는 그곳에서 공부를 하거나, 주방일, 개인 일을 보면서도 아이가 노는 것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창고방. 이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최초 집을 설계할 때는 없었던 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을 들여다보면 방치되는 창고방이 하나씩 존재한다. 가족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천편일률적 설계를 거치다보니 방치되는 공간이나, 혹은 부족한 수납공간을 위해 희생되는 방(?)이 하나씩 생겨 창고방이 탄생한다고 했다.


창고방의 대표격인 아이방. 아직은 영유아이거나 혹은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 놓는 아이방이 그 주인공이된다. 주로 복도 끝에 위치한 방에 아이방을 만들어 두지만, 아이는 어릴수록 엄마와 함께 붙어지내며 잠도 같이 자기에 아이방이라는것은 나중에는 늦게 귀가한 아빠를 위한 방이되거나, 월령이 지난 아이용품들이 쌓이는 창고방이 되기 마련이었다.


사실 이 방은 늦은 귀가를 하는 아빠를 위한 방으로 최적이라고 했다(만약 아이방 인테리어 그대로 아빠가 사용한다면 잠자리도, 방의 가구 배치고 모든 것이 아빠의 사이즈와는 잘 맞지 않기에 100% 편한 휴식이 될 수 없다). 잠든 아이와 엄마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아빠 나름대로 씻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동선을 고려한 방. 실제로 육아하는 아빠가 있는 집이라면, 일하고 늦은 귀가를 하는 엄마를 위한 방이거나 일하는 아빠를 위한 방. 이 방에는 가구도 많이 필요치 않다. 침대 하나, 붙박이 장까지는 아닐지라도, 아빠 옷을 수납해 놓을 수 있는 수납장 하나면 충분하다. 실제 컨설팅을 거쳐 탄생한 엄마, 아빠의 방(큰방, 침실방과는 분명 구분된다)에 대한 만족도는 대단히 높았다고 한다.


공간재배치, 생활 반경을 고려한 적재적소의 인테리어.

다음은 정리다.


정리는 어떻게 생활화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있는 저자의 집 역시,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 스스로 정리하게 할까? 

'모으기'와 '분류하기'를 활용한다고 했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아이물품 모으기. 그리고는 종류별로 분류. *특히 바퀴가 달려있는 붕붕카나 지붕카, 걸음마학습기 같은 장난감은 부피도 크고 정리가 어려운 아이템들이다. 이럴 때는 장소를 정해서 색깔테이프로 주차장소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이제 다 놀고나면 여기에 두는거야 하면서 알려준다. 어린이집에서 그렇게 정리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보통 귀가하면 여기저기 벗어놓는 옷들.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

세탁실의 세탁기 옆에 두는 빨래통을 유연하게 옮겨놓는 방법을 제안했다. 욕실 앞에 둔다거나, 아이방 입구에 두는 식으로 관습적으로 정해진 위치가 아니라 사용하기에 편한 위치에 두는 것. (p76)


우리집 아이들도 베란다의 빨래바구니까지 걸음을 옮기지 않는다. 집에 들어오면 각자가 놀고 싶은 영역으로 이동하며 옷을 훌훌 벗어둔다. 그래서 현관 입구에 입었던 옷을 넣어둘 수 있는 수납함을 하나 두었다. 여기에 옷은 넣고 가는거야. 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양말과 옷을 끌어 모아서 통에 쏙 넣어두고 사라진다.


공간 배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지 못해서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을 모르고 사는 것 입니다. (p80)


정신없이 이삿짐을 나르다보면 가구나 소품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위치나 상태로 배치될 수 있습니다. 이사가 끝난 후에도 "아 이건 원래 이렇게 썼나보다." (p105)


똑같은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물건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줄어들고 성공적으로 버릴 수 있습니다. (p153)


좋은 상태를 경험해 본 사람은 아주 작은 노력이라도 좋아지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p152)


이렇게 버려야 하는 물건을 줄이기 위해서는 물건이 집에 처음 들어오는 순간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p126)


컨설팅을 통해서 새롭게 태어난 집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눈빛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저자. 책을 읽는 동안도 befor - after를 보는 즐거움도 컸다. '와 이렇게 새로운 가구 하나 없이 그대로 두면서도 새 집에 이사온 느낌이 나네. '


작년에 읽었던 <죽은자의 집청소> (김완, 김영사, 2020)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살던 이가 세상을 떠나고 남은 집을 정리하는 일을 의뢰받는 저자는 유품정리가 라고 불린다.

유품정리가라는 정제된 단어를 들춰서 안을 바라본 모습이 이 책이랄까? 


이 책의 저자는 떠난이의 빈자리를 대신 정리해준다면,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 드립니다>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삶의 부침에 채 돌보지 못한 공간을 정리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죽으려고 마음 먹었던 의뢰인(재력과 능력 외모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던, 집안 곳곳을 채운 고급스러운 물품들과 화목해 보이는 가족 사진을 보았던 저자는 너무나 의외였다고 한다.)이 자신이 죽고난 후 이 집에 들이닥칠 이름모를 이들을 생각하니 차마 집을 이런 상태로 두고 죽을 수 없었다던, 그래서 컨설팅을 신청했다.몇 일에 걸쳐 점점 변화되는 집을 바라보며 죽음을 향한 마음을 접은. 부끄럽지만 그런 마음으로 컨설팅을 받은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의뢰인을 보며 저자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공간 크리에이터의 체크리스트

- 몇 명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나요?

- 가족 구성원은 각각 몇 살이고, 성별은 어떻게 나뉘나요?

- 주말에는 무엇을 하나요?

- 취미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것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