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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Dec 21. 2020

서브웨이 쿠키가 잠든 식욕을 깨웠다.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 방식

자본주의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하는 소비는 합리적인 것이라는 사고를 덧씌우며 더 많은 돈을 쓰게 한다는 점이다.


귀가 길에 서브웨이(Subway)를 들렀다. 샌드위치만 사려고 들어갔다가 세트를 사들고 나온 내 모습을 보며 나는 왜 그랬을까 생각했다.


< vegi 샌드위치 15cm로 두 개 주세요.>


쇼케이스를 따라가며

step1 빵 선택- step2 치즈 선택-  step3 추가 선택(special 메뉴로 만들 수 있는 단계)- step4 야채 선택- step5 소스 선택.

step6은 세트 선택으로, 계산 전 마지막 단계이다.

안내 쇼케이스에는

+1900원을 추가로 내면 쿠키 1종과 음료가 제공되고, +2400원은 웨지감자(or 나쵸칩)와 음료가 제공된다고 나와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샌드위치 2개가 맞다. 정말 그렇다.


서버님이 샌드위치 포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내적 고민에 빠졌다. <음료 1잔만 해도 1500원인데, 1900원에 음료에 쿠키까지...이건 무조건 세트가 핵이득인데?>

급히 <하나는 쿠키세트로 부탁드릴게요>라고 전달했다.

어느 날 남편이 사다준 12개들이의 위엄...

샌드위치를 작은 아이와 하나씩 나눠 먹었다. 허하다.

가방 속 쿠키를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안에 화이트 초코의 최고의 단짝임이 분명한 마카다미아가 함께 오도독 씹힌다.

오감이 깨어나는 기분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본주의 사회에 살게 되었을까?


인스*그램을 웹으로 보다가 계정을 등록하지 않고는 몇 장의 사진 밖에 볼 수 없기에 앱을 설치하여 기존 페이스* 계정을 연동시켰다. 웹상으로는 보이지 않던 광고들이 인스*그램 앱에서는 보였다. 지금 보고 있는 피드와는 상관없는 광고들. 인스*그램 계정을 로그아웃했다.


아이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버스 앞좌석 등받이에 끼워져 있는 광고물들.

<엄마 이게 무슨 말이에요?>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내용들. 광고와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 품격이란 것도 없다.


아이를 키우면서 듣게 되는 국민 육아템, 육아 필템 같은 말들은 당장 필요치도 않은 아이 용품을(혹은 아이성향에 따라 영영 필요 없을 경우도 있다) 사들여 집은 좁아지고, 지갑은 얇아지는 소비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마법같은 주문이다.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산 속 호숫가에 나무집을 짓고 살면 이 자본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그곳에서도 사설보안경비업체의 영업을 받을 것만 같다.


단품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세트를 고르는 이유, 내가 합리적인걸까? 아니면 자본주의의 압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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