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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Dec 22. 2020

왜 그 출판사는 그 작품을 골랐을까?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을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올해 9월,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 곳곳을 둘러보던 중 브런치북 수상작들, 즉 브런치를 통해 발간된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에서는 매 분기마다(혹은, 매 해(年)) 본 플랫폼에 글을 게재하는 작가들(모든 글쓴이들)을 대상으로 브런치북 발간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제 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20.9.28-20.11.1까지 신청을 받고(매거진으로 발행하여 등록하는 절차), 어제 12월 21일 수상작이 발표되었습니다.(총3700편 응모)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시기에 진행된 8회 브런치북에서는 어떤 책들이 주목을 받을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흩어지는 생각들을 기록하는 글을 중구난방으로 쓰고 있었던지라, 이 프로젝트에 감히 참가할 생각도 못했지만 말입니다.


어제저녁에는 브런치북으로 선정된 10편의 매거진을 읽느라 미처 저의 생각은 한 줄 정리도 못하고 잠들었습니다. 잠자기 전까지 읽었던 수상작들은 잠드는 내내 머릿속을 떠돌았기에 오늘 오전에는 그 생각에 대해서 글로 몇 자 정리해보려 합니다.



(가나다 순으로 작품을 적어보았습니다)


유랑선생 작가님의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의 경우에는 매 해 타이틀이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제목들, <상대방의 ‘읽씹’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인간관계를 망치는 최악의 착각>,  <당신의 애정 어린 오지랖이 불편하다> )

우리가 인간관계를 겪으며 맛보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에 대해서 들여다보고, 그런 감정의 원초적인 출발점이 되는 지점과 미술작품을 연결해 이야기를 해주시는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구요.


실제로 우리가 생활에서 직면하게 되는 순간에 대한 작가님의 목소리에는 많은 독자분들이 공감을 표하며, 글 말미의 덧글 창에선 우리 자신의 경험을  진솔히 털어놓는 대화의 장이 이어졌습니다.


감정을 헤아리는 작품들은 많이 볼 수 있지만, 이를 명화와 연결시켜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작품의 독창성을 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다음으론, 이원율 작가님의 <내 생애 첫 미술책>입니다.

작가님은 현재 정치, 사회부 소속 기자로 활동 중이며, 기사의 헤드라인을 뽑 듯 유려한 제목을 단 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 <그 사람, 알고 보니 그 시대 백종원이었네?> 라는 센스가 넘치는 제목은 바로 '마지막 만찬'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본 매거진에는 30편의 글이 실려 있었는데요. 일관성 있게, 꾸준히 써 온 작가님에게 존경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글쓰기라도 사실은 건너뛰고 싶은 날이 있고, 때로는 글감 고민에 긴긴밤을 지새우다 한 편의 글도 못쓰는 날을 맞기도 합니다. 강제성이 없고 자발적인 글쓰기에서 견지해야 할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윤준가 작가님의 <대체로 가난해서>는, 10개의 수상작 중 가장 먼저 읽은 작품입니다.

생활 속에서 나오는 에세이의 편안함이 있었구요. 과거의 '가난'과 달리 현재에 경험하게 되는 '가난'에 대한(상황) 작가님의 고찰이 담겨 있었고, 그것이 꽤나 일상적이기에 저같이 가정을 꾸리고 있는 독자의 경우에는 큰 공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에세이 코너에 놓일 이 작품은 누구라도 한 번은 편하게 읽어볼 것 같습니다. (출판 편집자분들도 그렇게 생각했겠지요?:)


윤준가 작가님은 현재 '말랑북스' 기획자로 16년 차 출판 편집자이면서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돼있었습니다. 책을 만들기도 하는 작가님이니, 그만큼 읽기 좋은, 읽고 싶은 책을 만드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10개의 작품 중 글의 카테고리가 눈에 띄는 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호호동호 작가님의 <돼지를 부탁해> 입니다.

호호동호 작가님은 현재 농부로 귀촌생활 중이며, 농촌생활을 글로 쓰는 작가님입니다.

오로지 본인만이 쓸 수 있는 글로,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채식과 육식, 동물 복지에 관한 사육환경 등 굉장히 시의성이 있는 글을 유쾌하게 적어냈습니다.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생동감 있게, 때로는 그 현실적 잔혹함에 눈을 질끈 감게 할 만큼 여과 없는 표현들에 과연 내가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결국은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작가님 이야기의 힘이 있었습니다.


채식과 육식, 친환경단체와 돼지 도축 등 모순적인 것들이 가득한 이야기들은 출간 후를 기대하게 합니다.

역시 늘 발간되는 작품을 주목하고 있는, 창비 출판사의 선택이었습니다.


한중섭 작가의 <디지털 빅브라더>는 코로나19와 4차 혁명이 가져올 디지털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작품입니다.

출간 작가이며, 현재 <21세기 살롱> 북튜브를 운영하는 작가님 답게, 현시대를 예견했던 과거의 많은 명저들을 인용한 이야기들에서 작가님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2편으로 구성된 매거진의 제목만 보아도 무엇이 시대의 화두를 읽을 수 있었고, 각각의 글의 주제의식은 명확했습니다. (150km/h대의 직구를 날리는 선발투수와도 같은 필력이랄까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꼭 한 번쯤은 읽어야 할 글이라 생각합니다.


이진선 작가님의 <사수 없이 일하며 성장하는 법>은 유일한 자기 계발서 카테고리에 들어갈 책이었습니다.

'한달어스': 30일 실천 인증 커뮤니티의 운영자이며 개발자인 작가님의 이력은 꽤나 독특했습니다. 결심을 실천으로 전환하는 커뮤니티를 통해서 어떻게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세우고 키워나갈지에 대한 방법과, 자신이 걸어온 길에서 느꼈던 읽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글들이 좋았습니다.


셀프 매니징(self-management) 시대이며, 자신이 고유의 브랜드가 되는 현재에 꼭 한 번 읽어볼 작품이었습니다.


꿈공 작가님의 <선거로 읽는 한국의 정치사 1권>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떻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선례처럼 다가왔습니다.

현재 선거관리위원회 소속의 공무원인 작가님은, 평소에는 직업에 관련된 글들을 많이 다루었습니다. (예를 들어 선관위 공무원은 선거가 없을 때는 무슨 일을 하나요? 같은 글, 저도 매우 궁금했습니다)


수상 작품은 우리나라 근현대를 훑으며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선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저는 마치 근현대사의 수업을 다시 듣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만큼 선거를 빼놓고는 한국의 정치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문득 내년에 선거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 것은, 책이란 것이 출간될 때의 시의성 역시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가님 브런치 속 발행 글을 읽어보니, 2000년에 들어선 한국사회는 거의 매해 선거를 치러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제 선거는 4년에 한 번, 5년에 한 번 찾아오는 단발적인 국가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거의 생활 속에서 모든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연관이 되어있다고나 할까요. 그렇기에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이 나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이슬 작가님의 <우리 세계의 모든 말>은 제게도 편하게 다가오는 문학에 관한 글입니다.

출간 작가이신 김이슬 작가님과 하현 작가님의 공저로 발간되는 이 책은 두 작가님이 주고받은 편지글입니다. 편지에는 각자가 읽었던 문학 작품 속의 이야기가 함께 녹아들어 있구요. 마치 임경선 작가님과 요조 작가님이 함께 썼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문학동네, 2019)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출간 작가이신 김이슬 작가님의 경우 10, 20대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분으로, 인스타에 글이 업로드되는 경우 <방에 넣어두고 1일 1글 하게 만들고 싶은 작가> 라는 덧글이 달릴 만큼 감성과 공감백배인 글을 쓰는 작가님이셨습니다. 저 같은 30대 독자도 있지만, 20대 독자, 나아가 10대 독자를 사로잡는, 소위 말하는, 90년생이 온다(이 책 역시 브런치를 통해 발간이 되었지요)에 나오는 90년생 작가님들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수상작이었습니다. 브런치 프로젝트를 위해 기획하신 매거진 연재 역시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고, 마감 3주 전에 6편의 글이 더 있어야 했던 작가님들은 기어이 그 일을 해내셨습니다. 일단은, <우리 세계의 모든 말>이라는 타이틀이 너무나 훌륭합니다.


정지음 작가님의 <젊은 ADHD의 슬픔> 입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흔, 2018) 는 자신의 프라이빗(privacy)한 부분을 세상에 내보이면서 그를 받아들이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거친 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힘들지만 출간을 결정한 작가님의 경우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관심, 그만큼 유명한 책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결에 놓인 책이라 하면 설명이 될까요? ADHD는 다만,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이로 인해 생활에서 겪는 수많은 상황들에 대해 유쾌하게 그렇지만 가볍지 않게 적은 글입니다.


에세이스트라고 소개한 작가님의 글은 재밌습니다. 재밌기만 하지 않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나랑은 상관없을 거라고만 여겨지는  ADHD와 거리감을 좁혀줍니다. 발간되면 저 역시 읽고 싶은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유이영 작가님의 <합정과 망원 사이>입니다.

신문기자로 활동 중이신 작가님은 본인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풀어냅니다.

일상 이야기며, 마을 공동체에 관한 것들, 내가 사는 곳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 그 안에 사람들, 공간들, 이야기들에 대한 따뜻한 에세이입니다. 합정동과 망원동 모두를 사랑하는 1인으로써 작가님의 남은 이야기를 기다려봅니다.


사실 10권의 책들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낀 공통점은 '기획'이었습니다.

작품의 내용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들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기존의) 어떤 이야기와 결부시켜 전달할 것인가. 와 같은 점들에서 독창성을 나타냈고, 그리고 그 안에 쓰인 부지런한 필력과 일상 속의 세세한 관찰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어쩌면 완성되지 않은 작품들에 대한 앞으로의 가능성을 출판사들은 본 것이겠지요.

출판사들은 본 (수상) 작가님들의 기획(력)을 스카우트했다고 생각합니다.


2021년은 브런치 북으로 인해 조금 더 다양해지고, 풍요로운 이야기들이 함께 하리란 생각이 드니, 코로나19로 인해 쳐지는 일상 속에서도 새해의 기대감이 조금 더 올라옵니다.


수상하신 10명의 작가님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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