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을 잘 나타내는 단어는 '이방인'이다.
Stranger, 낯선 사람, 소수.
다수의 눈에 나는 그리 보였을 것 같다.
01. 유달리 학교에 일찍 들어간 이방인
요새는 초등학교 입학이 1월생~12월생인 걸로 알고 있는데, 예전에는 3월생~2월생이었다.
나는 12월생이다.
그런데 1, 2월생의 출생연도와 같은 해의 12월생이다.
다음 해 12월생. 읭?
조기입학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희한하기 그지 없는 경우다.
며칠만 지나면 연도가 넘어가는 12월 말에 태어났다.
3월생 입장에서는 22개월 늦게 태어난 게 되니, '쟤 뭐니?(너 뭐 돼? 뭐가 되길래 이렇게 일찍 입학을?')가 되는 셈이다.
말이 22개월이지 거의 2년 차이다.
2개월 차이도 클 수 있는 나이에 22개월이라니.
다섯번째 생일(만 5세)이 지나고 2개월이 조금 지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 입학했다고 하더라.
나의 입학식은 가족 내 구전동화인가.
입학식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1,2학년 기억은 거의 없다.
'학교 갈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서 보냈다고 한다.
입학식도 기억 안 나는데, 그런 대화가 기억 날 리가 있나.
학교가 뭔지, 가면 뭘 하는지, 최대 22개월 차이가 나는 아이들과 한 반에서 공부하고, 초중고대까지 이것이 이어짐을 알고 답했겠냐고.
나의 고충은 학년 초에 크게 번쩍, 그리고 중간중간에 한번씩 반짝 했다.
다수는 기억하지 못 하는(기억할 필요 없는), 학년초 아침 조회 시간 선생님의 질문.
'**년 3월부터 **년 2월생 아닌 사람 손 들어'
쭈뼛쭈뼛 손을 든다.
'어, 뭐지?'
'**년 12월입니다' (웅성웅성)
조회가 끝나고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든다.
낯선 눈길로 이방인을 에워싼다.
'어떻게 학교 들어왔어?', '왜 일찍 온 거야?' 질문이 이어진다.
나도 잘 모르는데...학교 가래서 간 건데...
이어지는 이야기.
'언니라고 불러. 호호호'
생각해보면 같은 반 아이들 입장에서는 내가 그들을 언니라고 불러야 마땅한데,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이름을 부르니 어이없었을 거다.
그런데 그 때는 언니라고 부르라는 말이 왜 그렇게 듣기가 싫던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학년 초에는 잘 웃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당시 그게 나의 서바이벌 전략이었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겠다는 결심과 다짐 속 결연한 어린 이방인의 얼굴.
서바이벌 전략이라고 하니 마냥 웃기진 않고 약간 씁쓸하기도 하다.
기억이 드문드문 나는 시점부터 나는 다수에 소속되지 못 하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내 기억의 시작점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다.
나는 이방인.