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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Dec 24. 2020

2021 다이어리 첫 장에 적은 것

저녁형 인간의 새해 다짐

코로나19가 너무 밉지만, 딱 한 가지 변화는 좋다.


올해 첫 초등학교를 가게 된 1학년 아이의 등교 방식이다.

1년을 통틀어 끌어 모아도 3개월이 되지 않는 주 5일 등교, 나머지는 모두 온라인 수업과 화상 모임이 대신했다.

그렇기에, 8시 40분 오전 모임 시작 10분 전에만 일어나도, 적당히 티셔츠를 갈아입고 노트북이 세팅된 책상 앞에 앉기만 하면 등교 끝.


아침의 모든 전쟁이 의자에 앉는 한 가지 행위로 수렴되었다. 그리고 찾아온 평화. (이것은 진정 Inner peace)


중고교 시절 4년간 신문배달을 했다던 남편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를 반복하면 습관이 될 거라 믿었다. 그가 내게 말하길, <새벽에 일어나는 건 도저히 습관이 안되더라, 그리고 사실 새벽 기상하는 매일이 매번 처음 같았다는 거...>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그에게 무한 공감을 표하는 나 역시, 등교 준비를 위해 이른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에 여전히 큰 부담을 느낀다.


가사와 돌봄 노동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유일하게 찾아오는 저녁 시간의 자유를 포기하고 잠들 수가 없기에, 깨어있고 싶음과 일찍 일어나야 함이라는 두 가지가 늘 내 마음속에서 힘겨루기를 한다. <이럼 안돼,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 글을 마저 못쓰겠지? 내일 아침은 알람 3개 맞추면 일어날 수 있을 거야.> 하며 '깨어있자'가 늘 이기곤 하지만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3월부터 지금까지 재택근무 중인 남편과, 10일간 3일만 등교를 하는 첫째 아이와의 한 지붕 네 가족의 24시간 동거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가족이 단란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좋다.

단 한 가지 부작용은 집을 근간으로 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활동량이 현저히 떨어지며, (어느 날은 하루도 외출을 하지 않은 날을 맞는다) 체력이 남은 아이들이 밤이 되어도 잘 생각을 않는다는 것이다.

덩달아 아이들 둘이 새끼 사자들처럼 노는 틈을 틈타 엄마인 나는 나대로 자유 시간(책 읽기, 리뷰 쓰기, 일상 글쓰기)을 보내다 보니 우리의 취침시간은 1시간씩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생활 패턴이 어긋나기 시작하니, 삽시간이며, 아침이 다되어도 아이들은 이불속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나 역시 늦은 밤까지 깨어 있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눈 두덩이에 누가 물파스라도 발라 놓은 듯 시큰거려 제대로 아침 햇살을 바라보지 못한다. 흡사 두더지가 된 기분이랄까.


코로나19 핑계되면서 이 생활을 계속 이어 나갈 순 없다. 잠을 내주고, 글을 얻고, 자유시간을 얻었지만, 건강은 잃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새해다. 달라져야 한다. 낮 시간에 짬을 내서 밤에 쓰던 글도 쓰고, 성장기의 비타민D가 중요한(숙면에도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들을 위해 정오의 햇살을 받으러 나가자. 산책하고 안되면 빈 운동장에서 킥보드라도 타자!


11월간 핫 했던 베스트셀러가 떠오른다. 새벽 4시 반에 하루를 시작하는 변호사 작가님. 그러면서 일상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다.(매일 4시 30분 기상이라니,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4시가 다되어 잠들던 사람이 염치없게 4시 30분 기상을 바라진 않는다. 작심 3일이 아닌 365일 중 300일은 달성할 수 있는 <10시에 잠들고 7시에 일어나는 삶>을 반듯하게 새 다이어리에 적어본다.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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